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울리히 벡 교수가 11일 서울시청에서 ‘위험사회의 도전과 서울의 선택’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박 시장과 벡 교수는 사회적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울리히 벡 교수는 “서울은 시민 참여가 잘 이뤄지고 있는 도시”라며 대담을 시작했다. 벡 교수는 “서울은 급속한 발전으로 예견치 못한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정책 수립과 시 행정에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시민 참여형 행정모델을 시행하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공공경영)’를 시민사회와 함께 구축하려는 서울시의 시도가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의 참여를 제도화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의 안정된 위험관리 시스템을 위해선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라고 말했다.
  
  벡 교수는 영국에서 최근 발생한 홍수 사건을 사례로 제시하며 시민의 사회참여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영국 총리는 시민의 목소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빅 소사이어티(거대사회)’를 주장했지만, 막상 침수가 일어나자 해결의 주체가 정부인지 시민인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벡 교수는 그 원인으로 시민의 사회참여의 적정선과 참여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꼽으며 “시민이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참여하기 위해선 시민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국가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시장은 “모든 시민이 사회의 위험 관리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긴 어렵다”며 “사회적 의사결정을 할 때 주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2005년 미국에서 발생한 카트리나 태풍 사고와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들며 “사회적 위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사회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재난 발생 후 국가개조, 재발방지정책 등이 제시되지만 과거에 해온 것처럼 형식적인 기구 편성이나 예산 배치 등으로 끝나는 것은 충분치 못하다”며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위험요소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벡 교수와 박 시장은 범세계적 위험사회에서의 초국가적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벡 교수는 “한 나라의 입장에서 범세계적 위험을 바라보면 해답이 나올 수 없다”며 “국가 간 연합을 넘어 도시 간 연합체인 ‘글로벌 도시’를 구축해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한국의 서울, 중국의 북경, 일본의 동경 등 동북아시아 도시들이 연구협의체를 만들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벡 교수가 현대사회의 위험사회 극복 방안을 연구하는 ‘유럽연합 위기대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며 서울시의 위험 사례에 대한 조사도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이에 벡 교수는 “서울시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며 “아시아와 유럽이 상황은 다르지만 지역적 구분 없이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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