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사회에 존재하는 위험을 없애고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로 변화하는 것을 울리히 벡은 ‘탈바꿈’이라 했다. 이런 탈바꿈은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벡 교수는 강조한다. 울리히 벡은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분노하고 스스로 되돌아본다면,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반복된다면 사회는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인적 재해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사건을 통해 이 개념을 한국에 적용해보았다.

  1. 사건 발생
▲ 일러스트 | 김채형 전문기자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 붕괴 직전, 백화점 간부들은 피해가 생길 것을 알고도 종업원과 고객을 대피시키지 않고 백화점을 빠져나왔다.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백화점 내부에 있던 종업원과 고객 중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 당했다. 

  2. 국민의 분노
  삼풍백화점의 붕괴 사고가 발생한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실종자 수습 작업이 완료되지 않자 시민들은 항의시위에 나서고 경찰차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후 삼풍백화점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소속 유가족 300여 명은 ‘삼풍희생자 문제 조속해결 촉구대회’를 갖고 사고현장 공원화, 관련 공무원 처벌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 일러스트 | 김채형 전문기자
3. 성찰과 변화 노력

  사건 이후 삼풍백화점은 법률을 위반하고 지어진 건물로 드러났다. 부지는 애초에 주거용이었으며 건물 설계 시에는 종합상가 용도였으나, 건물구조 전문가의 진단 없이 백화점 용도로 변경했다. 또한 건설 당시 4층 건물을 억지로 5층으로 늘리며 기둥 둘레를 줄이는 등 부실공사를 해 1994년 11월에는 위법건축물 판정을 받기도 했다. 삼풍백화점 사고 직후 건설교통부는 '부실방지 및 건설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4. 유사 사건의 반복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바다 한복판에서 침몰했다. 당시 선장은 승객을 대피시키지 않고 배를 빠져나와 구조됐으며 배 안에 있던 승객  476명 중 293명은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됐다. 사고 후 세월호가 운항관리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구조과정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유가족들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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