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은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4대 비극’은  그 진수를 보여준다.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로 전환되던 르네상스 시대, 셰익스피어는 인간 실존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의 비극에서 인간은 그 자체의 불완전성으로 선악의 갈등 구조 속 에서 파국적인 결말을 맞이하지만 이러한 새드엔딩 속에서도 셰익스피어는 인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안병대(한양여대 영어과) 교수는 “셰익스피어는 고난을 통해 성숙해지는 인간의 운명을 긍정적으로 봤다”말한다. ‘4대 비극’은 ‘슬프지만 긍정적인’ 셰익스피어의 인간관·운명관의 절정이다. ‘4대 비극’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되짚어 봤다.

 인간의 실존을 묻다
 햄릿 1막 1장 첫 행은 망루의 한 보초 버나도의 물음으로 시작한다.
 
 "버나도(Bernardo) : 거기 누구냐 (Who's there)?
 프란시스코(Francisco) : 넌 누구냐? 서라, 이름을 대라 (Nay, answer me. Stand, and unfold your self) (1막 1장 1-2행)"
 
 이 물음은 역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가 ‘르네상스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발견’이라고 한 말과 관계있다. 안 교수는 “셰익스피어가 세상에 대해서 ‘인간이란 무엇이며, 당신은 누구인가?’를 묻는 아주 직접적인 선명한 화두”라고 말했다.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긍정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보고 작품에 선과 악의 갈등 관계를 통해 이를 드러냈다. 선악의 관계가 흐트러지는 문제는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안 교수는 “셰익스피어는 작품을 통해 이러한 불완전성을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얼마나 이중적이고 탐욕적인지를 통해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오셀로>에서 오셀로의 부하 이아고는 오셀로가 자신을 승진시켜주지 않아 불만을 품고 간계를 부려, 그의 정실(正實)한 부인 데스데모나가 간통했다고 믿게 한다. 오셀로에게 그의 아내는 사랑하는 존재지만 동시에 증오하는 배신자다.

 "오셀로(Othello) : 한 번 더, 또 한 번 더 키스를! (One more, one more)
 죽더라도 이대로 있어다오. (Be thus when thou art dead)
 죽이고 사랑하리라.( and I will kill thee and love thee after.) (5막 2장 17-19행)"


 이렇게 불완전한 인간이 구성하는 사회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끊임없이 불의와 정의가 갈등하는 모순적인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전면적인 부정이 아니다. 안 교수는 “셰익스피어는 동시에 인간의 강인하고, 순수하고 이타적인 모습도 함께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새드엔딩을 맞이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갈등했던 인간도 최후에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낸다”고 한다. <오셀로>에서 오셀로는 이아고의 계략에 넘어가 자신의 질투로 무고한 자신의 아내, 데스데고나를 죽인 자신의 죄상을 깨닫고, 자살하기 직전에 이 말을 남긴다.

 "오셀로(Othello) : 누가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Who can control his fate?) (5막 2장 265행)"

 오셀로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종국에 이르렀다는 것에 대해 회한을 느낀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비극을 맞이하더라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밝히는 인간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작품에 담았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그는 우주 속 인간 존재에 대해 과대평가하지 않고, 겸손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악은 선을 데리고 간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인간의 탐욕에 의해 발생하는 악의 무질서는 선의 희생을 통해 질서를 회복한다. 안 교수는 “선을 달성하기 위해서 선은 제단에 받쳐진다”며 “셰익스피어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권선징악이 아니라, 악만 물리칠 수 없는 실제 현실을 잘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햄릿>에서 악을 상정한다면 형을 죽이고 그의 아내를 뺏은 왕위찬탈자인 클로디어스 하나이지만, 사실상 무고하지만 선으로 희생당한 인물은 폴로니어스, 레어티즈, 거투르드 오필리아, 그리고 햄릿 등 여럿이다. 악의 불길은 선도 휩쓸어갈 만큼 강하다. 햄릿은 마지막으로 말한다.
 "햄릿(Hamlet) : 남은 것은 이제 침묵뿐. (The rest is silence.) (5막 2장 358행)"

 참고문헌| 안병대著 <셰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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