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정치에 관한 뉴스를 찾아보고 이에 대한 글을 쓰고 고민을 한다. 최요한 데이타일렉션 정치연구소장은 정치컨설턴트가 체질에 맞는다고 말했다. “선거와 정치, 정치컨설팅에 대해 관심갖고 참여하며 비판하면 달게 받겠지만 그렇지 않고 비판만 한다면, 그 비판의 목소리는 제 귀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당히 소신을 펼치는 최요한 소장에게 정치컨설턴트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 미국에서 정치컨설턴트는 ‘알파독(망을 보는
개의 무리

중 우두머리. 상황을 통제하고 결정을
내리는 존재)의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컨설턴트가 영향을 끼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알파독이라는 말처럼 정치컨설팅은 정치인의 A부터 Z까지 다 관여한다. 전근대 사례를 보면 영화 ‘광해’에서 도승지 역의 류승룡이 가짜 왕 이병헌의 목소리와 말투, 대동법을 중심으로 한 정책 컨텐츠까지 관여하는 것을 정치 컨설팅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정치컨설턴트는 정치인으로서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는 선거는 물론 그 이후의 정치적 결정까지 관여한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정치컨설팅 범위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선거시기에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고, 설사 그렇지 않고 일상의 의정활동 시기라 하더라도 ‘컨설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그 역할이 매우 부족하다 ”

 - 정치컨설턴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선거 전략이 있다면
“사실 통용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치 컨설턴트의 선거 전략은 같은 방법을 사용해도 앞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예를 들면 여론조사의 경우 아주 기초적인 ‘진단’용이다. 마치 환자가 병원에 가서 어디가 아픈지 엑스레이를 찍는 것과 같다.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후보자의 장점이 무엇이고 단점이 무엇인지, 어느 지지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어떤 지역이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더 자세하게 알기 위해서 때로 FGI(Focus Group Interview)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 객관적인 판단에서 상대 후보자에 대해 분석하고 지역상황을 분석하면서 선거 전략을 만들게 된다. 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컨설턴트가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략은 없다.”

 - 정치컨설턴트와 캠프의 홍보기획팀과 역할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역할이 다르다. 정치컨설턴트들은 전체 선거판 지형을 짜는‘종합예술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홍보팀은 캠프의 홍보, 선거운동의 활동을 알리는 등 비교적 역할이 작다. 정치컨설턴트들이 홍보팀에 파견돼 홍보를 전체 선거기조에 맞춰달라는 요구를 할 때도 있고, 캠프에 따라선 정치컨설턴트들의 역량이 부족해 홍보전문업체에 PR을 일부 맡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컨설턴트는 전체를 지휘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홍보기획팀과의 역할이 구분된다.”

 - 정치 컨설턴트로서 지난 대선을 평가한다면
“지난 대선은 여야 모두 ‘정권 교체’라는 의제가 선거의 바람임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특이했다. 2012년 12월 2일, 강릉시 성내부 택시부 광장 유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도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2012년 초만 해도 ‘현 정권과 인위적인 차별은 없다’고 공언했던 박 대통령이다. 대선에서 전략적 차별화를 구사한 것은 상대후보의 이슈를 먼저 없애버리기 위해서다. ‘정권교체’라는 상대편의 주장을 자신의 의제로 소화해 상대방 문재인 후보 캠프의 김을 빼버림과 동시에 정권교체라는 ‘바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대단히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정성’이다. 후보자의 진정성은 후보의 참모들을 감동시키고 선거운동원을 감동시키고 유권자를 감동시킨다. 자신의 참모조차 감동은커녕 설득조차 하지 못하는 후보자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그 개인이 단순히 명예욕과 ‘다른 마음가짐’으로 출마하는 것이라면 입장이 거꾸로 된 것이다.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 정치 컨설팅에 대해 ‘계산된 선거’라는 비판이 있는데
“후보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행동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위함이다. 선거판이 이미 짜여 져 있다는 비판은 옳지 않다. 선거판만큼 역동적인 곳도 없다. ‘짜여진 선거’ 때문에 유권자의 표가 영향력이 없다는 비판은 정치컨설팅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나온 일종의 ‘루머’다. 정치컨설팅과 정치컨설턴트는 선거 시기 혹은 선거가 없는 시기라 하더라도 유권자와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내 편으로 이끌 수 있을까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직종과 사람들이다.

 -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정치컨설팅이 어떤 방향으로 정착돼야 하는가
“선거시기에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신생 정치컨설팅 회사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일명 ‘떴다방’ 정치컨설팅 회사다. 국회에서 보좌관 역할을 했던 몇몇 사람들이 외부의 정치 바람잡이(브로커)와 함께 정치컨설팅 회사를 만들어서 선거 시기에 잠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사라진다. 당연히 정책 설계 등 후속 서비스는 없다. 이는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이념적 스팩트럼에 따라 자리잡기 보다는 일종의 ‘보스정치’, ‘패거리 정치’에 물들게 되는 즉, 한국정치 문화의 문제다. 우리 정치문화는 좀 더 민주적으로, 좀 더 합리적으로, 좀 더 수평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이런 정치문화가 바뀐다 정치컨설팅의 세계도 바뀔 것이다.“

 - 유권자들에게 한마디

“지금보다 더 정치컨설팅은 발전해야 하고,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가 발전해야 가능하다. 정치 발전은 국민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귀찮다고, 복잡하다고 정치를 멀리하면 멀리 할수록 민주주의의 적들은 그만큼 더 많이 기득권을 가져간다. 그렇기에 국민의 서릿발 같은 질책이 필요하다. 선거 시기에 잘 들여다보고 잘 생각해 달라. 어느 후보가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당이 국민에 대해 진짜 예의를 갖추고 있는지, 선거 끝나고 나면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지 함께 고민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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