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욱(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사진출처 | 경희대 경제학과 홈페이지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의 기세가 무서운 만큼, 피케티 이론을 무분별하게 수용하기보단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국내 경제학자 7명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읽기>라는 도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명인 안재욱(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피케티 교수의 주장에 대한 비판점, 그리고 그의 이론을 올바로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 피케티의 <자본론>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계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해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지며 실업이 늘고 저성장이 지속됐다. 이 와중에 금융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금융회사들의 최고경영자들이 과다한 성과금을 받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적자금의 일부가 부적절한 개인에게 돌아간 것이다. 이것이 일반 대중의 분노를 촉발했고, 미국에서 불평등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러한 일반대중의 정서가 ‘피케티 신드롬’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본다.”

 - ‘r>g’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피케티의 핵심주장에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피케티 교수는 장기간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최근에 나타나는 경제성장 저하가 21세기에 계속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며 불평등 심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성장률이 낮아진 이유와 또 앞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근거에 대해선 아무런 논리적 설명을 하지 않는다. 데이터가 그렇게 나와 있다고 해석할 뿐이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귀납적 방법으로는 집체적 결과에 대한 개연성만 말할 수 있을 뿐 자본축적과 성장 간의 인과관계를 말할 수 없다.”

 - 그렇다면 최근 세계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민간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이 심화되고, 복지 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각국이 세금을 올린 데에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공급 확대와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발생한 정실주의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사실 금융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금융기관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은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 피케티가 자본의 양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지적도 있다
  “자원의 양의 많고 적음보다는 주어진 자원을 활용하는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임진왜란 때 원균과 이순신 장군의 경우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원균이 칠천량해전에서 배 130척을 이끌었지만 왜군에게 참패를 당한 반면, 이순신은 명량해전에서 13척만으로 왜함 330척을 쳐부수는 유래 없는 대승을 거뒀다. 피케티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이순신 장군이 일본과 싸우기 위해서는 배가 많아야 했다. 피케티 교수는 자본에는 저절로 수익이 발생하므로 자본을 많이 가질수록 자본가의 소득이 많아진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결국 피케티 교수는 자본을 실제로 활용하는 기업가의 역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 기업가정신이 경제성장에 핵심요소라는 뜻인가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조적 파괴를 수행하는 기업가의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없으면 혁신과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 18세기 발명된 증기기관도 만약 기업가들이 이를 새로운 동력기관으로 만들고자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그저 과학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발명품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피케티 교수는 이를 간과하고, 소득불평등의 대안으로 최고 85% 세율에 달하는 소득세를 부과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개인의 근로의욕과 기업가의 기업가정신을 위축시켜 투자와 성장은 둔화되고 경제사회적 불안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 피케티의 제안이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하시킨다는 말인가
  “피케티 교수는 사적 자본소유와 자율경쟁을 인정한다고 했지만, 소득과 자산소유의 평등에 치우친 나머지 좌측으로 너무 많이 경도된 경제 구조를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개인은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하고,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기업가는 큰 기업을 이루려는 정신이 약해질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져서 오히려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만 커지게 된다.”

 - <21세기 자본>을 접할 대학생에게 조언할 말이 있다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은 좋으나 머리까지 뜨거워져선 안 된다. 경제학적 배경이 부족한 사람이면 피케티 교수의 주장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의 주장 중 일부는 이론적 근거가 약하고 불평등에 대한 근본적 원인 분석이 부족하다.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단 냉철한 이성을 갖고 읽었으면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실은 피케티 교수가 연구한 대상 국가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만약 피케티 교수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사회는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게 되고, 저성장에 빠져있는 한국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것이다. 대학생이 건설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피케티 교수의 주장을 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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