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 발달과정에 따르면, 신경 세포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을 겪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는 이유 없는 불안이나 자아정체성의 혼란 등이 흔하게 나타나는 시기다. 본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불안이나 기분 저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증상”이라며 “자신의 불안과 우울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우리가 정신적으로 성숙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답변이 자존감 관련 설문지의 주관식 답변 약 67.25%을 차지했을 만큼 본교생은 자기 자신을 사유할 시간적, 심적 여유가 부족하다. 선안남 심리상담소 소장은 “사회에 나가기 전, 사회로부터 어떻게 독립해서 ‘나’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자기정리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런 자기정리는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좀 더 넓은 시야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선안남 심리상담소 소장 인터뷰와 정신과·학생상담센터 상담을 통해 자존감과 ‘성장을 위한 상담’에 대해 알아봤다.

 “대학생을 상담하다보니 대학공부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라며 “내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선안남심리상담소 소장이자 <(행복을 부르는) 자존감의 힘>의 저자 선안남 상담가를 만났다. 주의 깊게 경청하고 그 때 그때의 알맞게 반응하며 내담자의 고민과 이야기를 이끌어낸다는 선안남 소장은 그녀의 대학생활과 상담경험을 통해 깨달은 자존감의 중요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 대학생은 어떤 상담을 많이 하는가?
▲ 사진| 이지민 기자 mint@

 “대부분 자존감과 관련된 이야기인 것 같다.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부모로부터의 독립, 상대적 비교를 통한 자기 부정적 인식 등이 드러난다. 대학 단계에서는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동시에 스스로 사회에 진출하기 전 자신의 진로와 인간관계를 실험해 봐야한다. 하지만 실험해보기도 전 준비 없이 사회진출을 경계하는 분위기에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너무 취약한 상태로 대학에 들어와 혼자 일어서는 것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 자존감이 결여됐을 때 나타나는 구체적인 증상은 무엇인지
 “대부분 학생이 ‘자신을 존중하냐’는 질문에 의식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자존감’은 구체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반응을 통해 드러난다. 이를테면 ‘애프터를 받지 못하는 상황’과 같은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반응은 그 사람의 자존감을 보여준다. 또한 연인 관계에서 자존감 결여의 증상으로 상대를 매번 시험에 들게 하고 SNS 등으로 추적하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연인관계에서 ‘나’의 경계와 상대의 경계가 무너진 것인데, 자신 안에 결핍된 것이 많아 상대로부터 애정을 끌어오려고 하는 것이다.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관계를 갖더라도 자신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려고 하지 않는다.”

 - 저서에서 ‘초기 가족관계가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서 맺는 관계 그리고 자신이 소속되는 관계와 환경이 아이에게는 전부다. 이 환경이 우호적이고 편안하면 이 사람의 타인에 대한 관념도 긍정적일 수 있다. 그렇게 암묵적으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며 자라면,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상호간에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위기상황과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이런 관계를 유지하며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부모와 원만하지 않고 스트레스가 많으면 남들이 적대적이라는 불신을 깔고 갈 수 있어서, 타인을 왜곡되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본인이 힘들어 주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 ‘나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다’는 관념이 강화된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에 대해 잘 알아야한다. 단편적으로 자신을 파악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내 인생에 어느 지점에 와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헤아리고 결정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자신을 사랑하기 쉬워지며,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성찰의 시간을 갖지 못하면 사회의 압력에 ‘헉헉’거리며 앞으로 가게 된다. 살아가며 자기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것을 제 때 알아채지 못하면 자신을 미워하며, 자존감이 낮은 상태에서 살게 된다. 사회 초년생이 많이 상담요청을 하는 편인데, 그 중 다수가 경제적 압박이 오기 전, 자신을 정리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대학 때, 자기를 돌아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강연과 프로그램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소장님은 대학시절, 어떻게 자존감을 유지했는지 
 “나 또한 대학시절 방황을 많이 했다. 괜히 마음이 허하고 외롭고 혼란스러웠다. 주위에서 들리는 ‘경영학 복수전공 해야 한다’, ‘연수 가야한다’, ‘이성친구를 사귀어야한다’ 등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더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했다. 그런 와중에도 내가 하고 싶은 심리학 공부를 해야지 생각했다. 다행히 번지수를 잘 찾아갔다(웃음). 그러면서 내 마음에 집중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남자친구를 만나도, ‘상대방이 나한테 어떻게 하는지 보다는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이 어떤지를 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러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경험의 폭이 좁아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는 가운데 급하게 주위의 의견에 편승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통로를 취합해야하긴 하지만 최종결정은 ‘내’가 내려야 한다. ‘나’를 더 알게 해주는 심리학에 흥미를 느껴 계속해서 공부하다가 심리 상담사 수련을 받았다. 상담사가 되는 수련기간이 길고, 경제적 비용도 많이 들어 불안하기도 했지만, ‘내가 할 수 있고, 해나갈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며 확신을 얻었다.”

 - 경제적 부담으로 꿈을 포기하는 대학생도 많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돈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마다 중요시하는 가치는 다른데, 사회에서 물질적 가치를 강요받는다고 해서 이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어떤 일을 하든지 기회비용은 있다. 쉬워 보이는 길도 그 안에 들어가면 경쟁이 많아 장기적으로 보면 어려울 수도 있고, 지금 당장 어려워 보이는 길이 어느 수준을 넘어섰을 때 내 안에 지니는 것이 커지면서 쉬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돈’을 추구하기 보다는, 경제적 스펙트럼 상에서 어느 지점까지를 원하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소득이 괜찮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나의 경우, 사람과 만나 의미를 창출하는 것을 중시하고 지금 삶에서 그 가치를 실현하며 그에 따라 일정 정도 포기해야하는 물질적인 부분과 균형 맞추며 살고 있다.”

 -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
 “대학생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한다. 책은 여러 개념과 생각의 정수를 넣은 것이어서 독서를 하며 작가와 대화하는 경험을 하면 마음의 공간도 넓어지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

글| 이지민, 정지혜 기자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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