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대학생이 주체적 탐구로 만드는 학술 활동
대학생이 주체적 탐구로 만드는 학술 활동
  • 이예원 기자
  • 승인 2014.09.15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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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리방 중앙에 놓인 테이블에 빙 둘러 앉은 학생들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해 토론한다. ‘참된 철학자는 가장 깊은 의미에서 비시대적’이라는 본문 내용을 인용하며 토론을 시작한 발제자 학생의 눈빛이 빛난다.

  # 2013년 10월, 본교에서 열린 학술제에서 ‘외현적 나르시시즘과 이익 및 손실지각의 관계’라는 주제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상당히 전문적 내용이지만 이 연구는 모두 심리학과 학부생들이 진행했다.
이처럼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주체적으로 탐구하고 다른 학생과 지식을 공유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본교 중앙동아리 ‘철학마을’, 심리학과 학부생 연합 학술단체 ‘Uma’,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을 이끌어나가는 대학생 세 명을 만났다.

 앎을 추구하는 대학생
   사회분과소속 중앙동아리 철학마을(회장=김시욱)은 본교의 유일한 철학동아리다. 철학마을에서는 동양철학, 서양철학, 예술론 등에 걸쳐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탐구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회원 15명 중 철학과 학생은 오직 두 명 뿐이다. 나머지 학생들의 전공은 국문과, 사회학과, 기계공학과 등 다양하다.

  철학마을에선 특정 주제에 대해 관심 있는 학생 여럿이 모여 그들만의 세미나를 기획한다. 주제를 선정하고, 세미나 진행 방식을 의논하고, 발제자와 토론자 역할을 나누는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함께 정한다. ‘니체’, ‘서양 철학사’, ‘스피노자’, ‘해석학’,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 읽기’ 등 주제는 다양하다. 김시욱(문과대 철학13) 회장은 학생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철학마을은 다른 동아리들과 달리 구체적인 커리큘럼도 없고, 정해진 규칙도 없어요. 각자 읽고 싶은 철학 서적 혹은 이론이 있다면 관심분야가 같은 사람과 함께 그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공부하는 공간이죠.”

  순수학문을 공부하는 동아리는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에 비해 그 수도 적고 그마저도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김시욱 회장은 스펙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를 찾는 학생이 많은 만큼, 정말 탐구를 하고자하는 학생들이 학술동아리를 찾아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철학마을을 찾는 분들은 철학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와요. 앎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이 모여서 스스로 탐구를 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동아리 활동이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울 필요가 없는 거죠.”

  다만 김시욱 회장은 철학에 대해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선입견은 아쉽다고 말한다. “철학에 대해 관심이 생겨도, 철학 동아리는 철학과 혹은 특정한 사람만 온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철학마을에서는 높은 철학적 지식도, 뛰어난 지적 능력도 요구하지 않아요. 관심이 있고 알고자하는 열정이 있다면 누구든 철학마을에 올 수 있습니다.”

 학부생이 개최하는 학술제
  Unity of Mind Analyst(마음을 탐구하는 사람들)의 약자인 Uma는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서울시내 여러 대학의 심리학과 학부생이 모인 학부생연합 심리학술단체다. 그들은 2011년부터 매년 10월 3일에 심리 학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2011년엔 ‘인간의 이중성’, 2012년엔 ‘인간의 욕망’, 2013년엔 ‘인간의 자기애’를 대주제로 해서 80여 명의 학생들이 100일 간 학술제의 기획부터 연구까지 스스로
▲ 사진제공 | Uma
진행했다. Uma의 이보나(서강대 심리11) 회장은 학부생이 만들어가는 학술제인 만큼 톡톡 튀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흔히 ‘학술제’라 하면 무겁고 재미없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Uma가 진행하는 학술제는, 학부생이 개최하는 만큼 주제도 대학생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심리학을 학부생의 시선으로 재미있게 다뤄보는 거죠.”

  대학생 연합 동아리의 경우 학과 공부를 벗어난 활동이 대다수지만, Uma의 학술활동은 학과 공부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보나 회장은 Uma 활동과 심리학과 공부는 접점이 많다고 말한다. “스스로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이론적 기반이 없으면 불가능해요. 자연스럽게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들을 다시 공부하고 적용하게 되죠. 심리학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도 많아,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실습을 해보는 느낌이에요.”

  이보나 회장은 Uma에서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한다. “Uma는 기업 공모전과 같은 대외활동처럼 스펙에 직접적 도움이 되진 않아요. 하지만 열정을 불태워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얻어가는 것들이 다른 대외활동들 못지않은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탐구의 공론장을 만들다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은 진보적 지식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려는 단체로 마르크스주의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세미나를 진행한다. 새움의 세미나에 참여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대학생이다. 그들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세미나를 찾기도 하지만 사회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갖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새움의 김정훈(정경대 행정08) 운영위원은 이들의 담론이 표출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학사회 내에서 주로 얘기되는 것들은 미디어에서 언급되는 이야기 혹은 특정 기업이 주장하는 논리인 경우가 많아요. 이것들과는 다른, 정치적 담론이 형성될 수 있는 공간은 대학 사회에서 찾기 힘들고요. 그렇다보니 정치적 불만이 수백 장의 대자보로 표현되기도 하죠.”

  새움에서 진행하는 세미나는 한 주제 당 약 6개월 동안 진행된다.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레 지적 시야가 넓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진행한 자본론 세미나의 경우, 오랜 시간 학습을 통해 자본론 1권에서 3권까지 모두 읽은 학생이 간사가 돼 강연을 이끌기도 했어요. 지적 성과가 나오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체계적으로 습득하려면 장기간 꼼꼼히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새움이 추구하는 역할이기도 하고요.”
 
  대학생들의 정치, 사회적 탐구의 공론장을 만들고자 하는 새움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진 않는다. “흔히 마르크스주의라고 하면 교주주의 혹은 특정한 정치색을 떠올리는 경향이 많아요. 하지만 새움이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하는 것은, 원전을 읽어보고 그 내용을 스스로 탐구하고 생각해보는 데에 의의가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힘으로 지적 역량을 기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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