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진 명예교수 사진 | 차정규 기자 regular@
  한상진(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해방적 파국을 한국사회에서 해독하는 방식'에 대한 강연이 8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강연은 울리히 벡 교수의 ‘해방적 파국’ 개념을 한상진 교수가 오늘날 한국의 관점에서 탐색해보는 취지로 열렸다. 

  한상진 교수는 “대한민국은 현재 파국적 위기에 처해있다”며 운을 뗐다. 한 교수는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들며, 안전 불감증을 비롯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위험 사회적 징후들이 비극적 재난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그 배경엔 ‘돌진적 근대화’가 있다며 “국가가 빠른 경제성장과 국방력 증강에만 몰두하면서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엔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충격과 해방의 관계’가 파국적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재난과 사고에 대한 충격이 단순히 부정적 감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방적 에너지의 공급원으로서 작용한다고 보았다. 한 교수는 “정당한 것으로 간주해 온 규범이 조직적으로 파괴될 때 사람은 충격을 받는다”며 “이 때의 충격은 절망을 넘어 도덕적 분노로 표출되고 이 도덕적 분노가 사람들의 행위를 이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국내에서 발생한 ‘좋은’ 충격의 사례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했다. 한 교수는 “당시 시민들의 도덕적 분노는 1980년대를 관통해 민주화를 향한 해방적 에너지 공급으로 이어졌다”며 “오늘날의 대한민국 사회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방적 성향의 도덕적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은 성장지상주의, 이념적 분열이 아닌 시민의 참여, 쌍방향 대화,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 받는 새로운 국가를 원한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의 대중의 해방적 성향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한상진 교수는 한국사회의 변화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변화를 갈망하는 대중의 욕구가 실현되기엔 한국 사회가 정치,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교수는 “현 정치사회는 권력층이 시스템의 개조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 시민은 해방적 에너지를 투입하고 제도권은 이에 호응하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진 교수는 부정적 현실 상황을 마냥 비관적으로 보기보단 울리히 벡 교수의 ‘탈바꿈’ 개념을 한국사회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벡 교수에 따르면 사회 전반에 걸쳐 정치, 집합적 사고방식 등에서 탈바꿈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주시하고 희망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교수는 이와 같은 탈바꿈의 주체로 젊은 세대와 지식인을 꼽았다. 그는 “세대의 탈바꿈이 사회의 탈바꿈에 영향을 미친다”며 “대한민국은 참여적인 젊은 세대들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 온 만큼 세대의 탈바꿈이 해방적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벡 교수는 예술가, 작가, 소설가 등 미래의 새로운 비전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식인들이 파국적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미래를 향해 대중을 끌어당기는 지식인의 창의적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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