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서 대학언론사 기자들을 만난 정몽준 후보의 표정은 다소 피곤해보였고 목소리 역시 갈라져있었다. 인터뷰 내내 정 후보는 기존의 ‘재벌’ 이미지를 벗고 시민에게 다가가보려는 의지를 보였다. 보통의 국민을 ‘서민’이 아닌 ‘중산층’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부터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인 ‘알부자’라고 불러달라는 말까지. 기자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는 바로 메모해가며 성실히 임했다.

▲ 사진제공| 서울대 대학신문
 - 20대에게 자신이 어떤 후보인지 소개해달라
“정몽준이란 이름에 대해 ‘정을 몽땅 주는 사람’, ‘알부자’라는 비판에 대해선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어른들의 비도덕성이 드러났다고 보는데, 나 역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한국을 좀 더 잘 이끌어나가고 싶다.”

 - 서울시는 전국에서 대학생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서울시장 후보로서 서울시 대학생들의 주거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말해달라
“대학들이 위치한 대부분의 부지가 개발제한구역이어서 학교 안에 여유부지가 있어도 기숙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된다면 개발제한구역을 완화해 대학 내에 더 많은 기숙사가 들어설 수 있게 하겠다. 이를 통해 기숙사 수용률을 20%까지 끌어올리려한다. 임대주택 10만호를 공급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2만호를 원룸형 또는 기숙사형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시 자체에서 공급하는 기숙사형 임대 아파트도 계획중이다.”

 - 서울시 대학들의 교육의 질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등록금 수준’이 얼마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교육의 질도 향상시킬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침에 시립대 교수를 만났는데 대학등록금이 줄어 대학 교수들의 연구비와 연봉 등이 반값 명목으로 다 깎였다고 불평했다. 등록금이 줄어드는 건 학생 입장에서 좋은 일이지만, 지성의 전당인 우리나라 대학에서 반값등록금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표현이 필요하다. 반값등록금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고등교육기관으로써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떨어뜨리는 동시에 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이 많이 훼손될 것 같다. 등록금이 계속 올라가는 것은 큰 문제지만 그것보다는 기숙사 문제나 장학금 정책 등이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본다. 다른 나라를 볼 때 유럽의 경우 프랑스, 독일 등이 대학 등록금을 면제했지만 미국은 정반대로 하고 있지 않은가. 기 소르망(Guy Sorman) 등 유럽의 저명인사들도 이런 부분은 미국을 칭찬했다. 등록금은 올라가지 않는 게 좋지만 등록금만 건드리지 말고 장학금을 우선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인천, 경기도 등 서울시 외곽 지역에서 한 시간 이상의 통학하는 학생들이 직장인 출퇴근 시간과 맞물려 해당 시간의 광역버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헌데 광역버스 증차 문제에 관련해서 서울시는 교통 혼잡을 이유로 거부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증차의 수요가 있다면 안할 이유는 없다. 서울하고 경기도 간 많은 교통량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버스든 지하철이든 대중교통수단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 신촌 경춘선 철도 인근을 ‘대학 관광특구’로
▲ 사진제공| 서울대 대학신문
지정하고 대학밀집지역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는데
“FIFA 부회장 시절 프랑스 월드컵 문제로 프랑스에 가본 적이 있다. 그 때 본 센강은 참 작은 것이었는데도 프랑스가 관광지로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이후 서울에 돌아오니 서울이 파리에 비해 더욱 가능성이 있는 도시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서울이 파리만큼의 관광도시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도시계획이 부족해서다. 유럽에 가면 크던 작던 어느 도시에나 공원이 있다. 대학 관광특구는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신촌의 경우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대 등 여러 대학이 있고 이는 커다란 관광자원이라고 생각한다. 고려대, 경희대 등이 모여 있는 안암동 인근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된다면 대학밀집지역의 땅을 일부 구입해 그 지역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벤처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달라. 그리고 부지 매입을 위해 7조 원이 필요하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재원확보하실 방안을 말해달라.
“2015~2016년에 서울에 있는 100여 개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다. 이 곳에서 82만 평의 새 부지가 생겨나는데 이전 시 공공기관이 부지를 민간에 수익중심으로 매각할 수 있는데 이 때 난개발이 우려된다. 이를 위해 정부와 협의하여 서울시 차원에서 이전 기관 부지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단지를 조성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계획이다. 재원은 서울시 차원에서 매년 1000억원 정도의 부지를 매입하여 창업보육, 기업지원시설 등을 설립하고, 민간개발을 유도해 지식산업센터를 유치해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 현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규제완화를 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서울시 내부의 규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세월호와 정부정책 등으로 인해서 규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규제 문제는 그 이전부터 있었다. 동작구 국회의원으로 일할 당시 남성초등학교 부지를 개발하려는데 공무원들이 현행법에 어긋난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알아보니 현행법에 어긋나는 사항도 아니었고 단순히 전례가 없어 공무원들이 두려워한 것이었다. 현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창조경제를 달성하는 데 이러한 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유 있는 규제도 있겠지만 합리적인 조정은 필요하다.”

 -서울지역 대학생과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후보기 때문에 서민의 어려움을 모르지 않느냐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그렇게 반대하는 사람들도 부자인 경우가 많더라.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대표도 부자이지 않은가(웃음). 국회의원 시절 어떤 분에게 정치인이 ‘서민’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불쾌하다고 들었다. 서민이라는 단어 자체에 ‘너는 서민으로 남아 나를 찍어라’라는 의미가 함의되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서민보다는 ‘중산층’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런 중산층을 배려하는 시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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