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꽃신’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춤과 노래로 승화시켰다. 배우, 제작진들의 재능 기부로 이루어진 공연을 보기 위해 8월 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를 찾았다.

  #1. 시끌벅적한 장터의 모습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일제의 수탈이 점점 심해지던 1940년대, 갖바치인 춘배는 큰 딸 순옥에게 줄 꽃신을 만들기 위해 장터에서 비단과 삼베를 산다. 한편 순옥은 독립운동을 하는 윤재와 비밀리에 사랑을 키워왔다.

  “사뿐 사뿐 가거라/ 좋은 길만 예쁜 길만/ 어여삐 가거라.”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고 어린 동생을 챙리느라 어리광 한 번 부리지 못했던 큰 딸에게 앞으로 좋은 길만 펼쳐지길 바라며 아버지 춘배가 부르는 노래다. 딸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마움, 희망이 동시에 느껴지면서도 구슬픈 어조는 순옥에게 좋은 길, 예쁜 길만 펼쳐지지 않을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2. 순옥과 윤재의 혼인날, 마을에서는 작은 잔치가 벌어진다. 춘배는 몰래 만들어왔던 꽃신을 윤재에게 전하며 순옥에게 신겨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꽃신을 채 신겨주기도 전에 윤재는 독립운동을 한 죄로 일본군에게 끌려가고 순옥과 그녀의 동생 금옥은 일본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친척 집에 숨는다. 떨어진 아버지가 걱정돼 길을 나서다 결국 순옥과 금옥은 일본군에게 붙잡혀 어디론가 실려 간다. 그들이 간 곳에는 군수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은 소녀들로 가득하다.

  #3. 그녀들이 도착한 곳은 위안소. 일본군들이 보는 앞에서 강제로 옷을 갈아입고 천막 뒤로 끌려간 그녀들은 이윽고 ‘이름을 빼앗기고 자신을 잃어버렸다.’

  노란 나비가 붉게 물드는 영상과 함께 보라색 천막 네 개가 무대 위에 쳐졌다. 그 천막 뒤에서 그녀들은 나타나다가 다시 사라진다. 그녀들은 빼앗겨버린 이름, 정체성에 울부짖는다. 노래가 끝나자 찢긴 우산이 무대 위에서 내려온다. 그녀들의 찢긴 몸과 마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녀들의 표정은 공허했다가 노래를 부르며 분노로 가득 찬다.

  #4.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과거는 잊어버려요”라며 즐거운 듯 노래 부른다. 금옥도 식당에서 일하며 전쟁의 상처를 극복한 듯하다. 그러나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닿자 “만지지 마이소!”라고 소리치며 음악이 멈춘다. 그녀는 아직 과거에 있었다.

  #5. 세월이 흐르고 그녀들은 할머니가 되었다. 똑같이 일본군에게 붙잡혔던 금옥의 친구 혜순은 병원에서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들에게 “잘못했어요!”라며 발작한다. 이를 보고 순옥은 살아서 차마 하지 못했던 말, “싫다! 안 된다! 아니다!”를 외치고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등장인물들은 모두 나와 혜순을 위로하며 그녀들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관객들이 양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그들의 삶은 전쟁 속에서도 전쟁이 끝나서도 침묵 속에 고통 받았다. 차마 말하지 못하고 담아 둔 진실은 그녀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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