본교에서도 사회에서도 파업은 한창이다. 본교의 경우 미화노동자 파업은 13일에 종료됐으나, 24일부터 고대병원 의사들의 파업이 예고된 바 있다. 철도노조 파업부터 의료파업까지, 파업은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다. 보수언론은 이를 두고 파업피로증을 덧씌우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파업에 정부는 ‘불법파업’이라는 잣대를 들이댔다.
 파업은 사전적 의미 상 ‘노동조합 및 기타의 근로자 단체의 통제 하에서 그 소속원이 집단적으로 그 노무의 제공을 정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쟁의행위’를 뜻한다. 유병홍(본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파업의 속성 자체가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고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도록 되어있는 것”이라며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한다는 현실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통 받는 이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비, 의료비, 법률 개선 활동을 위한 노란봉투 캠페인. 캠페인은 노동운동가가 아닌 일반시민의 편지 하나에서 비롯됐다. 주인공인 배춘환(여·39) 씨는 편지에서 “해고 노동자에게 47억 원을 손해 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 보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 7천원 씩 10만 명이면 되더라고요”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문제와 관계없는 한 시민의 편지에 사람들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상징적 숫자 ‘4만 7000’

▲ 쌍용차 노조 손배가압 배상금 모금운동인 '노랑봉투'캠페인은 가수 이효리 씨가 참가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진출처 | 아름다운 재단

 캠페인은 아름다운 재단의 모금을 시작으로 4억 7000만원을 목표로 하는 1차 모금을 시작했다. 18일 가수 이효리 씨가 ‘적은 돈이라 부끄럽다’고 직접 손으로 쓴 편지와 함께 4만7000원을 보내온 것이 기폭제가 됐다. 여러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로 ‘이효리’와 ‘노란봉투’가 함께 오르내렸고, 이에 힘입어 ‘노란봉투’는 2주 만에 목표치 4억 7000만원을 달성했다. 이후 같은 금액의 2차 목표(누적금액 4억 7000만원)를 달성하고, 현재는 4월 30일 까지 누적 4만 7000명의 사람들의 기부를 목표로 모금을 진행 중이다.
 유병홍 교수는 “비조직화된, 파편화된 시민이 나섰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시민들의 결집에 의의를 뒀다. 한편 그는 기존 노조의 약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시민들의 결집은 기존에 조직화돼 있던 노동조합·시민단체의 무기력증을 방증해주기도 하는 것”이라며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60만 노조원들의 6분의 1 정도만 기금을 모금하면 되는 데, 현재노조는 타성에 젖어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4만 7000원에 각자의 다양한 사연을 담았다. 여러 포털 사이트의 댓글에는 알바비, 용돈비등을 쪼개 기부를 했다는 수줍은 댓글들이 달렸다. 한 중학생의 소녀는 4700원씩 10명의 친구들과 돈을 모아 보내기도 했다.  유병홍 교수는 4만 7000원이 지닌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단순히 47억 원을 모아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쌍용차 판결문에서의 법
 쌍용차 해고노동자는 사용자(회사)로부터 33건, 대한민국(국가)과 경찰로부터 3건, 보험회사로부터 1건의 소송을 당했다. 불법파업이기에 업무방해죄 및 손해배상 가압류법이 적용된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손실액에 대한 첫 감정에서는 쌍용차는 400억 원을 웃도는 감정을 받았다. 양형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직실장에 따르면 1심판결에서는 회사가 청구한 금액 중 33억 1140만원이 인정 됐고, 대한민국(국가)과 경찰이 제기한 금액에서는 14만 7000만원이 인정됐다. 이는 각각 회사 손실액과 시위과정 중 경찰의 부상 치료, 장비의 손실을 근거로 한다. 양형근 실장은 “노조원마다 다르지만 대한민국에게 아파트를 가압류 당한 사람들도 있고, 그리고 퇴직금과 임금에서 1000만원 혹은 50%씩 잡힌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양 실장은 “각각의 소송에서 기각된 사람들이 있는데, 회사나 대한민국에서는 기각된 사람들을 모두 포함해 전체 대상자에 대해 항소를 해놓은 상황”이라며 “이 상황이 참 갑갑하다”고 말했다.

 가압류와 손해배상소송
 ‘불법파업’이라는 판결 이전에 시행되는 가압류는 많은 노동자들을 힘들게 한다. 가압류는 형사처벌 이전 민사소송(손해배상소송)에서의 강제집행을 보전하기위한 제도다. 소송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채무자의 재산을 미리 묶어두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가려질 때 까지 가압을 당한 채무자는 경제활동에 큰 제약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손해배상을 물을만한 사유가 있다면, 가압류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정당한 파업임에도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평화적으로 일손을 놓고 노무제공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인해 손해배상 책임을 입게 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며 “소송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생활에 기본이 되는 임금조차 잡혀버리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악수하려는 노사의 모습, 진정한 화해는 언제쯤 이뤄질까

  손해배상소송을 악용할 여지가 있는 기업(사용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유병홍 교수는 “사용자들도 파업노동자들이 손배소를 감당할만한 힘이 없다는 걸 안다”며 “그런데도 소송을 거는 이유는 노조를 협박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파업에 대한 판결의 결과가 합법이든 불법이든 기업(사용자)은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를 걸어 노조활동을 위축시킨다. 양형근 실장은 “기업에서는 노조의 파업과 동시에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한다”며 “가압류 해제를 조건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와 같은 기업 측의 태도에 대해 “아무재산도 없는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소송’이라는 협박으로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적 권리를 따지기 이전에 인간의 기본적 인격에 대한 침해”라고 의견을 밝혔다.

 노동권 위의 재산권
 반복되는 파업을 법원은 ‘불법파업’의 프레임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법원은 노동조합법을 근거로 판결문을 작성했는데, 노동조합법은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근로조건을 결정할 때 발생한 분쟁’은 합법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고용, 해고’를 사유로 한 파업은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원이 지나치게 경영권의 편을 들어준다고 지적했다. 이재승(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의 사용자 편향적 태도에 대해 “법원은 소유권을 중심으로 고려해 노동자의 관계 결정권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홍엽(조선대 법학과)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최 교수는 “대법원의 경영과 관련된 판결은 이례적으로 낙후돼있다”며 “경영상의 손해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불법파업’이라는 해석은 상위법인 헌법을 하위법인 형법이 제한하는 판결”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헌법이 보장한 쟁의행위(폭력적 점거가 아닌 단순 파업)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민사상 책임을 무는 것은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재승 교수는 “법원은 노동자의 권리인 파업행위를 범죄행위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문제는 ‘위법한 쟁의행의’의 시각에서 비롯된다. 김태욱 변호사는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의 문제점이 제기되면 사용자 측은 항상 ‘위법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명목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소송은 단체 행동권을 인정한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반하지만, 근로조건 관련 분쟁만 합법파업으로 인정하는 노동조합법으로 인해 야기됐다. 이에 대해 이재승 교수는 “사법부는 재산권 법에 경도된 채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자주성 유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며 “어찌보면 악랄한 형태의 계급사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 상 질서의 일부인 파업
▲ 법의 공정성을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

 최홍엽 교수는 “노동조합법이 파업에 대한 규정을 너무 많이 두고 있어 문제”라며 “단체행동권을 규제하는 여러 조항들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적된 문제와 같이 공적요구(정리해고·구조조정·민영화)에 항의하는 파업은 불법이다. 이에 김태욱 변호사는 2012년 1월 23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 3조의 개정을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평화적으로 이뤄진 파업에 손해배상소송을 거는 문제점과 손해배상청구권의 강제집행을 위한 가압류를 저지하기 위해 법을 세분화할 것을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쟁의행위는 그 자체가 기본권의 행사인 동시에 헌법적 질서에서 예정하고 있는 행위 이므로, 그로 말미암은 소극적-적극적 손해 등 재산적 손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부정해야 한다”며 “예외적으로 폭력·파괴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의 파업관련 법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조경배(순천향대 법학과) 교수는 프랑스, 영국의 법적 규율을 비교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는 쟁의권의 헌법적인 지위와 성격, 불법행위법의 규정형식과 내용은 우리나라와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쟁의행위를 규제하는 구체적인 법률의 내용, 국가개입의 강도, 민·형사책임에 대한 법원의 법적추론 방식은 다르다. 조경배 교수는 “프랑스에서 파업은 헌법에 의해 명시된 합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업무방해죄’와 같이 파업 자체를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조항은 없다”고 토론회에서 밝혔다. 또한 노동법상 손배소의 한계가 없어 천문학적 소송이 진행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손해배상 책임을 손해배상 책임재산에 대한 제한과 손해배상액의 제한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조경배 교수는 토론에서 “바람직한 입법론적인 대안은 형행법상의 민사면책 조항을 유지하면서 노동쟁의나 쟁의행위의 개념, 쟁의절차나 노조설립요건 등 민사면책 조항이 부당하게 해석될 수 있는 다른 쟁의관련 조항들을 전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승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들며 ‘함께 결정할 수 있는’ 자리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 교수는 “독일의 경우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가하는 기회가 보장돼 있다”며 “회사 경영에 노동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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