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학년도 교육부의 장애학생 고등교육 기회 확대 방침에 따라 1995학년도부터 각 대학에서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본교 또한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을 시행하고 있지만, 전형에서 다른 대학에 비해 너른 범위의 지원자격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이에 중증 장애인 학생이 다수 뽑히는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등과 달리 본교에는 경증 장애인 학생이 주로 입학하고 있다.

 

▲ 사진 | 차정규 기자 regular@
중증 장애인 학생 적은 본교 
  일반적으로 장애등급 1~3급은 중증 장애, 4~6급은 경증 장애로 분류된다. 각 대학 ‘2014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 조사서’에 따르면 최근 3년 간(2012~2014년) 학교별 전체 장애인 재학생 대비 중증 장애인 재학생 비율은 본교 20%, 서울대 54.5%, 연세대 92.3%로 본교는 낮은 수치를 보였다.

  서울대와 연세대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의 지원자격 기준을 ‘장애인 복지법에 의한 1~3급 기준에 상응하는 자’로 설정하고 이 외의 장애인 학생은 일반전형으로 받고 있다. 서울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담당 입학사정관은 “본 전형은 학업이나 수학(受學)하는 데 어려움을 가진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취지”라며 “1~3급으로 지원자격 기준을 제한하는 것이 전형의 취지에 합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본교는 1~6급 장애인학생을 대상으로 특별전형 지원을 받고 있다. 본교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담당 입학사정관은 “장애의 정도에 따라 수학의 어려움 정도를 구분 짓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또한 ‘장애 유형에 따라 지원 자격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장애 정도에도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넓게 해석해 모든 장애 등급을 대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장애인 학생이 적게 입학하는 원인에 대해선 “지원자 인원 자체가 전반적으로 적고, 지원자 중에서도 경증 장애인 학생의 지원 비율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조상 중증 장애인이 불리
  이러한 본교의 특별전형 1~6급 지원 자격 기준이 중증 장애인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은 장애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가산점이 있는 것이 아닌 모든 지원자의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내신 성적 등을 기준으로 입학생을 선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울 소재 대학의 지원 기준이 1~3급으로 제한돼있어 본교에 경증 장애인 학생 지원자가 집중되고, 상대적으로 중증 장애인 학생이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교 장애인 학생 B 씨는 “개인의 극복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장애 정도가 경미할수록 똑같이 공부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며 “같은 전형 안에서 경쟁하면 아무래도 중증 장애인이 불리해 본교 지원을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본교 장애인 학생 A 씨는 “장애 등급만으로 중증과 경증을 구분 지을 순 없지만 5, 6급 장애인 학생 중엔 학습에는 크게 지장 없는 장애인 학생도 있다”며 “이러한 학생이 특별전형으로 들어오는 건 정말로 힘든 다른 장애인 학생의 기회를 뺏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본교 입학사정관은 “이 부분에 대해선 본교도 인지하고 매해 논의하고 있다”며 “가시적으로 문제가 드러나거나 심화된다면 급수 강화 같은 부분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시 전환, 중증 인원 확대될까
  본교는 2014학년도까지 정시로 실시했던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올해 수시로 전환했다. 그 결과,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정시로 진행했던 2012년(41명 지원), 2013년(44명 지원), 2014년(31명 지원)과 대비해 올해 전환된 수시 전형에는 4~5배인 157명이 지원했다. 본교의 수시 전환 결정에 중증 장애인 입학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번 연도 본교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수험생 박지훈(가명. 청각장애 5급) 씨는 “대부분의 중증 장애인이 작년까지는 특별전형을 정시로 진행했던 고려대보다 수시모집인 연세대에 먼저 지원했을 것”이라며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에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연세대에 합격하고 고려대에는 지원하지 않은 중증 장애인 학생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증 장애인에 속하는 또 다른 지원자 박하연(가명. 청각장애 3급) 씨는 “고려대가 다른 대학과 달리 경증까지 모집하기 때문에 불리할 수도 있지만, 올해 처음으로 수시모집으로 바뀐 만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장애 유형도 고려돼야
  진정한 장애인 교육복지를 위해선 장애등급 기준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현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서 장애유형이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은 “장애 등급은 시대에 따라 같은 장애라도 다른 급수 판정이 나올 수 있어 급수만으로 수학(受學)의 어려움을 판단하면 안 된다”며 “‘휠체어를 쓰는 사람, 안내견과 다니는 사람, 수화를 쓰는 사람’처럼 장애 자체를 보는 대로 이해하고 ‘이 사람은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많겠구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학생 A 씨도 전형의 취지 실현을 위해선 단순히 등급으로 학업의 어려움을 따지는 것이 아닌 장애 유형에 따라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하는 데 가장 어려움을 겪는 장애는 제대로 듣고 말하는 것이 어려운 청각장애인 학생”이라며 “지체장애인 3급보다 오히려 낮은 등급의 청각장애인 4급 학생이 공부하는 면에선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닌
  본교의 ‘2014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 조사서’에 따르면 본교는 3년 간 단 한 명의 1급 장애인을 뽑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형수 사무국장은 “1급 장애인 학생이 입학하지 않는다는 건 해당 장애인 학생을 위한 학교의 지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2012년 장애인 등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의 장애 발생원인 중 질병, 사고 등의 후천적 원인이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김형수 사무국장은 중증 장애학생에 대한 학교의 지원 문제가 장애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같은 상황에서 비장애인 재학생이 사고로 인해 1급에 준하는 장애인이 됐을 때 학교가 계속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을 해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애학생 A 씨도 “학교에 휠체어 장애인 학생이 거의 없다 보니 휠체어 장애인 학생을 위한 인프라는 거의 없다”며 “모두가 잠재적 장애인임을 인지하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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