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의 두 번째 이야기가 한국을 배경으로 촬영을 시작해 수많은 ‘키덜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져’도 5일 만에 누적 관객 수가 200만을 돌파하며 키덜트(kidult) 문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심을 자극하는 키덜트 문화는 영화뿐만 아니라 패션과 디자인의 요소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키덜트가 젊은 연령층에게 인기를 끌면서 홍대거리 곳곳에 키덜트 샵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 성인들 사이에서 수집 붐이 일고 있는 베어브릭&곰돌이 푸 시리즈. 사진 | 박현범 기자 diem@

 4일 저녁 금요일. 인파로 가득한 홍대 거리 한 켠에 아기자기한 제품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던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에 한창이다. 인형과 액세서리, 피규어 등을 판매하는 이곳은 키덜트 샵이다. 키덜트 샵인 ‘크레이지 토이’를 방문한 이은혜(22·여)씨는 “스티치 인형을 보고 어릴 적 보던 애니메이션이 생각나 가게에 들어오게 됐다”며 “인형과 그림을 보면서 친구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어 재밌다”고 말했다. 취재를 위해 가게에 머무는 동안에도 고등학생부터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오갔다. 홍대에서 두 곳의 키덜트 샵을 운영하는 크레이지 토이 강 사장은 “20대에서 40대 사이의 고객을 중심으로 빈티지 토이 컨셉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최근 5년 동안 젊은 손님의 방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키덜트의 등장과 확산
 키덜트는 어린아이(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다. 어른이 됐음에도 어린 시절의 향수와 동심을 소유하고 있는 성인들을 키덜트 족이라고 부른다. 키덜트 족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이나 인형에 열광한다. 이들은 거금을 들여 피규어를 모으고 자신의 수집품에 가족과 같은 애착을 갖는다.
 키덜트 현상의 등장 배경은 크게 2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김문겸(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키덜트 현상은 사회·심리·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공통적으로 뽑히는 요소는 탈권위주의“라고 말했다. 유교 전통 속에 뿌리 깊었던 권위주의가 무너지면서 어른스러움에 대한 사회적 강조가 사라졌고, 이로 인해 키덜트 현상이 부상했다는 것이다. 또한 어른이 되면서 느끼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회피하기 위해 키덜트 문화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동심의 세계가 주는 안락함에 의존하는 것이다.
 키덜트 현상은 성년이 되어도 어른들의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어른아이’를 일컫는 피터팬 증후군과는 개념적으로 다르다. 권준수(서울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피터팬 증후군과 키덜트는 어린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심리적 측면에서 비슷하지만 책임감 없고 보호받기만을 원하는 피터팬 신드롬과 달리 키덜트는 정상적인 심리 상태와 현실적인 행동을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방영한 만화 릴로와 스티치의 스티치 피규어. 사진 | 박현범 기자 diem@

 대중들에게 확산되기 이전, 키덜트 문화는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향유됐었다. 값비싼 피규 장난감을 모으고 인형을 꾸미는 키덜트들의 취미활동은 애어른들의 현실 도피 수단이라 여겨져 일명 ‘오타쿠 문화’로 평가절하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키덜트 문화가 대중들과 가까워지면서 이를 보는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범상규(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sns나 방송매체 등을 통해 키덜트 문화가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돼 개방적인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며 “키덜트 문화가 폭넓은 소재로 다양한 계층에게 확대되면서 긍정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 3 -라디오스타 k will 캡션으로 설명)

 다양한 분야로 스며드는 키덜트 문화
 키덜트 문화가 보편화되고 대중들의 인기를 끌면서 기업 차원에서도 키덜트 제품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키덜트 시장규모도 업계 추정으로 작년 기준 5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렇게 키덜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엔터테인먼트나 패션과 같은 일상적인 분야에도 다양한 키덜트적 요소가 녹아들고 있다.
 특히 영화는 키덜트적 요소가 가장 많이 포함된 상품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는 키덜트적 요소를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가 많다. 겨울왕국의 경우 공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말하는 눈사람 올라프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동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나와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층의 호응을 얻었다.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해 악당을 물리치는 트랜스포머나 아이언맨, 헐크 등의 영웅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어벤져스도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키덜트적 요소를 담고 있다.  
▲ SPA브랜드 LAP에서 제작한 미키마우스 콜라보레이션 자켓. 사진 | 박현범 기자 diem@

 패션업계 전반에서도 최근 콜라보레이션의 형태로 키덜트 문화가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2014년 S/S 시즌 기획 상품으로 티셔츠와 인기 만화 캐릭터를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을 출시했다. SPA브랜드 LAP은 미키마우스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LAP 홍보팀은 “20대와 30대 초반의 여성을 타깃으로 디즈니 미키마우스의 클래식함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제품을 내놓았다”며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4월 중순에는 카카오톡 프렌즈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명품 브랜드 샤넬이 레고 장난감을 모델로 한 여성 가방을 선보이고 뉴발란스가 키덜트 이미지를 담은 신발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에서 키덜트적 요소를 제품으로써 출시하고 있다.

  장난감 시장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 성인 남성들이 열광하는 태권브이 피규어. 사진 | 박현범 기자 diem@
어른들이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 잡으며 활성화 되고 있다. 2013년 6월에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갤러리아에 키덜트 장난감 판매점인 ‘레프리카’와 ‘아트토이 브랜드 킨키로봇’ 매장이 들어섰다. 하나에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고객의 방문은 꾸준하다. 킨키로봇 홍보팀은 “베어브릭과 더니 시리즈가 정기적으로 발매돼 해당 제품의 마니아가 많이 형성됐다”며 “고가의 제품이 많다보니 경제력이 있는 30, 40대 남성이 주 고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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