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주관하는 ‘2014 교과용도서 구분 기준(안) 정책연구 토론회’가 25일 서울교대 사향문화관에서 열렸다. 이 날 토론회에서 가장 큰 쟁점 사안으로 떠오른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검토’ 세션에서는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발행과 국정발행을 두고 토론공방이 이어졌다. 교육부는 이전 정책연구를 바탕으로 2015년 교육과정 개정 추진에 따라 교과서 구분 기준을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토론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음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토론장 안에는 방청객으로 입장한 전교조 교사들과, 재향군인회 등 보수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국정화추진시민단체협의회’ 회원들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 사이에서는 “여기가 토론장이지 시위장이냐, 신성한 교육장에서 무슨 짓이냐”, “저 사람들 퇴장시켜라!” 등의 상대방을 향한 감정적인 공격도 오갔다.

▲ 사회자는 전교조 교사들에게 피켓을 내려 놓을 것을 요청했다.사진 | 송민지 기자 alsel@kunews.ac.kr


  토론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발행 찬성 측 패널로 나선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 연대 대표의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조 대표는 가장 먼저 한국사 교육이 ‘이념 논쟁 속에서 확증 편향의 오류에 빠진 서술과 일부 교사들의 이념 편향적 교육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청소년들이 지청천 장군의 광복군 전투는 모르면서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는 잘 알고 있는 상황이고, 또한 유관순 열사에 대한 기록마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4종에서 누락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민중사관의 관점에서 비판적 서술로 가득 찬 역사 교육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결여된 반자본주의적 역사 인식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수렴돼야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행 한국사 검정교과서 8종이 특정 주제 별로 각자 다르게 서술돼 시험에서의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고, 편향된 역사 교육이 부모와 자녀 세대 간 전통적 문화 가치 공유에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교육의 다양성과 질적 개선 가능성 등 검정교과서의 장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더 이상의 이념적 논쟁에 한국사 교과서가 휘둘려서는 안된다”라며 “철저히 사실로서 규명된 객관화된 하나의 정사로 쓰인 국정교과서 전환에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순서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발행 반대 측 패널인 최병택(공주교대) 교수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최병택 교수는 1974년 국사 과목이 검정 발행제에서 국정 발행제로 전환된 당시(이후 국사(2007), 근현대사(2003) 교과서의 검정 발행제 전환) 이러한 조치가 권위주의 정부의 정통성 확보 노력과 상통했다는 점을 들며 당시 지적된 문제를 짚었다. 그는 국정발행제에 대해 “편향성 최소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필진 구성 등에서 논란이 불가피하고 특정 역사관을 국가가 옹호·제시할 수 있어 오히려 기존의 ‘이념 논쟁’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검토' 토론회에 사회자와 9명의 토론자들이 앉아있다.
  최 교수는 현행 검정발행에 대해 “교육과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자유 경쟁을 통해 교과서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검정 과정이 촉박한 시일 내 많은 양을 검토해야 하고 이로 인한 운용 과정에서의 오류가 ‘이념 논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체제의 대안으로 현행 검정제의 보완과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현행 검정시스템에서는 기초조사 단계에서 조사량이 많고 수정권고사항에 대한 깊은 논의를 보장할 수 있는 절차가 사실상 없다”라며 “내용적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는 교과의 경우에 별도로 3차 심사 단계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토론 시간에는 두 주제발표자에 대한 토론자들의 의견개진과 질의응답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질문보다는 교과서 발행 체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한국사 교과의 좌경화를 막기 위해 국정교과서의 발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학계 자체가 90%이상 좌파로 구성됐다는 문제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역사학자의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할 여지를 남겨선 안된다”고 말했다. 박이선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역사 교과서는 이념 편향시비를 우려해 정치적 타협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를 교육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며 “민족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빌미로 역사 교육에 잣대를 들이밀면 역사교육에 ‘국가’만 있고 ‘역사’는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에는 일찍부터 전교조 조합원들이 서울교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국정화 반대 교사 선언’을 발표했고 이에 맞서 ‘한국사국정화추진시민단체협의회’ 회원들도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토론장 안에서는 국정발행 찬성 측 패널인 조진형 대표의 발표시간 도중 전교조 조합원 10여 명이 ‘친일 미화, 독재 옹호교육 반대’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일어서자 시민단체 회원들과 마찰이 빚어지며 한 때 5분간 토론이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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