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고려대와 연세대의 농구 비정기전 결과는 7전 6승 1패였다. 시합 승전 수만 보면 고려대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것 같으나 사실 경기는 매 승부마다 박빙이었다. 한 경기 빼고는 모두 점수 차가 10점 이내였고, 고려대가 경기 초반에 밀리다가 역전승한 경기도 많았다.

  이처럼 올해 비정기전 전적으로만 고려대의 승리를 장담할 순 없다. 정기전은 전력 외의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정기전을 앞두고 고려대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복병은 무엇인지 예상해봤다.

 높이와 수비 조직력이 강점
고려대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이와 탄탄한 수비 조직력이다. 대학리그 최고의 트윈타워인 이승현(사범대 체교11, F), 이종현(사범대 체교13, C) 선수와 ‘공수 주춧돌’ 문성곤(사범대 체교12, F) 선수가 고려대 수비의 주 전력을 담당한다.

  이승현-이종현 선수의 트윈 타워는 공격에서 위력을 발휘하지만 진짜 강점은 ‘수비’와 ‘리바운드’다. 대학리그 수준에서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이종현의 키(206cm)는 골밑 싸움과 속공의 원동력이다. 또한 윙스팬(양 팔을 다 펼쳤을 때, 한쪽 팔 끝에서 다른 쪽 팔 끝까지의 길이) 역시 221cm로 다른 선수보다 길어 수비 범위도 넓다. 고려대 농구 강병수 코치는 “고려대 농구부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도 ‘수비’와 ‘리바운드’가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이종현의 가치를 평가했다.

  이에 연세대는 이승현과 이종현 선수 둘을 상대로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을 펼치는 것도 부담스럽다. 둘이 포스트에서 중심을 잡으면, 연세대는 골밑 수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때 둘은 자신들에게 쏠린 수비를 이용해, 다른 고려대 선수의 공격 기회를 마련한다. 김지후(사범대 체교11, G) 선수와 문성곤 선수가 3점 슛을 마음 놓고 던지는 것도 이승현-이종현 선수의 역할이 크다.
 
  고려대는 국내 12개 대학 농구부 중 수비 조직력이 가장 뛰어난 팀으로, 3-2 드롭존은 고려대가 내세우는 최대의 무기다. 3-2 드롭존은 3-2 지역방어의 변형 전술로서 앞선에 3명, 로우 포스트 부근에 2명의 수비수가 위치한다. 바스켓코리아의 손동환 기자는 “탑에 포진한 문성곤 선수는 자신의 운동 신경과 수비 센스로 상대의 패스 경로를 봉쇄한다”며 “이때 이승현과 이종현 선수가 뒤에서 든든히 버티고 있고, 이동엽(사범대 체교12, G)과 김지후 선수는 양쪽 45도 지점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철벽 수비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고려대 선수는 2대 2플레이에도 쉽게 미스매치(센터가 가드를 막고, 가드가 센터를 막는 것)가 나지 않는다”며 “미스매치가 나더라도, 도움수비나 로테이션 타이밍을 빨리 해 수비 조직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주전 선수 공백에 유의해야
  주전과 백업의 실력 격차는 고려대의 최대 단점이다. 경기 40분 내내 주전 선수만 경기를 뛰게 되면 그들의 체력적인 부담도 크며 파울트러블(개인파울이 4개가 된 경우로 개인파울이 5개면 퇴장) 상황이 될 경우 경기를 소극적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스켓코리아의 손동환 기자는 “고려대 가드는 이동엽과 김지후 선수가 빠지면 경기 운영능력과 외곽 공격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 중 문성곤의 대체 자원이 최대 불안 요소”라며 “문성곤은 팀의 공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로, 부재 시 고려대의 경기력도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연세대는 백업 멤버가 많아 가용할 수 있는 선수가 많은 만큼 체력 안배가 가능하고 코트 위에 있는 시간 동안 한 선수가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연세대 가드에는 김기윤(연세대 체교11, G), 천기범(연세대 스포츠레저13, G), 허훈(연세대 스포츠레저14, G) 선수와 포워드에서는 안영준(연세대 스포츠레저14, F), 최승욱(연세대 체교12, F) 선수 등 주전과 실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백업 멤버가 여럿 있다.
 
 숨은 변수 ‘연세대 신임 감독’
  이번 정기전의 새로운 복병은 은희석 연세대 신임 감독이다. 은희석 감독이 연세대 농구부의 세부 전술에 변화를 주고 있어 연세대의 현 전력을 쉽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기윤-천기범-허웅의 3명의 가드를 구성해 플레이 했던 이전과 달리 연세대는 이번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포워드인 최승욱과 안영준 선수의 비중을 높였고, 앞선에 두 명, 뒷선에 세 명이 서는 2-3 지역방어를 잠깐 선보이기도 했다. 3년 전, 연세대가 고려대의 3-2 지역방어를 공략하지 못해, 아픈 기억을 안았던 만큼 고려대 역시 연세대의 전술 변화를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분위기는 연세대의 강점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한 달 남짓한 준비 기간은 4년 동안 다져온 고려대의 조직력에 분명 뒤떨어진다. 루키의 이재범 기자는 “새로운 감독의 부임은 고려대의 불안 요소이지만, 연세대의 불안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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