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생에게 외면 받던 ‘호랑이 친구 인증제’가 도입 2년 만에 재평가를 받고 있다. 조별과제에서 책임 회피가 만연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하자 본교는 2014년 호구(虎舊, 호랑이친구)지수를 신설했다. 호구 지수는 △조별과제 시 조장 자원·PPT제작 △발표의지 표명 △발표수업 시 정적(靜寂)깨기 △과방·동아리방·기숙사방 선도 청소 등 솔선수범한 학생에게 점수를 줘 인증하는 제도이다. 도입당시 학생들로부터 큰 빈축을 샀다. 박연희(경제학과 12학번) 씨는 “호구지수 도입했을 때 학교가 고대생을 사회의 호구로 키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최근 높은 호구를 인증받은 본교생들이 사회에 나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호구지수 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연구를 총괄한 조엽대(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호구 인증제가 학생들이 ‘First Penguin’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데 일정한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본교는 호구 인증제를 더욱 확대하여 조별 과제 시 연락 두절과 핑계를 일삼는 학생들에게는 특별 호구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배인 교양교육실 과장은 “책임감 있는 고대생을 양성하기 위해 크림슨 세미나 ‘호랑이 친구 되기’ 수업을 기획했다”며 “조별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칼답하기 같은 적극적인 태도 확립을 주요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에서도 본교의 호구지수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 시찰을 마다치 않고 있다. 4월 1일 본교를 방문한 정영갑 연세대 총장은 “고려대 학생들은 너도나도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오늘 견학한 것을 바탕으로 독수리 친구 지수 도입을 준비해보겠지만 역시 호구지수를 따라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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