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녹조가 찾아온 여름이다. 4대강 사업 완공 3년차인 올해에는 예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찾아온 녹조와 함께 큰빗이끼벌레라는 태형동물이 4대강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후죽순 생겨나 4대강을 장식하는 이 생명은 무엇을 의미할까. 또한 완공 3년차 4대강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장마 전 조사를 위해 4대강을 찾았다. 4대강에는 사업 전부터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경고한 문제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작년보다 더 이르게 출현한 녹조는 그 발생량 또한 작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환경부의 물환경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이미 6월에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6개 보에서 남조류의 세포수가 조류경보수준(5000세포/㎖)을 초과하였다. 2012년과 2013년에 비해 한 달 정도가 앞당겨진 것으로 4대강 사업으로 보가 설치된 후 유속이 느려져 물의 정체시간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의 번식 또한 유속이 느려지며 나타난 현상이다. 큰빗이끼벌레가 제일 먼저 관찰된 금강을 비롯, 4대강 사업 구간 곳곳에서 큰빗이끼벌레를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한강에서는 하상에서도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되었다. 큰빗이끼벌레가 강변뿐만 아니라 강바닥 전체에서 서식하는 것이다. 이는 수자원공사에서 실시하는 강변의 큰빗이끼벌레 제거 방식의 임시방편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원인은 역시 유속의 감소다. 큰빗이끼벌레는 정수역(渟水域)을 선호하는 종으로, 본래 유속이 있는 강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생물이다. 큰빗이끼벌레의 번식은 하천생태계가 호소화(湖沼化)된 생태계로 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하상 생태계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저질토 분석을 위해 금강 백제보 부근에서 채취한 흙은 물을 정화하고 생명을 키우는 모래가 아니라 악취가 나는 질퍽질퍽한 흙이었다. 낙동강과 영산강, 한강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유속이 느려지며 각종 유기물과 고운 흙 입자가 가라앉아 형성된 점토층은 호소화된 강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산소가 통하지 않는 점토질의 하상은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점토층이 더 두터워질 경우에는 지하수와의 통수성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보 구간 수생태계 모니터링의 보고서에서도 유속감소로 나타난 생태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4대강 사업 구간 전반에 걸쳐 정수역을 선호하고 오염에 내성이 강한 생물들이 우점종(優占種)으로 나타난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한국의 하천이 지닌 본래의 특성은 획일화되고, 생태계는 망가졌으며 생물종다양성은 감소하였다.

   4대강 사업은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가 호언장담하던 맑은 물과 건강한 수생태계는 여기에 없다. 매 년 보수공사를 되풀이하며 끝없이 세금을 잡아먹는 구조물들과 병들어가는 생태계, 이로 인한 피해만 남았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함께 4대강 사업을 강행했던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으로 진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국고를 열어달라 한다. 국민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되었고 그 피해 또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상황에서 사업비 또한 국민의 혈세로 충당하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강의 생태계에 대한 이해 없이 이루어졌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한국 고유의 강 시스템이 파괴되었고 생태계가 교란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한 채 눈에 보이는 현상들을 덮기 급급하다. 4대강 사업의 책임자들은 아무런 반성도 없이 친수구역 개발, 댐 개발, 지류지천 정비사업 등 제 2, 3의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세금을 탕진하며 강을 망가뜨린 4대강 사업의 책임자들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4대강 문제 해결의 답은 재자연화 뿐이다. 수문을 열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보를 해체해야 한다. 강물이 흐르기 시작하면 생태계도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힘이다. 너무 늦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자연의 힘을 믿고 4대강 재자연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다솜
녹색연합 평화생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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