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두 달 가량 다가온 가운데 정치계에선 선거 준비가 한창이다. 서로가 나름의 전략을 짜는 가운데 물밑에서 이들을 돕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정치 컨설턴트’다. 이들은 자신들의 직업에 대해 후보자를 포장하는 ‘마케터’라고 말한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그들의 컨설팅을 “유권자가 보고 있는 정치인은 하나의 상품이자, 선거라는 체스 판에 세워진 말과 같다. 그들은 정치 컨설턴트들이 짜놓은 전략적 발언, 행동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비유했다. 이들의 누구일까. 전·현직 정치컨설턴트를 만나 인지도 높이기, 이미지 메이킹, 선거 콘셉트(concept)잡기, 정치광고, 여론조사와 같은 선거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을 숨기는 컨설턴트

 한국에서 정치 컨설턴트를 찾기는 쉽지 않다. 언론을 직접 상대하는 경우가 잦은 미국의 정치·선거 컨설턴트와 달리 우리나라의 정치컨설턴트는 언론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후보자의 캠페인을 돕기만 하고 언론 노출을 하지 않는 편”이라며 “누구의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말도 하지 않고 후보만 부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러한 특성에 대해 윤 컨설턴트는 “관행적으로 비밀 준수의 의무가 계약상에 명시돼 있기도 하나, 조력자보단 주인공을 부각시키는 한국적 문화의 특성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치 컨설턴트가 이름을 알린 사례로는 2011 서울시장 선거를 들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소속의 10번으로 출마했던 2011 서울 시장 선거에서는 김윤재 법무법인 원 변호사의 전략이 손꼽힌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시민행정가’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박 후보는 속보이는 캠프, 소셜펀딩, 경청과 마실 유세 등을 이용해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달성한 결과 53.4%의 지지를 받아 당선될 수 있었다.

 유권자 이해하기
 선거 준비의 출발은 유권자를 이해하는데서 시작한다. 정치 컨설턴트는 유권자의 전반적인 평가와 후보자의 인지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예비 포커스 그룹 조사(특정주제에 대해 대표성을 지닌 소수의 유권자들이 집단을 이뤄 집중적이고 심층적으로 토론하도록 하는 정성적 조사기법)를 실시한다. 이는 출마자 개인의 감각과 출마자와 가까운 사람의 의견만으로는 여론의 흐름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윤희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후보자에 대한 인식을 진단하는 일에 50% 이상의 노력이 들어간다”며 “여론조사, 심층면접조사, 심층표적조사(FGI) 등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대중을 이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치 컨설턴트들에게 포커스 그룹조사는 캠페인의 청사진으로 후보자의 메시지, 전략의 기초요소가 된다.

 스스로를 규정지어라
 미국의 저명한 정치컨설턴트 소여 밀러는 “대통령이든 담배회사 사장이든 스스로를 규정 짓지 않으면 적에게 규정 당한다”며  이미지 메이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처럼 유권자에게 처음으로 인식되는 이미지는 후보자에게 생명과도 같다. 정창교 컨설턴트는 1997년 이회창 대선 후보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결구도를 이미지 메이킹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당시, 김대중 후보 캠프에서는 김대중 후보의 정치 경력이 더 길다는 것을 이용해 이회창 후보의 경험부족을 약점으로 공략했다. 이런 바탕에서 김 전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동시에 상대후보인 이회창 후보는 준비가 덜 된 후보로 규정 돼 선거에서 패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 컨설턴트는 “선거에서 후보는 하나의 상품”이라며 “물건을 잘 팔기 위해선 상품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다른 상품과의 차별화도 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슈 선점과 이슈 파이팅
 하나의 사회적 이슈는 △선거에의 영향 △대중의 관심사 △찬반존재의 유무라는 요소에 걸맞을 때 이슈파이팅으로 발전할 수 있다. 후보자들에게 유리한 이슈를 선점해 상대방과 이슈파이팅을 하는 것은 최고의 선거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대해 언론과 후보자는 갈라치기(유권자들을 양쪽으로 갈라 세우고, 정책의 정점에 이념문제를 배치시키는 방법)와 중도 층 다가서기(이슈를 선점해 해결하는 방법) 전략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회장 후보와 ‘수도이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동영 후보와 ‘한반도 대운하’로 상대후보와 이슈파이팅을 해 그 결과가 선거의 승리로 귀결됐다. 전문가들은 이슈선점 및 이슈파이팅의 가장 좋은 사례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를 꼽았다. 당시 박근혜 후보의 캠프는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가 주요한 이슈가 될 분위기를 감지했다. 윤희웅 컨설턴트는 “보수진영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해 경제민주화·복지확대 이슈를 선점했다”며 “선거에서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이슈를 불리한 쪽에서 사전에 흡수해, 실제 선거에서는 주요한 이슈가 되지 못하도록 한 전선 무력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폴로코스터 Poller coaster
 ‘폴로코스터’는 같은 시기에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기관들의 상이한 조사 결과를 빗댄 합성어다. 같은 내용을 묻는 설문조사임에도 보도기관과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상이한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에게 혼란을 준다. 이에 강흥수 경기도교육원 통계센터장은 상이한 여론조사 결과의 원인을 모집단을 대표할 수 없는 표본으로 들었다. 그는 “여론조사에 답하는 응답율이 15%, ARS의 경우에는 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선거철마다 하루 수 십개의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만큼,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컨설턴트는 “일부러 원하는 시기에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한다”며 “무응답에 대한 재질문 여부와 선택지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답했다. 강흥수 통계센터장은 “값싼 조사단가로 여론조사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데도 우리나라에선 공천자료 구성 시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공천에 여론조사를 근거로 삼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보제공’이라는 여론조사의 순기능을 인정하나, 여론조사는 객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구 컨설턴트는 “여론조사는 다양한 오류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 산출물”이라며 “단순한 수치가 아닌 표본의 수, 표본의 구성, 회사의 공신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마케팅의 최전선
‘준비된 여성대통령’, ‘사람이 먼저다’는 1분 남짓한 두 후보의 정치광고의 슬로건이다. 정치 광고는 정당이나 정치후보자들이 유권자에게 매스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해당 정치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기회다. 최용주(홍익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후보자가 자신의 정책이나 이미지를 유권자의 지지나 투표행위와 교환하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치광고 중 TV광고에 대해 이호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 학회장은 “TV광고의 경우 타겟이 명확하지 않아 새로운 지지층을 얻는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가장 성공적인 선거캠페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TV 광고를 뽑았다. 그는 △확고한 지지층과 강한 거부감을 가진 집단보다 약한 지지층, 거부감이 약한 부동층 공략 △개인의 속성과 공약을 혼합한 직접적인 표현 대신 함축적이고 비유적 표현을 사용 △정치 광고를 통해 개인의 이미지 구체화 △광고의 소구대상을 구체화 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정치 광고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감성광고’다. 이슈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는 이성광고 대신 유권자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감성광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여성과 리더십을 문재인 후보는 민생을 콘셉트로 잡았다. 이에 최 교수는 장점을 확실히 부각한 것은 박근혜 후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성공적인 슬로건에 자신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여성’을 붙여 불안요소를 극복했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도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있던 슬로건”이라고 평했다.

 음성적인 선거비용
 우리나라에서 정치컨설턴트는 아직 정착되지 못한 채 선거철 마다 단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준구 컨설턴트는 정착되지 못한 이유로 선거의 규모가 작고, 단속과 규제가 심한 점을 꼽았다. 이 컨설턴트는 “민주주의가 발달된 곳에서 정치컨설턴트가 발달할 수 있다”며 “선거법상의 자금사용한도가 제한돼 음성적으로 사용되는 비용이 큰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에서는 지역별 단체장과 교육감 후보들에게 각각 선거비용 제한액을 제시했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 1인당 쓸 수 있는 평균 선거비용은 14억 6000만원이다. 컨설팅 비용이 약 1억~2억, 홍보용 문자 메세지 전달에 200여 만원인 것을 감안한다면 다소 비현실적인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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