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전문가들은 “한국 언론이 저널리즘의 가치를 잃고 위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4432가구와 1만 319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한 2012년 한국 미디어 패널조사 결과, 일간지의 구독률은 20%에 그치고 스마트폰으로라도 뉴스를 접하는 경우도 시간은 평균 9분, 기사는 7개 정도였다. 각 언론·통신사들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본지는 신문의 날(4월 7일)을 맞아 △연합뉴스 기획조정실 미디어전략팀 이광빈 기자 △한겨레신문 안수찬 탐사보도팀장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발행) 김용진 대표를 만나 각 언론사의 개혁과 미래 전망에 대해 들었다.

 [연합뉴스 기획조정실 미디어전략팀 이광빈 기자]
 

통신사도 ‘내러티브’기사에 주목하기 시작
 “저널리즘의 위기는 언론사간 경쟁이 문제가 아니라, 독자와의 접점을 찾지 못한 것에 있다.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 플랫폼에 언론사가 많아졌고, 여기서 쏟아낸 기사들이 디지털 뉴스를 장악했다. 언론사들은 클릭 수에 따른 트래픽 장사를 위해 세간의 이목을 끄는 기사를 잇달아 쏟아내 언론사간 차별화가 사라졌다. 결국 각 언론사별로 뉴스에 대한 수요를 높이려면 지면, 언론사 홈페이지, 언론사 앱으로의 유인이 필요했다. 이러한 필요성이 연합뉴스에게는 분석적이고 심층적인 내러티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내러티브’ 기사의 경우 기사뿐만 아니라 기사를 담아낼 수 있는 서비스와 연결이 중요하다. ‘어떤 서비스로 이 기사를 담아낼 것인가’가 결국 독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털과 달리 언론사는 지금까지 이것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 기사를 작성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기사를 어떠한 매개체를 이용해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연합뉴스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연합뉴스에게 ‘속보’는 통신기자로서 의무와 책임이다. 하지만 연합뉴스에도 심층보도, 내러티브의 기사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와 작년부터 내러티브 기사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작년에는 희망자만 받았지만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는 전체 취재기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재 권혜진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연구소장과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를 초빙해 ‘데이터 분석’과 ‘탐사보도, 내러티브’ 기사에 대한 강의를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하고 있다. 한편 수습기자들에겐 국내 최초로 데이터 분석의 심화과정인 <디지털 저널리스트> 교육을 일주일 동안 실시한다. 교육의 목표는 스스로 인포그래픽 뉴스를 작성하는 것이다. 품을 많이 들인 심층 기사는 그 내용과 더불어 디자인적 요소, 독자의 이해를 돕는 서비스효과도 중요하다. 또한 기술적 기반을 이해하면 디자인 개발자와 호흡을 맞출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디자인적 요소를 겸비한 심층보도가 최종목표다.”

 [한겨레신문 안수찬 탐사보도팀장]
 
탐사보도가 우후죽순 생겼다가 없어지곤 한다
 “한국 언론은 최고의 뉴스를 ‘특종’이라고 생각한다. 맥락을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하거나 진실의 일면만 보여주고 있더라도 남들이 쓰지 않은 기사를 먼저 쓰는 것을 ‘특종’이라 생각하는 특성 때문에 탐사보도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결국 언론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특종에 집착하는 현상이 탐사보도의 가치를 내세운 뉴스룸의 해체를 야기했다. 실제로 2000년도 초반 시작했던 메이저 언론의 탐사보도팀이 2000년대 중반 노무현 정권 이후를 고비로 대부분 사라졌다.”

 한겨레의 탐사보도 구성 방식은
 “탐사보도는 검찰과 경찰, 청와대, 정당의 발표를 믿지 않고 언론 스스로 파헤치겠다는 기자의 생각에서 시작한다. 이는 발표보도와 정반대의 기사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한겨레는 2012년 봄부터 1년 6개월간 탐사보도를 지속했으나 인력부족에 따라 생산성 문제로 해체됐다. 이후 경제부에서 한 사람이 탐사보도의 역할을 맡고 특정 출입처를 가진 기자들과 함께 협력관계로 일을 하는 유닛 방식의 탐사보도가 1년 정도 지속됐다. 올해 3월 말부턴 새로운 편집국장의 취임과 함께 탐사보도팀은 새로이 구성됐다. 이번 탐사보도팀은 아이템에 따라 각 부서의 기자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기도 한다. 그리고 작년 가을에 입사한 수습기자를 포함한 10년 차 이하의 기자들과 편집국의 40여 명의 기자들이 탐사보도연구모임을 만들어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는 신문노조 차원에서 외부인사 특강을 진행하거나 기자들끼리 소모임을 구성해 공부를 하고 있다.”

 주요 언론들이 정치적 편향성으로 비판받는다

 “언론의 위기는 정치적 편향성의 문제가 아니다. 편향성을 탈피하는 것에만 집착하면 기계적인 중립을 확립하는 데 그칠 수 있다. 언론이 특정한 정치성향을 갖고 있다 해서 편파적이거나 편향적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핵심은 각 언론사가 추구하는 세계관과 관점을 가지고 지금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깊이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편향의 문제와 관련해 한겨레 내부에서도 논의가 많았지만 귀결된 결론은 ‘중립’, ‘공정’보단 ‘심층’, ‘탐사’가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것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발행) 김용진 대표]
 

현재 한국 언론 상황에서 탐사보도의 의미는
 “탐사보도란 누가 옳고 그른지 가리는 보도행위고, 궁극적으로 진실을 찾는 방법이다. 최근 인터넷의 발달과 종편, 보도채널 등 다양한 매체들의 증가로 정보가 범람하게 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수많은 정보들 중 참된 정보는 더 찾기 힘들어졌다. 이런 환경에서 탐사보도의 사명은 민주사회의 주권자인 국민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고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옳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의 한국 언론이 이런 역할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탐사보도가 그 어떤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탐사보도의 정신 함양은 언론이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는 길이며 한국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뉴스타파의 탐사보도 기사 작성 과정은
 “탐사보도에서는 출입처 출처의 정보를 배격하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선택해 집중 취재한다. 발생한 사안에 대해 기관이나 인물의 말을 듣고 전화나 대면 취재를 몇 번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공기록과 움직일 수 없는 자료를 최대한 입수해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팀을 기반으로 정부나 기업의 전자파일들을 분석해 숨어있는 패턴을 발견하고 감춰진 사실을 찾아낸다. 이를 포괄하는 말이 ‘데이터 저널리즘’인데 데이터 저널리즘과 현장 취재, 탐문 취재 등 기존 취재방법을 결합해 최대한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후원금을 받아 모든 뉴스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는 비영리, 비당파 독립 언론사로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한다. 비영리, 비당파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시민들의 풀뿌리 후원이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 생각한다. 상업 광고에 기반을 두면 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공영방송인 KBS나 MBC도 인사권이 정권에 종속돼 정치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시민의 풀뿌리 후원을 받으면 상업적 이해관계나 인사권의 종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최근 의미 있는 뉴스의 가치를 인정해 그 기사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는 시민에게서 후원을 받는 만큼 무료 배포를 통해 기사의 상품화 보다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중요한 이슈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공유되기를 원하는 시민의 바람을 따르고자 한다.”

글│정지혜, 조소진 기자 news@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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