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26일 창당대회를 갖고 새로운 정당으로 출범했다. 야권의 신당 창당은 세 가지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 첫째는 ‘그 동안의 안철수 현상과 정치 지도자 개인으로서의 안철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둘째는 ‘정통 야당으로서 민주당의 역사는 종말을 고하는 것인가’. 셋째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새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가’이다.

 우선 안철수 의원이 기존의 정당과 합당함으로써 그동안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던 안철수 현상은 퇴색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섰다. 기존의 정치질서에서 소외되고 여야 양당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이 보였던 안철수 현상은 이제 정치지도자 안철수 개인과 분리되기 시작했다. 제 3지대 신당창당으로 “새 정치”를 하겠다던 약속이 저버려졌기 때문이다. 초기 합당 발표 때는 35퍼센트 전후로 올랐던 신당지지도가 28퍼센트(한국갤럽조사)대로 떨어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물론 컨벤션 효과로 초기 지지도가 크게 상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지도 하락의 주요인은 안철수 지지자들의 이탈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제는 안철수 개인이 정치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다음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민주당으로부터 환골탈태한 신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미 김한길 대표가 연초에 야당의 혁신을 주장한 바 있는데 아마도 그때에 이미 합당에 대한 구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3월 초 5:5 합당 선언은 야권내의 정치구도를 급전환시키는 개편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의 극적인 타협에 의한 것었기 때문에 민주당을 하루아침에 본질적으로 뒤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신당의 당명에서 “민주”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정통 야당의 법통을 이어가려는 민주당 내부 다수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진정으로 새 정치를 담보할 수 있는가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생제일주의를 기치로 국민의 삶을 최우선시하는 “새 정치”를 선언했다. 그러나 정치의제와 쟁점을 등한시하고 구태정치를 완전히 벗어날지는 의문이다. 또 새 정치를 민생으로 국한시키는 것도 문제다. 새 정치를 구태정치를 타파하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기존의 지역주의와 이념적 적대감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민을 정치적 동원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진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당내 민주화를 이루고 국회운영을 원활히 효율적으로 하며, 포용과 관용의 정치를 통해 국가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존의 민주당 노선보다 우클릭하여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의 정책정향을 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이후 실종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여 양극화 구도를 타파하고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복지만능적 대중영합주의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국가안보문제에 있어서 대북 태도를 분명히 하고 보수정권하에서 이뤄졌지만 남북대화를 위한 긍정적 요소를 지닌 7·4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등의 법통을 수용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것이 얼마만큼 국민적 지지를 획득할 것인가는 구체적인 정책대안에 따라서, 그리고 당내 노선논쟁이 어떻게 전개되는 가에 달려 있다.

 정치권 일부 특히 여당에서는 합당 신당에 대해서 구태의연한 정치적 야합이며 내부 분열로 인해 지리멸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신선한 충격이며, 딜레마에 빠져있던 안철수 신당 측과 김한길 민주당 측의 윈·윈 전략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안철수 측은 인재난 등으로 신당 창당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고, 민주당은 저조한 국민적 지지율로 인해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야권 양대 세력이 연합을 하여 새로운 정책노선을 형성함으로써 막강한 여당에 도전한다는 것은 당연한 합리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선거 무공천원칙과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세력이 내적 분열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동안의 명분을 위해서 지방선거에 불리하더라도 기초선거 무공천원칙을 고수할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친노세력은 당분간은 안철수 세력과 공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비교적 잠잠한 것을 보면 정책노선과 당내 세력구도에서 밀리고는 있지만 인내하는 것이 최후의 승리를 위해 상책이라는 전략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함이야 있겠지만 야권의 위기를 통합으로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분열보다는 통합의 효과가 그 어느 대가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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