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가 사유하는 근대 동북아시아’를 주제로 한 강연이 13일부터 이틀간 문과대 서관에서 열렸다. 대학원총학생회가 주최한 이번 강연에는 30여 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연단에 선 박노자 교수는 모스크바 대학원에서 한국 고대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한국학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날 강연에서 박노자 교수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한국인의 일본·중국인에 대한 시선을 설명했다.

  근대 한국인이 바라본 중국

사진│장지희 기자 doby@

  박 교수는 역사를 △개화기 △구한말 △일제 강점기로 시대를 구분하고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인식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 상인의 내지통상권(內地通商權, 청 상인이 조선에서 사업활동을 허락하는 권리)을 허가하면서 청나라 상인이 조선의 상업시장을 장악했고, 이에 불만을 가진 조선 상인들이 청의 무역회사를 공격할 정도로 적개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에 우호적인 세력도 있었다. 박 교수는 “안중근 의사가 저술한 <동양평화론>에서 ‘동양을 식민지화하려는 서양세력에 대응하기 위해선 중국과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로 여러 세력은 중국을 협력관계로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시기는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시선이 공존한다”며 중국 공산당과 김동인의 <감자>를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항일 운동 시기에는 김일성을 비롯한 여러 독립 운동가들이 참가해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김동인의 <감자>에는 포악하고 폭력적인 중국인의 모습이 묘사됐다”고 말했다.

  근대 한국인이 바라본 일본
  박노자 교수는 한국인이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복합적이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현상윤 전 고려대 총장을 예로 들며 일본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설명했다. 그는 “조선에서 천대받았던 여성과 달리 일본의 여성은 서양의 고전에 관해 토론하고 관심을 가졌다”며 “이를 본 현 전 총장은 일본을 선진적 근대국가의 이상적 롤모델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특히 도일(渡日) 유학생들에게 이런 경향이 강했다”며 “그들은 일본을 근대화를 이룬 강대국으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대비되는 반일적 시각도 존재했다. 박 교수는 신채호를 예로 들며 “그는 일본의 근대 문명을 서양 문명을 베낀 ‘주변적인’ 문명으로 표현했다”며 “독창적이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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