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서울대 총학생회·교수협의회·민주동문회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거리행진에 나섰다. 행진은 약 14km의 코스로 서울대 정문에서 출발해 한강대교를 지나 서울역을 거쳐 청와대까지 이어졌다. 같은 시각 경희대 정문에서는 경희대, 연세대, 이화여대, 건국대, 성신여대 학생 150여 명이 모여 청와대로 행진했다. 많은 대학의 참여에도 본교 총학생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최종운 안암총학생회장은 “세월호 특별법 사안에 관해 학내에서 의견차이가 있기 때문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자는 이날 진행된 서울대 정문부터 광화문 광장까지 약 4시간에 걸친 행진을 동행했다.

  오후 3시
  거리행진은 총학생회장과 민주교수협의회 대표, 민주동문회 회장의 기자회견 후 시작됐다. 기자회견에서 대표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유가족과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행진에는 학생 못지않게 교수와 동문들도 상당수 참가했다. 김영환(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현재 상황이 위기라고 생각돼 국민 단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번 행진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SNS를 보고 왔다는 김진복(남·51) 씨는 “세월호 사고로 죽어간 아이들이 겪었을 무서움에 비하면 행진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어른들이 만든 상황인 만큼 어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법을 제정하라”, “대통령은 책임져라” 조용했던 도로와 거리가 참가자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학생들은 시민들에게 서울대 학생·교수·동문이 전하는 성명서와 유인물을 나눠줬다.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행진을 지켜봤다. 2층 창문에서 응원하는 시민도 있었다.

  오후 4시
  가장 난코스인 봉천고개에 다다랐다. 참가자들은 수건으로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았다. 하지만 구호 소리만큼은 여전히 우렁찼다. 숭실대를 지나 상도터널에 다다르면서 참가자들은 3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참가자가 늘자 행진은 차도 끝 차선에서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진행됐다. 약 1시간 후, 드디어 중간지점인 한강대교에 다다랐다. 참가자들은 함성을 질렀다. 한강대교에서 10분간 휴식을 취하고 대열을 정비한 행진은 다시 강북으로 들어섰다.

  오후 5시

  다리를 넘자 남산이 가장 먼저 보였다. 한강대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후발대가 합류하면서 행진은 더 길어졌다. 삼각지역을 지나자 경찰들이 경로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차선으로 나오려는 행진 참가자들과 인도로 유도하려는 경찰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몇몇 참가자들은 1차선을 넘어 2차선까지 진입하려 했고, 경찰은 이를 막았다. 행진에 참가한 한 서울대 학생은 “경찰은 시위대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데 과도하게 차선을 넘으려는 일부 참가자들의 행동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행진은 차도와 인도를 오가며 서울역까지 도착했다.

  오후 6시

  참가자들은 서울역에 도착해 두 번째 휴식을 가졌다. 그들은 한층 더 지친 표정이었다. 광화문 광장이 다가오자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한층 심해진 경찰 통제에 광화문에 이르렀음을 알게 됐다.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경찰은 ‘퇴근 시간이기에 인도에서만 행진을 허용해줄 수 있다’며 대열을 둘러쌌다. 이에 한 참가자가 ‘차도를 사용할 정도로 참가자수가 많고 앞으로 100m만 가면 도착하는데 왜 막냐’며 경찰과 맞섰다. 10여 분간의 대치 끝에 행진은 다시 인도로 들어섰다. 하지만 평화는 잠시뿐이었다. 광화문 도착 직전, 시위대는 다시 차선으로 나와 사거리를 가로질렀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국민 단식장에 들려 단식 중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 경희대에서 출발한 행진단과 합세했다.

  오후 7시

  광장에 모인 200여 명의 참가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집회장으로 향했다. 그들은 집회 후 유가족이 농성 중인 청운동 사무소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일부 교수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다음날 언론에선 유가족과 학생들이 경찰벽을 사이에 두고 극적으로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교수들이 가져갔던 탄원서는 결국 대통령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그리고 8월 29일,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 교수·학생·동문 80여 명이 신촌 캠퍼스에서 청운동 주민센터로 향하는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그렇게 오늘도 누군가는 청운동 주민센터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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