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아랍문화제가 5월 21일부터 7월 4일까지 열린다. 한국-아랍소사이어티가 주관하는 이번 축제는 아랍현대미술전, 사진전, 영화제, 세미나, 강연 등으로 구성돼 다양한 볼거리로 아랍문화 전반을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 타이틀인 FLUID FORM은 ‘유동체’라는 용어로, △정치 △경제 △사상 등 아랍문화의 복합적인 상황을 시사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상대적으로 세계와의 교류가 단절됐던 아랍권 예술가들은, 인터넷과 SNS 등 디지털 교류를 통해 미디어 공동체를 형성하는 등 자신들의 생각을 세계와 토론 및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가고 있다. 모로코, 이라크,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총 아랍 10개국 22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아랍현대미술전 FLUID FORM II는 5월 31일로 서울에서의 전시를 끝내고 부산시립미술관에서 4일부터 전시를 시작한다.


 ‘아랍’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다
▲ Faisal Samra_Arab Spring. 사진│한국-아랍소사이어티 제공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메시지는 ‘아랍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파이살 삼라(Faisal Samra)의 작품 <Arab Spring>은 이번 전시회가 내포한 메시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이다. 자그마한 모래언덕 위에 놓여있는 빨강색, 초록색, 하얀색, 검은색의 풍선은 아랍에 대한 고정관념을 뜻한다. 김유연 큐레이터는 “모래는 아랍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막을 나타낸다”며 “풍선은 아랍의 부풀려진 이미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화려한 무늬가 수놓은 하늘을 뒤로한 채 활주로에 서있는 비행기의 모습을 그린 압둘낫세르 가렘(Abdulnasser Gharem)의 작품 <In Transit>은 아랍에 대한 서구사회의 일반적 인식을 풍자한 작품이다. 김유연 큐레이터는 “9·11 사건 이후 서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아랍이 일반적인 인식으로 굳혀졌다”며 “이 작품은 아랍에 대한 획일화된 시각과 인식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아랍의 현주소
▲ Abdulnasser Gharem _In Transit. 사진│한국-아랍소사이어티 제공
 아랍 내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해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은 사회상을 나타내는 작품도 눈에 띈다. 처참하게 부서진 건물에 앉아 가냘픈 몸으로 뜨개질을 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라에다 사데(Raeda Saadeh)의 작품 <페넬로피>는 전쟁으로 고통 받는 아랍인들의 아픔을 담아냈다. 김 큐레이터는 “주위 풍경과 완전한 대조를 보이는 이 작품은 아랍의 현 상태를 보여준다”며 “건물이 부서져가도 삶을 위해 뜨개질을 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인 ‘최후의 만찬’을 토대로 만든 오사마 디아브(Oussama Diab)의 작품 <The Last Supper>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작품이다. 두건을 얼굴에 둘러 마치 테러리스트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13명의 사람들이 억압적 현실에 대한 저항을 뜻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을 책상 위에 벗어 놨다. 김유연 큐레이터는 “점차 개방 돼 전 세계와 피드백을 주고 받은 아랍작가들의 결과물로도 볼 수 있다”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했다.

 라에다 사데의 또 다른 작품 <The Vacuum>은 이스라엘과 영토 분쟁을 일으킨 팔레스타인을 의미한다. 황량한 사막에서 청소기로 바닥청소를 하는 여성의 행동은 역설적이다. 김유연 큐레이터는 “먼지청소를 하는 데 사용하는 진공청소기를 사막에서 돌리는 것은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무기력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아랍의 염원
▲ Sama Alshaibi_Fatnis Al Gazirah from ‘Sisilia. 사진│한국-아랍소사이어티 제공

 끊임없는 내전과 분쟁으로 얼룩진 아랍, 그들의 염원은 안전한 삶의 터전이다. 사마 알샤이비(Sama Alshaibi)의 <Fatnis Al Gazirah from Sisilia> 작품은 강 건너의 땅을 염원하는 사람의 모습이 나온다. 자신들의 거주지를 빼앗긴 일부 아랍인들의 정서가 느껴진다. 김 큐레이터는 “전쟁과 불안 사이에서 점령과 추방이 일어나고 있는 아랍의 안타까운 현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산 핫자즈(Hassan Hajjaj)의 <Dotted Peace> 작품을 보면 (작품17번사진) 여성이 성곽에 둘러싸여 안전한 모습이 나온다. 김유연 큐레이터는 “성곽이 여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펩시나 햄 등 서구문명이 테두리에서 성을 또한 보호하고 있다”며 “자본주의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 서구문명이 아랍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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