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수학의 즐거움과 묘미를 나눈 대회 오프닝
수학의 즐거움과 묘미를 나눈 대회 오프닝
  • 이예원 기자
  • 승인 2014.09.02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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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3일 오전 8시 30분, 2호선 삼성역에 내리자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라 쓰인 팻말을 들고 서있는 학생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은 이날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의 개막식 참석자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오전 7시부터 안내를 하는 중이라는 김효정(서울대 자전14) 씨는 “자원 봉사를 통해서나마 이번 대회에 한 일원으로 참여해 수학계의 여러 석학들을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막식이 열리는 코엑스 행사장에 들어서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국적도, 나이도 다양했지만 서울 ICM을 기대하는 반짝거리는 눈빛은 모두 하나였다. 그 중에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장을 기다리는 앳된 학생이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부터 미리 와서 줄을 섰다는 김진욱(남·17) 군은 “많은 수학자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다”라며 “수학 관련 분야로 진학하고 싶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수학 공부에 더욱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 | ICM 공식 홈페이지

  5000명의 청중으로 가득 찬 행사장에는 뒷자석에 앉는 사람들을 위한 스크린도 설치돼 있었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박근혜 대통령과 김명환 대한수학회 회장, 박형주 서울ICM 조직위원장, 잉그리드 도비시(Ingrid Daubechies) 국제수학연맹 회장이 앞 쪽 강단에 등장했다. 취재진의 카메라와 청중들의 휴대폰 카메 라가 일제히 강단을 향했다. 청중 5000여 명의 박수 소리에 서울 ICM 개막식의 분위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박형주 서울ICM 조직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에서는 2014년을 수학의 해로 지정하고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며 “앞으로 수학이 사회에서 보다 확장된 역할을 하도록 수학 분야에 대한 각계각층의 꾸준한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막식 진행을 맡은 잉그리드 도비시 회장이 강단 중앙으로 와 필즈상 시상을 시작했다. 4년 만에 새로운 수학 영웅이 출현하는 순간, 수천 명의 청중들은 스크린에 이목을 집중했다. 곧이어 스크린 화면 중앙에 필즈상의 제창자인 존 찰스 필즈(John Charles Fields)의 얼굴이 그려진 금빛 메달이 등장했고, 메달은 아르투르 아빌라(Artur Avila)라는 이름을 서서히 드러냈다. 많은 인사들이 일어서서 이번 대회의 첫 수상자인 아빌라에게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아르투르 아빌라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국제수학연맹 회장이 전화번호를 묻는 메일을 보내와서야 제가 수상자란 걸 알 수 있었다”며 “브라질에는 노벨상과 필즈상 수상자가 아직 없었는데, 내가 그 모범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뒤이어 또 다른 수상자인 만줄 바르가바(Manjul Bhargava)와 마틴 하이러(Martin Hairer)의 영상이 차례로 나왔다. 40세 미만 수학자에게만 수여되는 필즈상답게 젊고 패기 넘치는 수상자들의 모습에 청중들은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네 명의 수상자 중 세 명이 발표되자, 남은 한 명의 수상자는 누가 될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 여학생은 “여성 수상자면 좋겠다”며 친구에게 속삭였다. 마지막 수상자를 발표하겠다는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대감과 긴장감이 섞인 고요한 정적이 잠시 동안 흘렀다. 영상이 시작하기 전까지 약 5초의 시간은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내 큰 눈에 짧은 머리를 한 여성 수학자 마르얌 미르자카니(Maryam Mirzakhanai)의 소개 영상이 나오자 청중들은 여느 때보다 큰 박수를 보냈다. 영상에서 미르자카니는 “어릴 땐 수학보다 소설 읽는 것을 더 좋아했지만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게 좋아서 수학에 흥미를 느꼈다”며 “수학의 즐거움과 묘미를 깨달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필즈상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미르자카니를 향한 관중들의 갈채는 영상이 끝나고 그녀가 자리에 앉을 때 까지 계속됐다.

  필즈상 수상자 발표가 끝나자 또 다른 수학상인 네반리나상(Rolf Nevanlinna Prize), 천상(Chern Medal Award), 가우스상(Carl Friedrich Gauss Prize)의 수상자 발표가 이어졌다. 수리정보과학분야 발전에 공로를 한 수학자에게 부여되는 네반리나상은 수브하시 코트(Subhash Khot) 미국 뉴욕대 교수에게, 응용수학분야 발전에 기여한 수학자에게 부여되는 천상은 필립 그리피스(Philip Griffiths) 프린스턴 고등연구원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응용수학 부문의 공로자에게 부여되는 가우스상은 스탠리 오셔(Stanley Osher) 미국 UCLA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잠시 후, 이날 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시상자로 나서 총 일곱 명의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상패를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수상자인 일곱 분의 수학자 여러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학문이자 전 인류가 공유하는 위대한 유산인 수학이 앞으로도 과학기술, 산업,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이끌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마리얌 미르자카니를 언급하며 “필즈상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상자로 선정된 마리암 박사의 도전과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여성 대통령이 여성 수학자에게 건네는 축하에 청중들은 다시 한 번 환호성을 질렀다.

  9일간의 수학 대축제의 서막을 지켜본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연신 뜨거운 눈빛으로 개막식을 지켜본 이다혜(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13) 씨는 “고등학생 때는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필즈상 수상자들을 보며 수학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며 “특히 최초의 필즈상 여성수상자가 탄생한 역사적인 순간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 벅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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