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성년의 날은 한 사람이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의미를 축하하기보다 단순히 장미와 향수를 주고 받는 날로 여겨진다.
 장미꽃 한 송이와 향수 선물이 꼭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생은 이 날이 되면 잠시라도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19일은 성년의 날이다. ‘성년’, ‘어른’ 뜻은 알겠지만, 그 자격은 무엇일까? 캠퍼스 안팎에서 사람들을 만나 ‘어른’에 대해 물었다.

 





어른답지만 때론 미성숙

 교수와 직원들은 대체로 본교생을 ‘성인답다’고 평한다. 정순화(사범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예의’의 측면에서 본교생의 성숙함을 설명했다. “전공자도 아닌 어떤 학생은 질문을 할 때도 가정교육과의 논문까지 찾아서 제가 쉽게 답변을 주도록 배려해서 메일을 보내요. 그런 면들을 보면 아이들이 의젓하고, 성인답다고 생각하죠” 제기동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박창규(남·67) 씨도 고대생들을 어른스럽다고 말한다. “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안암역에서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보행을 도와주는 모습을 봤을 때 고대생이 어른답다고 느꼈어요.”
 정 교수는 불미스러운 일로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일부 본교생들이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인의 조건인 자기통제가 잘 된다면 자신의 욕구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죠. 어쩌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며 살다 보니 어느 날 통제불가능한 상태로 폭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본교 재무과 직원 이미라 씨 역시 어른으로 대하지 않는 부모의 과보호를 설명했다. “일을 하다 보면 학생이 아닌 부모님이 전화로 여러 일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 어떤 부모님은 학생대신 학교에 직접 와 일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죠.”

 아직 어른은 아니라고 자평
 본교생 스스로는 자신이 아직 ‘어른이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이영록(정경대 정외08) 씨는 자신이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평했다. “주변사람들에게 제가 먼저 겪은 고민에 대해 조언할 때 조금은 어른스럽다고 느껴요. 하지만 일상이 힘들 때 가끔씩 찾아오는 무력감에 대처하지 못할 때 ‘아직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박찬의(인문대 영문08) 씨도 비슷한 마음이다. “사실 4학년에다 남학생이어서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에요. 1, 2학년들보다 성숙한 부분도 있겠지만 아직 내 안에도 철없고 어린아이 같은 면이 너무도 많다고 느껴요.”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과거와 현재에서의 이상적인 어른상도 변화했다. 정순화 교수는 변화한  어른상의 결정적 차이로 ‘자신을 향한 배려’를 꼽았다. “과거에는 자신의 욕구를 참으면서까지 타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배려가 성인의 중요한 덕목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중자애(自重自愛)의 자세에서 비롯된 배려가 중요해요.”
 또한, 현대의 어른상은 자기 자신의 감정에 보다 솔직해지는 것을 요구한다. “어른이라면 자기가 할 말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할 수 있어야 해요. 특히 남자의 경우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다보니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현대의 어른은 나를 표현하는 것과 다스리는 것, 이 두 개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봐요.”
 오현수 세종학생상담센터 전임상담원은 현대의 어른은 더 인정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성인의 나이가 되면 어른이 됐다고 존경을 받았지만 이제는 어른이 갖춰야 하는 능력과 자격을 갖춰야 어른이라고 인정받는 것 같아요.”

 성인이 되면서 변하는 것들

 본교생은 성인이 돼 얻는 것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꼽았다. ‘성인’이라는 법적 인정이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온전히 소유하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김리곤(과기대 제어계측12) 씨도 ‘자유’가 본인이 얻은 성인의 권리라고 말한다. “성인이 되면서 내가 주체적으로 행동할 자유가 생긴 것 같아요. 사소하게 친구들과 밤새 노는 것부터, 넓게는 진로결정까지도요.” Michael Mumford(국제어학원)교수는 과거와 달리 경제적인 이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유’도 증가했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부모 세대는 전후 세대인 예전의 부모세대와 달리 자식의 경제적 자유를 감당할 수 있는 안정성이 있죠. 그래서 요즘 학생들은 과거보다는 경제적 측면의 고민이 덜한 것 같아요.”
 40대 이상의 연령층은 성인으로서 얻는 자유, 권리, 책임과는 다른 측면을 강조했다. 오현수 전임상담원은 어려움에 대한 대응 능력이 성인의 자세라고 이야기한다. “좌절했을 때 다시 일어나는 탄성력이 늘어나는 것이 성인의 장점이죠. 또한, 삶에 대한 지혜로운 대처능력도 얻을 수 있어요.” 박창규(남·67) 씨도 삶을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예전에는 모든 일이든 겪어보지 않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40대가 지나니 겪어보지 않은 일들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은 어른이 되어 자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욕망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영록(정경대 정외08) 씨는 욕구의 조절이 어른이 가져야 할 책임이라고 말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당장 친구들이랑 만나서 수다 떠는 것, 술 마시는 것 등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야했어요. 이처럼 더욱 소중한 것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이 어른에 가깝게 가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외국인 학생들은 성인이 되면서 변하는 것들에 대해 좀 더 내면적으로 접근한다. Eric(City University of New York- John Jay, humanities) 씨는 성인이 되면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더 이상 10대였을 때 해왔던 활동들을 자유롭게 할 수 없고, 천천히 생각해 볼 시간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Lucy(Bangor University, marine biology) 씨는 일상에서 웃음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어른이 되면서 일에 치우쳐서 쉴 시간이 줄어 점점 웃음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자신을 돌아보는 성년의 날
 오현수 전임상담원은 성년의 날을 맞아 ‘성인’에 대한 자신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은 진정한 성인인가?’에 대한 물음에 본교생들이 아직은 확답하지 못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성인이 되었지만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은 아직 길게 남아있다. “성년의 날을 맞이하는 학생들이 성인으로서 자신을 자각하고, 어떠한 어른이 돼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진정한 성인’이 되는 출발점으로 삼길 바랍니다.”

글|박승아, 유민지, 이혜진, 차정규 수습기자 news@
사진│이수빈 기자 lion@
일러스트|홍유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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