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불 켜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유승헌(디자인조형학부) 교수의 첫 마디였다. 불을 끈 채로 작업 하는 유 교수의 연구실은 낮에도 어두컴컴했다. 불을 켜자 바나나 모양의 문 고정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화이트보드에 쓰인 수많은 디자인 용어들과 컴퓨터 옆에 쌓인 일회용 커피 컵들이 유 교수의 일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학생들의 디자인 발표가 붙여진 여러 개의 우드락이 어지럽게 자리 잡은 연구실에서 독일 레드닷(Reddot) 디자인 어워드 대상을 받은 팀을 이끈 유승헌 교수를 만났다.
 
   유승헌 교수는 작업할 때 자주 마시는 블랙커피를 내주며 세계 3대 디자인 시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의 IDEO 공모전, 독일의 IF 공모전, 그리고 독일의 레드닷(Reddot) 공모전은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이라 불린다. 세 디자인 공모전은 기업이나 팀의 디자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레드닷 공모전은 특히 ‘상업화’와 ‘시장성’에 중심을 둔다.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작품에 가중치를 두는 것이다. 유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Site: Design Method’ (designmethod.korea.ac.kr)를 보여주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Site: Design Method’는 유승헌 교수 지도로 그의 수업에 참여했던 김누리(대학원·융합디자인학과), 안승준(대학원·융합디자인학과), 박민혜(대학원·융합디자인학과), 손민지(대학원·융합디자인학과) 씨가 만든 참여형 웹 사이트 UX다. 그들은 다양한 디자인 방법론을 직접 분석한 결과를 해당 사이트에 게재해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지원하고, 디자인을 어렵게 생각하는 일반인에게 접근경로를 제공했다. 웹사이트로 구현된 작품 개념의 독창성과 편리성을 레드닷이 인정한 것이다.
사진 | 차정규 기자 regular@

  
   ‘Site: Design Method’는 디자인 과정을 Definition(정의)-> Research(조사)-> Analysis(분석)-> Synthesis(통합)-> Realization(구체화)으로 구분한 후 체계적으로 각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방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Definition, Research, Analysis’ 과정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Bodystorming’을 제시하고, 이 방법에 대한 소개와 실제 적용사례를 한눈에 보도록 정리했다. 이 외에도 스토리보드 틀과 같이 실생활에서 필요한 양식도 제공한다. 작품을 보여주던 유 교수는 덤덤한 듯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 회사에서 저희 작품을 사용한다고 연락이 오고, 교수님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유 교수의 사무실 벽에는 수많은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다. 스케치 그림과 영어가 뒤섞인 포스트잇 하나하나엔 유 교수의 ‘창의성’이 녹아있었다. “우리가 흔히 새로운 생각을 듣고 ‘대단하다’고 하는 99.9%는 그저 아이디어일 뿐이에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해당분야, 즉 자기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가 전제돼야합니다. 그래야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 수 있고, 그것이 바로 가치 있는 창의성이 되는 거죠.” 삼성전자 디자인팀에서 근무하던 유 교수는 2012년에 본교에 임용되자 고려대만의 유니크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소망을 품었다. “학생들에게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제가 학생들과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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