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가 수업평가에 절대평가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 지 3년 차에 접어들며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모든 수업에 절대평가가 도입되자 학생들의 과목 선택 폭이 넓어졌다. 교양중국어 초급 수업을 듣는 김민지(이과대 화학15) 씨는 “절대평가 방식이 아니었다면 언어를 잘하는 문과생이나, 이미 중국어를 배운 학생들 사이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수업을 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절대평가로 바뀐 이후 교양 제2외국어 수업에 수강신청한 자연계 학생이 꾸준히 증가했다. 학적·수업지원팀 김숙희 과장은 “수업이 상대평가로 이뤄졌던 2014년에 비해, 올해 기준으로 교양 제2외국어 수업에 등록한 자연계 학생이 7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학점경쟁에 대한 걱정도 줄었다. 신입생이지만 주로 고학년들이 듣는 전공과목인 형사소송법에 등록한 이정은(자전17) 씨는 “고학년이 많이 수강하는 과목인 것은 알지만,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들과 학점경쟁을 의식하지 않아도 돼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 일러스트|최다희 전문기자

 교수들도 학생 평가에 부담을 덜 수 있어서 좋다는 입장이다. 2016년 마케팅원론 수업을 담당한 진시윤(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모든 학생들이 우수한 성과를 보여도 학점 비율 제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낮은 학점을 줘야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비율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만 집중하면 되니 평가가 한결 편하다”고 밝혔다. 진 교수가 진행한 2016년 마케팅원론 수업은 모든 팀이 마케팅 공모전에 입상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였고, 전 수강생이 A+를 받았다.

 하지만 절대평가제가 실행된 이후 A학점 이상을 받는 학생이 전무한 강의가 계속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절대평가 실시 이후 교수의 평가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몇몇 강의에선 학생들이 학점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에 ‘미시경제학’ 과목을 수강한 신명세(정경대 경제16) 씨는 “중간고사가 정말 어려웠는데 알고 보니 MIT 기출문제여서 아무도 풀지 못했다”며 “90점 이상을 받아야 A+였는데 학생들의 평균점수가 40점 대였다”고 말했다. 2016년 1학기에 진행된 해당 과목의 최고 학점은 B+로, 수업을 담당한 정 모(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A학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학생이 많았던 것은 아쉽지만, 강의 초에 제시한 평가기준을 지켰을 뿐이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 중에는 상대평가 방식이었을 때가 학점 취득이 더 쉬웠다는 의견도 있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며 평가기준의 객관성과 평가의 엄정성이 강조돼 학생들의 ‘읍소’가 통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허찬희(정경대 통계13) 씨는 “예전에는 B를 받았으면 플러스를 붙여달라고 교수님께 부탁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런 방식을 쓸 수 없다”며 “학점을 바꿀 여지가 있었던 예전 상대평가 방식이 그립다”고 말했다.

 한편 교무처는 학생들을 비롯한 본교 구성원의 요구에 따라 2015년 1학기부터 본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수업에 절대평가제를 전면 도입했다. 2015년 대대적인 학칙 개혁을 주도했던 김절평 前교무처장은 “학점 비율을 제한하는 상대평가는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고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며 “상대평가 방식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 절대평가를 도입했다”고 당시의 도입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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