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자세 낮춰주시고, 찍는 사람 같이 앉아서 자세 낮추고!” 5월 29일 반포동에 위치한 스타일 임팩트 스튜디오(대표=배지환, S.I STUDIO), 배지환(남·39) 사진작가의 디렉팅(Directing)이 한창이다.

▲ 늦은 오후, 밀린 사진 편집에 열중하는 배지환 작가
 S.I STUDIO는 2002년 도봉구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시작된 1인 스튜디오다. 배지환 작가는 26살이던 2002년 당시 인터넷에 올라온 한 가족사진을 보게 됐다. 그 가족의 인생이 자신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감동’을 느끼고 사진의 매력을 알게 됐다. 이후 ‘사진에 미쳐서’ 아무런 이론 지식 없이 무작정 시작한 1인 스튜디오는 어느덧 햇수로 13년 차가 됐다. “중학교 때 싫증을 느껴 미술공부를 그만두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대학 전공은 세무회계과예요. 늦은 나이에 사진의 매력을 느꼈지만, 배운 게 없으니 유일한 스승은 책과 인터넷이었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실무 경험을 통해 지금의 실력을 쌓을 수 있었어요. 사진작가에게 학력이나 전공은 중요치 않습니다.”

 오전 10시, S.I STUDIO로 출근한 배지환 작가는
▲ 스튜디오 촬영을 연출하고 있는 배지환 작가.
신인모델 촬영의 연출을 담당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모델과 후배 사진작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간단한 실내 촬영은 후배 사진작가에게 맡기고, 전반적인 연출을 담당하고 있어요. 모델에게는 포즈를 지시하고 사진작가에게는 카메라 앵글을 잡아주죠. 촬영에 차질이 생기면 일정이 밀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촬영을 수시로 감독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 그의 시선이 모델과 사진작가를 거쳐 스튜디오에 비치된 모니터에 머무른다. 사진 편집을 위해 컴퓨터 화면에 떠오른 촬영 사진에 몰입하는 그의 모습은 촬영으로 분주한 스튜디오와 대비된다.

 오후 2시, 배지환 작가는 그가 고문이사로 활동하는 ‘연우 갤러리’의 홈페이지 리뉴얼 문제로 청담동에서 웹 프로그래머와 미팅을 했다. 연우 갤러리는 웨딩 업체 40여 곳에서 찍은 웨딩 컨셉 사진을 전시해 갤러리 방문자에게 보여주고 방문자에게 의뢰를 받으면 해당 업체와 연결해주는 일종의 웨딩사진 에이전시다. 배지환 작가는 사진작가가 부족한 연우 갤러리의 요청으로 웨딩 사진 촬영과 사진 편집 총괄을 담당한다. 연우 갤러리 홈페이지의 웹 디자인 또한 그의 몫이다. “사업 미팅 또한 사진작가 업무의 연장선이에요. 제 최종 목표가 사진 콘텐츠를 가지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 사업을 만드는 거예요. 갤러리 사업이 확장되면 제 목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배지환 작가는 웹 프로그래머의 설명을 들은 후, 홈페이지 웹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문가 두 사람의 의견이 오갔지만 어느새 배지환 작가가 대화를 주도한다. 두 전문가는 배지환 작가의 의견대로 홈페이지 디자인을 리뉴얼하기로 했다. “외부 디자이너를 쓰지 않고 직접 웹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유는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사진 작업에 대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편집을 할 때도 전반적인 웹 디자인 지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 사무실 벽면에는 그동안 사용했던 카메라와 사진 관련 서적 등이 전시돼 있다.
 오후 4시 30분, 배지환 작가는 S.I STUDIO 옆 건물 1층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 돌아와 사진 편집을 진행한다. 개인 약속, 강연, 인터뷰 등으로 밀린 편집 작업량을 그때그때 처리하기 위해 보통 새벽 2시까지 사무실에 혼자 남는다. 사무실 왼쪽 벽면에는 10여 개의 카메라들이 진열돼있고, 사진 관련 서적들도 나란히 서 있다. 컴퓨터 화면에는 그의 작품인 SONY 카메라 광고, 본 도시락 광고 등의 사진이 떠 있다.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정해야 합니다. 사진은 광고, 패션, 웨딩 등 쓰이는 분야가 다양해요. 사진 이론 공부와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공부도 병행해야 하죠. 패션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면 패션 업계와 패션잡지에 대해 알아보고 연구해야 합니다.”

 그는 인정받는 사진작가가 되려면 ‘자기 PR'이 중요하다는 말도 강조했다. “2003년 사진 커뮤니티인 'SLR 클럽’에 제가 촬영한 사진을 올리면서 호평을 받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어요. 이후로 많은 사진 의뢰가 들어오고 2006년에는 한국판 내셔널 지오그래피 최연소 사진작가가 됐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홍보하는 노력도 필요해요.”

 그는 사진작가에게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갇혀있는 프레임 안에서 사진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뻗어 나가요. 이런 사진의 특성 상 풍부한 경험이 사진에 반영돼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죠. 5월, 바이크를 타고 전국 일주를 다녀왔는데 자연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어요. 이런 경험이 제 풍경 사진에 묻어나올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진은 사랑이다’라는 자신의 사진 철학을 소개했다. “아버지가 3년 전에 직장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사진을 좋아하셔서 수동카메라로 저를 많이 찍어주셨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진첩들을 정리하다가 아버지가 찍어주신 사진 속에 아버지의 사랑이 담겨 있는 걸 느꼈습니다. 아버지의 사진처럼 ‘사랑을 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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