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산업체·병원 등 급식을 운영하는 기관에서 급식 경영의 전문화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자, 1980년대 말부터 급식전문경영회사가 생겨났다. 이러한 요구는 대학가에서도 나타나 1989년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식당을 급식전문업체에 위탁했고 현재는 대부분 대학에서 위탁 경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본교 안암캠퍼스도 모든 식당을 기업과 개인사업자에 위탁하고 있다.

 위탁 VS 직영

▲ '법대리아를 지켜줘'라고 서명한 학생들의 단과대는 경영대부터 식품자원경제학과까지 다양하다.

 대학의 식당 운영은 위탁과 직영,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위탁운영은 급식전문회사와 계약하여 업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행시키는 것이며 직영운영은 대학이 직접 운영·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급식전문회사의 위탁경영은 ‘위생’에 초점이 맞춰져 식약청의 정기검진 말고도 별도의 위생관리 교육을 하는 등 위생에 철저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위탁운영은 ‘이윤추구’가 목표이므로 복지가 목표인 직영식당과 구분된다. 그럼에도 대학 식당은 ‘싸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운영방식에 상관없이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낮은 수익성을 감수하고서라도 CJ·신세계 등 대기업이 급식산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대규모 유통라인을 갖춘 대기업은 급식산업에 진출하기도 쉽고 기업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직영운영은 학생 복지를 위해 만들어져 태생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위탁과 달리 전기세·수도세·감가상각비 등을 학교가 부담한다. 그런 탓인지 요즘 대학가에서 직영식당을 찾아보기 어렵다. 곽동경(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학교의 여건에 따라 운영 방식을 택해야 하지만 직영을 할 수 있다면 직영운영이 복지 면에서 학생에게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직영’ 고수하는 대학들
 급식전문회사의 대학진출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은 현재, 직영식당을 대학 캠퍼스에서 찾아보기란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학이 있다. △한국외대 △한양대 △서울대 △연세대 등이 대표적인데, 대학의 사정에 따라 복지 관련 부서나 생활협동조합을 조직해 직영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김태수 서울대 FS 사업팀장은 “대학에서 직영식당을 운영한다는 것은 후생복지 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외대
▲ 한국외대는 2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외대는 서울캠퍼스 내 모든 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한다. 한국외대에는 인문관 학생식당, 스카이라운지, 교직원 식당 등 총 3개의 식당이 있고 총괄지원팀 후생파트에서 운영한다. 후생파트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식당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매점·서점·기념품점 운영 수익과 카페와 같은 복지시설 임대수익으로 충당한다. 김종오 후생파트 과장은 “식당사업이 적자인데도 학교에서 직영을 고집하는 이유는 구성원의 복지 때문”이라며 “위탁을 줄 경우 식대가 올라가고 음식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1800원을 내고 학생식당을 이용한 박혜현(한국외대 LD학부14) 씨는 “학교가 식당을 운영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식대가 싸고 좋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인문관 식당은 1988년부터 직접 운영해 25년이 넘는 직영 노하우가 있다. 후생파트 직원 이규호 씨는 “오랜 시간 직접 운영해 학생의 입맛과 선호하는 메뉴에 대한 축적된 성과가 있다”며 “식당에서 장기 근무하신 직원이 많아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 점심시간 한양대 직영학생식당의 모습. 한양대 직영식당은 2000원~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운영된다.

 한양대 서울캠퍼스는, 전체 9개의 식당 중 기숙사 식당 2개와 학생식당 1개를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장학복지팀에서 직영한다. 이용이 과장은 “위탁운영을 하면 임대료 수익으로 학생 장학금을 많이 마련할 수 있지만, 장학금은 받는 사람이 한정된다”며 “직영식당은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장학복지팀은 식대 및 복지시설 임대에 대해 상임이사와 정기이사의 심사와 통제를 받는다. 사안 대부분은 상임이사가 결정하지만, 정기이사회의 심의를 거쳐야 통과할 수 있다. 정기이사회는 처장·직원대표·교수평의회 위원과 함께 학부생 대표, 대학원생 대표, 학생인권위원회 위원도 참석해 식당운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용이 과장은 “학복위 위원장을 비롯한 학생이 장학복지팀의 회계와 식대에 대한 심사 권리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직영학생식당은 2000원~3000원 가격으로 운영된다. 학생식당 담당 김민지 영양사는 “위탁운영식당은 위생관리나 인테리어 면에서 직영식당보다 우수하지만, 직영식당은 전기료, 수도세 등을 학교로부터 지원받아 낮은 식대에도 양질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서울대는 생활협동조합에서 7개의 직영식당을 운영한다. 서울대도 구성원의 복지에 초점을 맞춘 운영으로 적자운영을 면치 못한다. 김태수 FS사업팀장은 “대학식당은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누가 운영하든 적자가 난다”면서도 “직영으로 운영해 손익에 연연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식자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직영식당 운영에서 생기는 적자를 기념품점과 임대수익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이라면 생협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직영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인에 대해서는 800원에서 1000원 정도 추가적인 식대를 받고 있다. 김태수 팀장은 “우선적으로 학교 구성원에게 혜택이 더 돌아가도록 차등적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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