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명이 졸업할 때까지 책임지겠다’는 학교의 약속은 무용지물이 됐다. 2015년부터 보건과학대학(보과대)은 안암캠퍼스 하나과학관 B관으로 단과대를 이전한다. 하지만 안암캠퍼스 공간 어디에도 비전과자들을 위한 실습실은 없다. 2013년 보과대와 정보통신대학 학과 통폐합 목적으로 조직된 교육조직혁신특별위원회는 ‘비전과자 교육권 보장’이라는 내용을 회의록에 기재했다. 명순구 교무처장은 “강의를 듣는 인원이 적으면 폐강되는 규정도 비전과자들에게는 예외인 조항으로 규정했다”며 “학교는 비전과자들의 교육권을 최대한 보장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과대 2학년 학생은 “학교의 약속에도 실습실이 없다면 이는 비전과자 교육권 보장이라는 약속을 깨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되는 실습실 요구
 
보과대 기존 8개 학과 중 실습실이 필요한 학과는 임상병리학과, 물리치료학과, 치기공학과 3개 학과다. 윤범철(보과대 물리치료학과) 교수는 “실습실이 없다면 물리치료학과 학생에게 중요한 국가고시 시험에도, 나아가 환자를 볼 때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의과대, 간호대와 같이 물리치료학과에 실습실은 필수”라고 말했다. 김지환(보과대 치기공학과) 교수는 “현재 치기공학과 수업의 50%정도가 실습실이 필요하다”며 “국가고시에서도 실습이 시험과목인 만큼 실습실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학생들의 실습실 요구에도 학교 당국의 답변은 없다. 보과대 학생회는 2014년 4월 23일 보과대 학장과의 면담에서 안암 공간에 실습실 배정을 요구했다. 서연주 보과대 학생회장은 “당시 실습실 마련에 대해 학장님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며 “교수와 학생들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학교의 답변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임동현 임상병리학과 학생회장도 “비전과자 최후 1인까지 교육권 보장을 약속한 만큼 기존에 진행됐던 방식의 실습수업은 반드시 유지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마저도 실습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윤범철(보과대 물리치료학과) 교수는 보과대 이전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김법민 보과대 부학장은 “보과대 이전에 대한 회의에는 학부장들만 참석했다”고 말했다. 윤범철 교수는 “물리치료학과의 경우 실습실 마련에 대한 소문만 있을 뿐 구체적인 장소 세부계획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실습실 공간 배정은 여전히 논의 중
   보과대가 위치했던 정릉캠퍼스의 총 건물 연면적은 약 28,344㎡다. 반면, 2015년부터 보과대가 쓰게 될 하나과학관 B관의 건물 연면적은 약 16,305㎡로 기존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공간배치 계획에 따르면 하나과학관 내부 실습실이 마련될 가능성은 적다. 김법민 보과대 부학장은 “학과 통폐합 이후 단과대는 4개 학부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하나과학관에 실습실 마련은 힘들다”고 말했다. 김 부학장은 “하나과학관 이외의 공간에라도 실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교육권 보장을 위해 학과 실습실 용도로 400평, 연구 공간 200평을 학교에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공간배치 업무를 담당하는 신용선 에너지 안전팀 과장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학교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릉 실습실 공간 사용도 미지수
  정릉에 있는 기존 실습 시설이라도 이용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김지환(보과대 치기공학과) 교수는 “치기공학과 실습실은 추가설비가 필요하니 정릉의 기존 시설이라도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존 실습실 사용에 대해서 김법민 보과대 부학장은 “정릉 공간 사용문제는 관리비용, 셔틀버스 추가 운행 등 여러 사항이 얽힌 복잡한 문제”라며 “본교로부터 정릉 부지에 대한 활용계획을 들은 적이 없어 현재로선 섣불리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의 이같은 입장에 서연주 보과대 학생회장은 “실습실 마련을 계속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라며 “학교의 답변이 부정적일 경우 기자회견 등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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