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2 12:02 (목)
소치올림픽 통역한 유일한 학부생
소치올림픽 통역한 유일한 학부생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4.04.0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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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현(문과대 노문12) 씨 인터뷰
 소치올림픽의 열기로 뜨거웠던 2월, 선수들에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옆에서 묵묵히, 그러나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한 학생이 있다. 학부생으로는 유일하게 소치올림픽 통역봉사자로 활동한 전소현(문과대 노문12) 씨는 “중학교 시절 러시아 현지 학교를 다니면서 얻게 된 언어실력을 활용할 곳을 고민하다 통역을 시작하게 됐다”며 “현재는 유니세프 르완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고, 이후엔 외교아카데미에 입학해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 소치올림픽 통역은 어떤 계기로 맡게 됐나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소치로 결정됐을 때 러시아에 있어서 자연스레 소치올림픽에 관심이 생겼어요. 러시아 친구들을 통해 통역봉사라는 일을 알게 됐고, 러시아라는 나라가 많이 생소할 한국 대표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선수들이 우승 후의 기쁨을 영어나 러시아어로 말하기보단, 저를 통해 자기나라 말로 조금 더 정확하고 편안하게 전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결국 서류 심사와 영어·러시아어 시험, 면접을 통과해 통역봉사자로 발탁됐죠.”

 - 소치올림픽 통역은 어떻게 진행 되었나
“선수들은 경기를 마치면 기자들이 모여 있는 ‘Mixed Zone’이라는 곳을 반드시 통과해야 해요. 저의 역할은 이 Mixed Zone에서 외신이 한국선수를 인터뷰하고 싶을 때, 혹은 한국방송이 러시아선수를 인터뷰하고 싶을 때 통역을 해주는 거죠. 또 메달리스트들은 Conference Hall에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그 때 동시통역가를 보조하기도 해요. 이 외에도 선수들의 공개 훈련이 끝난 후 간단히 진행하는 인터뷰 통역도 저의 임무예요.”

 - 고대 출신 선수들과의 인연이 있다면
▲ 전소현 씨(우)가 경기를 마치고 나온 김연아 선수(좌)의 인터뷰를 통역하고 있다. 사진제공 | 본인

“통역사들은 다양한 경기장 중 하나를 맡는데 그중 저는 ‘ICEBERG SKATING VENUE’경기장 담당이었어요. 여기에서는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려요. 덕분에 저는 팬이자 학교 선배인 김연아 선수를 통역할 수 있었고, 쇼트트랙의 경우 역시 선배인 조해리 선수의 통역도 맡을 수 있었죠.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과 사적인 대화는 금지돼있지만 운이 좋게도 김연아 선수를 통역한 후 선수대기실로 같이 이동할 때 짧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김연아 선수에게 고대 후배라고 말했더니 몇 학번이냐고 물어서 12학번이라고 대답하니 ‘어리네’라고 하며 웃었어요.”

 - 올림픽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안현수(빅토르 안) 선수는 금메달을 딴 이후 러시아어로 인터뷰하기로 예정돼있어서 저는 통역을 준비하지 않고 대기하던 중이었어요. 그러나 금메달을 딴 기쁨을 러시아어로 다 표현하기 힘들었는지 안현수 선수가 급히 통역을 찾았고, 대기하고 있던 제가 통역을 맡게 됐죠. 당황스럽긴 했지만 안현수 선수가 매우 고마워했고 서로 웃으며 마무리했어요. 반면 이번에 우리나라가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에서 러시아에게 밀렸고,  김연아 선수가 2위를 한 것이 너무 속상해, 복잡한 기분으로 통역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또,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인인 저에게 ‘왜 빅토르 같은 영웅을 놓쳤나, 너희 나라 실수한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할 때도 많이 속상했어요.”

 - 통역을 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러시아어는 영어나 한국어와 달리 단어나 문장의 구조 변화가 자유로워요. 딱딱한 구조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통역할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편하기도 해요.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말을 워낙 빨리 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기가 매우 쉬워 주의하고 있어요. 또, 제가 통역할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객관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통역하는 것이에요.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여자 쇼트트랙 계주 3000m에서 금메달을 땄죠. 심석희 선수가 결승선을 지나는 순간 저는 감정이 북받쳐서 울 뻔했는데 선수들이 경기 후에 바로 Mixed zone으로 와서 인터뷰를 진행하기 때문에 감정을 다스려야 했어요. 선수들의 말을 정확히 통역해야하기 때문이죠.”

 - 통역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통역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물론 언어도 잘 알아야 하지만 그 나라 자체와 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소식은 항상 찾아보곤 해요. 고려대 교수님들의 수업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죠. 통역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어렵게 느끼지 말고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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