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수(인문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교 인문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한 교우이다. 전 교수를 만나 사회학자이자 선배로서 지금의 대학생 학번제·나이제 문화와 선후배 관계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학번과 나이가 선후배 관계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
  “학번제든 나이제든 이름은 붙이기 마련이다.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은 나이에 상관없이 낯선 대학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이 때 1,2년 먼저 경험한 선배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노하우를 전해주고, 후배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학번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나이제 또한 인생의 선배로서 연장자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이 둘은 이렇게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개념이지, 유형화를 통해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학번제 문화에 반감을 갖는 학생들도 있다.
  “유교 전통사상에서 강하게 작용하는 장유유서의 상하 개념이 학번제 문화에도 투영됐을 수 있다. 학번에 따라 고학번이 저학번보다 우월하다는 개념이 무의식중에 자리 잡혔을 수도 있는 것이다. 분명 학번제는 선배로서 후배가 갖는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선후배간의 우열을 나누는 동시에 하나의 제도로서 강요된다면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학내 서열의 필요성
  “서열화 자체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지만 이는 사안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군대와 같은 조직에선 서열화가 필요하겠지만, 상호 평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한 조직도 있다. 이를 대학에 적용해 굳이 서열을 따진다면, 적어도 학과생활에 있어서 저학번은 고학번에 비해서 분명한 약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자와 강자의 개념을 고학번 자체가 계급장 혹은 벼슬로 작용한다는 식으로 이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학번제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다만 이를 운영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엄격한 상하관계를 설정하고 우월한 선배 밑에 복종하는 후배를 전제하는 것은 학번제를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올바른 선후배 관계의 방향은
  “학번제가 고려대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유산인 만큼 긍정적인 발전방향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같은 학번끼리의 끈끈한 정이나 단결력, 긍정적 네트워크, 선후배 간의 유대감 등이 고대 학번제에는 투영돼있다. 강한 자가 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해야 한다는 성경구절처럼 학과 생활에는 상대적으로 강자인 선배들이 저학번의 어려움을 맡아야한다. 강자와 약자간의 문제는 결국 강자가 과감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풀리게 된다. 이를 위해선 선·후배 간 상호존중이 전제되고, 선배들부터 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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