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비리, 조직적 은폐. 어느 새 한국 액션, 스릴러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언뜻 기억나는 영화만 해도 상당하다. <부당거래>, <표적>, <특수본> 등과 같은 작품들 말이다. 대개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이 뒤쫓지만 어쩐지 자꾸 정보가 샌다. 알고 보니 내부에 부패한 경찰이 있었고 그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동료를 배신한다. 잘 짜여진 드라마로 긴장감을 주지만 어느 새 이런 이야기도 경찰 수사물 내지는 스릴러의 클리셰가 되고 말았다.

 얼핏 보면 <끝까지 간다>도 전형적인 경찰 소재 스릴러처럼 보인다. 위기에 처한 형사, 만성적으로 부패를 저질러 온 이혼남, 고건수. 그는 우리가 지금껏 늘 보아 왔던 그런 형사와 전혀 다를 바 없이 등장한다. 나쁜 짓을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뼈 속까지 악인은 아니다. 다만 먹고 살기 팍팍한 현실에서 좀 더 윤택한 삶을 위해 약간의 눈속임을 해왔을 뿐이다. 동료들과의 팀워크나 밸런스도 좋은 편이다. 문제는, 고건수가 저지른 범죄가 팀워크나 밸런스로 해결이 불가능한 뺑소니, 시신유기와 같이 중대한 범죄라는 것이다.

 고민하던 고건수는 말도 안 되는, 기상천외한 생각을 떠올린다. 바로 어머니의 관에 시체를 함께 넣는 것이다. 고건수가 관에서 나무못을 빼고, 어머니의 시신 위에 자신이 친 시체를 올리는 과정은 긴장감이 넘치도록 연출되어있다. 주목할 것은 바로 엄청난 긴장감 사이에 배치된 유머들이다. 시체를 관에 넣고 못질을 끝내는 순간 울리는 휴대전화음이라던가, 여동생이 점을 보고 왔더니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남자가 있고 지금도 옆에 있다더라, 라는 유머들 말이다.

 너무나 쉽게 시체 은닉이 마무리 되는 듯싶은 그 순간, 드디어 영화적 긴장감의 핵심이 등장한다. 시체의 은닉이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음을 바로 이 뒤늦게 등장한 인물이 알려주는 것이다. 신분을 감춘 제보자는 “그”가 누구이며, 누구를 죽였고, 어떻게 했는지 잘 알고 있다. 심지어, 그는 그 죽은 남자를 찾아오라고, 겁을 준다. 조진웅이 맡은 이 악역은 긴장감의 수준을 거의 공포 영화로까지 끌어 올린다. 냉정하고 철두철미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눈빛이나 목소리도 강렬하다. 고건수 역을 맡은 이선균이 매끈하지만 어딘가 나약한 느낌이라면 조진웅은 훨씬 더 남성적이며 무게감 있다. 이선균과 조진웅은 단순한 경찰 스릴러가 아니라 캐릭터 대 캐릭터로서의 대결을 이끌어 낸다.

 <끝까지 간다>의 긴장감은 하나씩 공들여 세워 놓은 도미노를 넘어뜨릴 때의 쾌감과 닮아 있다. 사고에 대한 긴장이 풀리기도 전에 시체의 은닉 과정으로 이어지고, 시체를 묻자마자 또 다른 제보자가 등장해 긴장을 더한다.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전개가 관객을 긴장의 롤러 코스터에 태운다.

 스릴러 영화는 곧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간의 타이밍 싸움에서 그 성공과 패배가 결정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를 두고 두뇌싸움을 하는 관객에게 <끝까지 간다>는 꽤 흥미로운 적수다. 끝까지 긴장의 역치를 높여가는 것도 장점이다. 용두사미 격이 아니라 오히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긴장감이 더 높아진다. 긴장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 디테일과 타이밍이 매력적인 <끝까지 간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