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이해경 한농연 회장의 자살로 우리 농업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지만, 결국 합의안의 도출에는 실패한 채 폐막됐다. 이번 각료회의가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종결되자 농업개방을 반대해왔던 이들 중 일부는 농업개방을 저지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각료회의의 결렬이 농민들이 바라는 농업개방 저지에 오히려 더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우선 이번 각료회의의 결렬의 계기가 우리의 주요 관심사인 농업개방 문제가 아니었고, 이후 농업개방으로 이르는 추세를 막을만한 일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또한, 다자간에 이뤄진 이번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내년부터 실시될 쌀 재협상에 개방수위에 대해 합의된 가이드라인조차 없이 무역대상국들과 일대일로 농업협상을 벌여야한다.

이는 자칫 미국이나 중국 등 강대국들의 통상압력 때문에 농업개방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을 WTO각료회의의 결렬은 우리 농가에 주는 것보다 빼앗아가는 것이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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