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학년도부터 시행되어 온 ‘장애인 등을 위한 특별전형’은 적극적 평등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되어 장애인들의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그들의 상대적 소외감과 기회 박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해온 바 크다. 하지만, 이 전형의 시행 여부와 구체인 전형 방법에 관해서는, 시행 주체인 대학의 입장과 이해당사자인 장애인 수험생의 입장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일부 대학들의 지원자격 제한 실태 특히, 중증장애(1~3급)로의 지원자격 제한을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정당하다면 어떤 전제조건이 필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학들이 장애인 등을 위한 특별전형에서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첫째, 최저학력기준(성적 기준)을 통한 제한이다. ‘수능 2개 영역 평균 2등급 이상’ 등과 같은 엄격한 성적기준을 지원자격으로 제시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엄격한 성적 기준은 장애학생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비장애학생과 원만하게 학업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학력수준이라는 논리에 기반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여 시행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법적, 제도적으로는 정당하다. 다만, 이러한 성적 요건을 완화하여 장애인 수험생의 실질적 기회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정책적 권고가 가능할 것이다. 

  둘째, 일부 장애 유형 또는 일부 모집단위에만 지원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자격 제한은 이미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각 대학이 특수교육대상자를 특별전형함에 있어서 특정 장애유형에 한정하여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관행을 시정하도록 권고”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또한 2007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을 기점으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등에 의한 상이등급자도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서 지원자격을 인정하도록 권고하였다.
 
  셋째,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지원자격을 제시하는 방식이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15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입학 시행계획 주요사항’에 따르면,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 등 일부 대학은 중증장애학생에게만 지원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지원자격 제한은 교육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롤스와 이돈희의 정의론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장애인 등을 위한 특별전형 제도는 이미 ‘장애인은 투자적 동기에 의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얻기 위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경쟁하기 어려워 고등교육 기회의 최소 수혜자 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예외적 상황에서 적용되는 차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최소 수혜자 집단에게 특별히 주어지는 기회’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학별 모집정원과 별도로 모집할 수 있도록 ‘정원 외’ 특별전형의 형태를 취함으로써, 장애인 등이 비장애인과 고등교육 기회를 얻기 위해 다투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장애인에 대비하여’ ‘1차적으로는’ 정당하다. 그리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특정 대학이 그 지원자격을 중증장애로 제한하는 것도 법적․제도적으로는 정당하게 발휘할 수 있는 재량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롤즈가 제시한 정의의 원리에 따르면, 최소 수혜자에 대한 차등의 원리는 마지막에 가서 불가피할 때 적용되어야 할 규칙으로 보아야 한다. 장애인 중에서도 장애 경증장애인에 비해 중증장애인에게 예외적으로 최소 수혜자에 대한 차등 원리를 적용할 만하다는 게 인정되어야 하겠지만, 그보다도 앞서서 경증장애인에게 최대한의 기본권적 자유의 보장 원리와 기회균등의 원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즉, 경증장애인에게 특별전형 지원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일반전형 등 다른 전형에 지원하여 비장애 지원자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전형 지원 및 입학 후 학습 및 생활 지원이 제공되어 실질적인 기회균등의 원리가 구현되어야 한다. 요컨대, 장애의 유무와 경중에 관계없이, 최소 수혜자에 대하여 차등의 원리를 적용할 필요가 없는 상태, 즉 모든 지원자가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종근
건양대학교 교수
중등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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