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3 16:09 (수)
느슨해지고 사라지는 학번제 문화
느슨해지고 사라지는 학번제 문화
  • 한재윤 기자
  • 승인 2014.09.15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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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학번 김가영(여·22세) 씨는 같은과 13학번 정휘수(남·21세) 씨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선배님? 동생? 아니면 오빠? 가영 씨가 무슨 학과인지에 따라 다르다.

  학과 선후배 간 예절은 갓 입학한 대학생 새내기가 학과 생활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맨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학생회 또는 학과 구성원들은 학과 내 ‘학번제’와 ‘나이제’를 자체적으로 설정해 놓기도 한다. 이전부터 엄격하게 지켜진다고 소문난 본교의 학번제 문화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학번제에서 나이제로
  2014 학년도 신입생 기준 안암캠퍼스 61개 학과 중 실질적으로 학번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과는 57개 학과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기존에 학번제를 시행하다가 최근 5년 사이에 ‘나이제’로 바꾼 학과도 있었다. 국어교육과의 경우 2008년도 까지 학번제를 유지하다가 학생회 회의를 통해 점차 나이제로 바뀌었다. 국어교육과 회장 김겨레(사범대 국교13) 씨는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엄격한 학번제를 따랐지만 선후배 사이라도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을 놓기 시작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현재의 나이제가 굳어졌다”고 말했다. 임상병리학과 회장 임동현(보과대 임상병리08) 씨는 “원래는 학번제였지만 최근 나이제로 학과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며 “올해 2월부터 초면에는 철저히 학번에 따른 예를 갖추지만, 친분이 쌓이면 자유롭게 나이에 따라 친해지도록 학생회 차원에서 분위기 반전에 힘썼다”고 밝혔다.
  
  이전의 학번제 문화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장원(공과대 건축13) 씨는 “학번제 문화는 마치 직장에서의 상하체계를 연상시킨다”며 “과 행사의 원활한 진행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나이 많은 신입생들이 부쩍 늘어난 요즘 시대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임현지(사범대 체교11) 씨는 “현재 학번제는 후배가 선배에게 차리는 예의는 있지만 선배가 후배에게 차리는 예의는 없다”며 “예의란 상호간의 존중이 바탕이 돼야하는데 학번제는 한쪽에 치우친 존중만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과 특성에 따라 학번제 유지

  학번제를 시행하고 있는 4개 학과(지구환경과학과, 기계공학부, 의예과, 체육교육과)의 경우 학과 특성에 맞게 학번제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의예과 회장은 의사라는 직업 특성 상 도제식 교육이 진행되는 점을 학번제의 이유로 꼽았다. 신승민(의과대 의예13) 씨는 “나이에 상관없이 학번이 높으면 호칭은 ‘선배님’에 높임말을 써야하며, 선배가 나이 많은 후배에게 높임법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반말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구환경과 회장 박병준(이과대 지구환경13) 씨는 “새내기들이 처음 들어오면 엄격하게 학번제를 가르치고 동기들끼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반말을 쓰게 한다”고 말했다.

 유연한 학번제를 적용하기도
  학기 초 새내기들에게 학번제를 가르치지만 실질적으로 학번제를 사용하지 않는 과는 18개 학과(표에서 ‘혼용’)에 달했다. 건축학과의 경우 새터나 신입생OT를 통해 학기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신입생들에게 학번제를 가르치지만 개강 후 선후배 간이라도 친해지고 나면 나이에 따라 호칭을 부르고 말을 놓기도 한다. 건축학과와 같이 유연한 학번제를 적용하고 있는 컴퓨터통신공학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통대 회장 이호준(정통대 컴퓨터통신12) 씨는 “신입생들이 들어올 때는 우선 학번제를 적용하지만 이후에 친해지고 나서부터는 나이에 따라 호칭을 한다”며 “선후배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학번제를 시행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이 많은 후배가 호칭이나 예절에 있어서 아래에 있다는 개념은 아니다”고 했다.

 개념제, 자유제 등도 등장
  기존의 학번제, 나이제 개념과 다른 방식을 시행하는 학과도 있다. 영어교육과의 경우 신입생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기 전에 선후배간에 말을 놓는 시점을 정한다. 영어교육과 회장 현건우(사범대 영교13) 씨는 “08학번부터 학번제에서 나이제로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당시 곧바로 나이제를 시행하려다 보니 혼란이 있었다”라며 “선후배간에 말을 놓을 수 있는 시점(개강총회, 사발식 등)을 정해놓고 그 전에는 나이와 학번, 친분을 막론하고 상호간의 존대를 권장하는 ‘개념제’를 11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교육과와 경영대의 경우 학번제나 나이제를 시행하지 않고 학생 자율에 맡기고 있다. 역사교육과 회장 김지수(사범대 역교12) 씨는 “현재 학과 차원에서 딱히 나이제나 학번제를 시행하지는 않았고 가급적이면 상호간 위계가 없는 관계문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학생들 스스로 학번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각자 자율적으로 호칭이나 예절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학과별 호칭방식   2014년도 신입생 입학 61개학과 대상
학과 최장 및 단과대 회장 답변기준

 

단과대 학과 호칭 방식
경영대학 경영학과 자율
문과대학 15개 학과 나이제
생명과학대학 생명과학부 혼용
  생명공학부
  식품공학과
  환경생태공학부
  식품자원경제학과
정경대학 4개 학과 나이제
이과대학 수학과 나이제
  물리학과 혼용
  화학과
  지구환경과학과 학번제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학번제
  신소재공학부 혼용
  화공생명공학과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건축학과
  산업경영공학부 나이제
  전기전자전파공학부 혼용
의과대학 의예과 학번제
사범대학 교육학과  
  체육교육과 학번제
  국어교육과 나이제
  수학교육과
  컴퓨터교육과
  지리교육과
  가정교육과
  영어교육과 개념제
  역사교육과 자율
간호대학 간호학과 혼용
정보통신대학 컴퓨터통신공학부 혼용
보건과학대학 물리치료학과 나이제
  생체의공학과
  식품영양학과
  보건행정학과
  임상병리학과 혼용
  치기공학과
  환경보건학과
  방사선학과 자율
디자인조형학부 디자인조형학부 나이제
국제학부 국제학부 혼용
미디어학부 미디어학부 나이제
자유전공학부 자유전공학부 나이제
정보보호학부 사이버국방학과 나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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