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제국의 부활> 한국 포스터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수정 지시를 받은 뒤 심의를 통과했다. 미국 포스터 처럼 주인공이 든 칼에 묻어 있던 ‘피’가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3월 7일자 국내 주요 일간지 문화면 토픽기사 중

▲ 주인공이 들고 있는 장검(長劍)에 피가 뭍어 있다는 이유로 포스터 심의 거부를 당했던 <300: 제국의 부활>. 왼쪽이 오리지널, 오른쪽이 피를 제거하고 공개된 한국 포스터.
  ‘피 Blood' 혹은 '혈액 血液'의 사전적 정의는 '모든 생명체 몸 안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세포의 신진대사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하여 운반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체액.' 적혈구 안의 철분이 산소와 결합되어 붉은 색을 띄고 있는 ‘피’는 각국 종교, 신화, 예술을 통해 ‘생명의 원천’으로 묘사되고 있는 동시에 <300: 제국의 부활> 포스터 심의 소동에서 엿볼 수 있듯이 ‘혐오’ ‘폭력’ ‘두려움’ 등을 떠올려 주는 대상이다.
 
 서구 정치계를 비롯해 민담, 설화 등에서는 다채로운 상징물로 ‘피’가 묘사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귀족 혈통을 계승하고 있는 ‘왕가’를 ‘Blood Royal'로 호칭하고 있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자 트로이 목마를 만들었던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이 오디세우스.
 
 무려 10여년 동안의 유랑 생활을 했을 때 미녀 아내 페넬로페는 무수한 남성의 추파를 받는다. 귀향 후 이 사실을 알게된 오디세우스가 불한당들을 맨주먹으로 때려 눕힌다. 이때 악인들의 몸에서는 ‘사악한 검붉은 피가 흘러 나오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조니 뎁 주연의 <프롬 헬>. 1888년 런던의 뒷골목 화이트 채플에서 미모의 창녀들이 연쇄 살해 당하는 엽기적 사건을 예지력 있는 조사관 프레드 애벌린이 출동해 용의자를 체포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미스테리, 범죄 스릴러이다.

 이와 같은 장르의 영화 속에서는 ‘유혈이 낭자한 희생자’를 보여줄 때 ‘검은색 피’로 치장 시켜 ‘죽음’ ‘흉악한 일’ 등 부정적 의미를 떠올려주고 있다. 반면 신체 몸 안에서 흐르는 피는 ‘생명’ ‘건강’ ‘아주 좋은’ 등 긍정적 뜻을 담고 있다.
 
 16~17세기 유럽에서 ‘피’는 난치성 피부염이나 나병(癩病), 피부 미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전파됐다. 이 시기 헝가리 백작 부인 바토리 에르제베트는 꽃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처녀 600여명을 연쇄적으로
죽인 뒤 피로 목욕을 즐겼다는 엽기적인 행동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쇄살인마’ ‘흡혈귀 전설의 모델’ ‘피의 백작부인’이라는 애칭을 듣고 있다. 엽기적 행각은 안나 프리엘 주연의 <바토리 Bathory>로 각색된다. 알란 파커 감독의 <엔젤 하트>. 뉴욕 사립 탐정 해리 엔젤(미키 루크)은 부두교 신자인 고혹적인 여성 프라우드푸드(리사 보넷)와 정사를 나눈다.
 
 성적 행위가 고조될 때 침대 주변은 선혈이 낭자하게 흐른다. 이 장면은 서구인들이 ‘서로의 피를 교환하면서 성적인 욕망을 갈구한다는 헤마토디프시에(Hamatodipsie)라는 가치관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해석됐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마타도르 Matador>는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살아날 수 있는 투우사와 투우의 숙명적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 스페인을 대표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마타도르> 등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정열, 피, 불의 색’을 상징하는 붉은색을 가장 즐겨 사용하는 대표적 감독으로 공인 받고 있다.
 창살에 맞아 피를 흘리는 우람한 소의 모습에 대해 알모도바르 감독은 ‘사랑, 심장, 피는 모두 붉은색이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에는 붉은 피가 연관되어 있으며 성적 행위와 피는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알모도바르는 ‘정열, 피, 불의 색’을 상징하는 붉은색을 가장 즐겨 사용하는 대표적 감독으로 공인 받고 있다.

 <양들의 침묵>에서 버팔로 빌은 여성들의 피부를 모두 벗겨 죽이는 엽기적 행동을 자행한다. 심리학자들은 빌의 행각에 대해 ‘피부를 벗길 때 피가 흘러 나오는 모습을 보고 성적 페티시즘을 느낀다는 성도착증(性倒錯症者)인 ’헤마토필리에 Hematophilie' 환자라는 설명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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