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부속기관 ‘노인생애체험센터’는 일생 생애주기 가운데 노인을 경험하는 체험교육기회를 제공한다. 심순자 노인생애체험센터 센터장은 “노인 이전 세대와 노인세대 간에는 신체적인 것부터 정신적인 것까지 차이가 많지만, 사회에서 세대 간의 소통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런 노인생애체험을 통해 청년은 노인과 노화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의 노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는다”고 말했다. 
 
▲ 체험공간의 현관, 작은 문턱만으로도 노인은 현관을 넘기 힘들다. 사진| 이지민 기자, 노인생애체험센터 제공

 노인생애체험센터에서 황은영 사회복지사의 설명을 들으며, 약 두 시간 가량 노인생애체험을 진행했다.
체험 준비 공간에서 실제 노인의 느낌을 준다는 체험복 착용방법 설명을 듣고, 노인 체험복을 순서대로 입었다. 체험복을 입고 고글을 끼니 △자세변화 △근력저하 △굴곡 저하 △시각저하를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었다. 몸에 찬 모래주머니와 구속도구로 불편한 몸을 옮겨야 했고, 고글 써서 잘 보이지 않는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위·아래로 고개를 크게 흔들어야 해 노인이 겪는 신체적 위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문턱을 겨우 넘어 현관에 들어갔다. 

 
▲ 전자제품 체험 공간, 노인은 후각이 감퇴돼 타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사진| 이지민 기자, 노인생애체험센터 제공
간신히 현관을 넘어 부엌에 들어가, 국 냄비를 인덕션 렌지에서 가스레인지로 옮기는 주방체험을 했다. 가스레인지의 불판 위에 국 냄비를 올리고, 스위치를 돌리려니 관절이 많이 쓰여 힘들었다. 노화가 되면 후각의 감퇴가 동반돼, 타는 냄새를 잘 못 맡아 불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황 복지사는 가스레인지 보다는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고 냄비를 올리기 쉬운 인덕션이 노인에게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노인의 △촉각 △청각 △시각 감성 체험을 했다. 손에 하얀 장갑을 끼니, 촉각적으로 무뎌져 옷감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노인이 되면 촉각적으로도 둔화되기에, 입가에 음식물이 묻어도 입 주변 감각이 무뎌져 닦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한다. 결국 노인이 청결하지 않다는 것은 편견이며, 이럴 경우 물티슈로 입가를 닦아드리면 된다는 것이다. 한편, 개인적으로는 청결한 노후를 위해 음식을 먹고 거울을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계기였다.

 이번에는 감성체험실로 이동해, 교통상황 음성이 노인에게는 어떻게 들리는지 단계적으로 들어봤다. 노인들에게 바로 옆에서 울리는 차 경적 소리가 멀리서 오는 차의 소리처럼 들린다. 가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보면, 옆에 차가 경적을 울려도 천천히 앞만 보고 직진만 하는 할머니들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왜 저렇게 여유로우시지?’했는데, 이제 이해가 된다.
 
▲ 감성체험실, 노화가 진행되면 시각을 중심으로 오감이 감퇴하기 시작한다. 사진| 이지민 기자, 노인생애체험센터 제공

 노인이 되면, 가장 먼저 후퇴하는 감각은 시각이다. 황은영 복지사는 그렇기에 지하철에서 연세가 있으신 분이 길을 여쭤보면 가까운 거리면 데려다드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노인이 되면 지하철 노선 색깔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시야도 함께 좁아진다. 함께 체험한 최태섭(의과대 의학12) 씨는 “지하철을 탈 때 노인 분들이 시야가 좁아져 옆 사람을 치게 됐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복지사는 “시각에 스마트폰은 치명적”이라며 “현대인의 노화 과정에서 시각적인 문제가 심각할 수 있으니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공간을 이동해, 일상체험과 휠체어 실습도 진행했다. 약 두 시간 가량, 노인 생애체험을 하니 몸이 후들거리고, 뻐근했다. 지하철 문이 열리면, 가방을 집어던지거나 사람을 밀치고 자리에 앉으려는 노인들을 종종 본 적이 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체감할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지하철이 노인에게 무료이기 때문에, 계단이 많더라도 버스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이 많다. 황 복지사는 “노인들이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사람들은 ‘나잇값 하려 든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노인이 되면 신체적으로 약해져 자리에 앉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한 “노인은 신체적 약자로 양보의 대상이 아니라 배려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체험장을 떠나려는 기자에게 황은영 사회복지사는 “노화는 천천히 진행된다. 노화불안을 가지기 보다는 나의 노년을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 지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한다”며 체험과정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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