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오후 2시,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앞 긴 줄이 서울광장 중앙을 가로지른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듯한 반듯한 줄은 오후 내내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이었다. 분향을 마치고 돌아가던 김별아(여·22) 씨는 “친구의 사촌 동생이 이번 사고로 변을 당했다”며 “엄청난 국가적 비극은 다시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오후 6시가 넘어서자 하교한 학생과 퇴근한 직장인들이 몰려 기존의 행렬에 더해 서울광장 왼쪽을 둘러싸고 반원 모양의 줄이 생겼다. 굳은 표정으로 대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노을 진 서울광장에는 숙연한 기운이 감돌았다.

 추모하고 치유하는 시민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의 설치와 운영을 총괄한 김혁 서울시청 총무과 서무팀장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운영은 천안함 침몰사고 이후 4년만”이라며 “시민들의 분향소 설치 요청 민원이 많았고 안전행정부에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분향소 설치 공문이 내려와 이번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분향소 오른쪽에는 실종자의 생환을 기원하며 추모 리본을 만드는 부스가 설치됐고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조문객들을 안내했다. 김혁 팀장은 “서울시청 공무원의 인력으로 부족한 행사 진행을 여러 단체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스와 함께 마련된 ‘소망과 추모의 벽’은 사망자의 명복을 빌고 실종자의 생환을 염원하는 조문객의 글로 가득했다. 조문객들은 글을 작성하고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애도하는 모습이었다. 김혁 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심정을 글로 남겨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시민들이 심리적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라며 “추모와 생환 소망의 욕구를 표출해 시민들이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 잘 적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혁 팀장은 공무원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가만히 있지 않는 대학생들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린 서울광장을 수백 개의 초가 다시 밝혔다. 노란 리본을 단 국화꽃을 들고 하얀색 마스크를 쓴 250여 명의 학생이 서울광장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긴 행렬을 이뤄 서울광장에서 보신각까지 이르는 길을 행진했다. 이 모임의 최초 제안자인 용혜인(경희대 정외09) 씨는 행렬의 선두에 섰다. 그녀는 “본가가 안산이라 이번 사고가 더욱 와닿았다”며 “사고 초기에 뉴스를 보면서 슬픔이 복받쳤고,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나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져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4월 29일 그녀가 올린 모임 제안 글은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이후 30일, 홍대 입구 일대, 명동 일대, 서울 광장에서 진행된 행진에는 300여 명이 참여했다.
 말없이 행진하는 그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다. 용혜인 씨는 “유가족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30대였는데 당시 ‘가만히 있었더니’ 비극이 반복되고 말았다고 호소하는 인터뷰를 봤다”며 “엄청난 희생자를 낳은 선장의 ‘가만히 있으라’는 말 또한 이 사회에 던지는 함의가 크다고 생각해 행진 피켓 문구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해 “승객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에서 알 수 있듯이 물질 만능을 용인하는 사회의 분위기와 안일하고 무책임한 정부의 대응 방식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긴 행렬을 이끌고 보신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행진은 느리게 진행됐지만 확고한 목적지를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 그녀는 ‘가만히 있지 않은’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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