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훈련 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강상재(사범대 체교13, F) 선수를 만났다.사진 | 장지희 기자 doby@kunews.ac.kr

  정기전까지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지금, 누구보다 바쁘고 긴장되는 하루를 보내고 있을 운동부 선수의 하루는 어떨까. 농구부의 루키 강상재(사범대 체교13, F) 선수의 9월 30일 하루를 살폈다.

  오전 9시 30분에 화정체육관에서 있을 오전훈련에 자동적으로 눈을 떴다. 8시 50분에 기상한 턱에 이미 아침밥 시간은 지나갔다. 원래는 7시 30분에 모든 선수들과 아침을 먹었어야 했지만 우리 방은 누구하나 알람을 듣지 못했다. 다시 아침이 왔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이미 오늘 하루가 다 끝난 것만 같았다. 유달리 오늘은 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었다.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웨이트 훈련이 진행된다. 그날그날마다 운동하는 부위가 다른데 오늘은 ‘서킷 트레이닝’ 훈련을 했다. 서킷 트레이닝은 정해진 시간동안 여러 가지 체력 트레이닝 운동을 순환하며 진행하는 것인데, 너무 힘든 운동이라 어느 날보다 더 훈련을 하기가 싫었다. 운동할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너무 힘들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웨이트 기계 위에 앉아 내 몸이 몇 번 오르고 내리는지 ‘하나, 둘’ 숫자만 셀뿐이다.

  오전훈련이 끝난 뒤 연수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 메뉴는 곰탕, 도토리묵, 김치 그리고 카레다. 원래는 훈련이 힘들면 입맛이 없기 마련인데 오늘은 왜인지 밥이 당겼다. 한 그릇을 먹은 뒤 더 먹고 싶었지만 다이어트 중이라 참아야 했다. 내 포지션에서 더 좋은 활약을 하기 위해서는 빠른 움직임을 요한다. 정기전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나는 남은 일주일 동안 약 7kg를 감량해야 한다.

  오후 12시부터 2시까진 꿀맛 같은 휴식시간이다. 하지만 딱히 하는 일이라곤 없다. 매일 두 차례의 휴식시간이 주어지지만 샤워 후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다가 잠드는 게 다다. 누구하나 말하는 사람이 없다. 정기전이 다가올수록 다들 말수가 점점 줄고 있다.

  잠깐의 낮잠 후 다시 오후 훈련이 시작됐다. 오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는 전술훈련을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정기전을 앞두고 연세대의 움직임을 계속 분석하며 대응전술을 준비한다. 전술훈련 때도 계속 뛰고 또 뛰어야한다. 요즘 훈련을 할 때마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큰 부상이 없었는데도 고연전이 다가오니 괜스레 불안하다.

  오후 훈련이 끝나고 저녁시간이 됐지만 밥을 먹지 않았다. 아니 먹을 수 없었다. 오후훈련의 고단함에 차마 음식이 넘어가지가 않았다. 식당에 들르지 않고 바로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D’사이트의 농구 갤러리를 들어갈까 했지만 그만뒀다. 심심할 때 마다 농구 갤러리에 들어가서 관련 기사를 보곤 했지만 요즘은 차마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나를 향한, 나의 라이벌을 향한 기사를 보면 정기전 준비기간 내내 신경 쓰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시간 남짓 누워있었을까, 또 다시 야간훈련이다. 이때는 포지션별 훈련이 진행 된다. 나는 슛팅 연습을 주로 한다. 야간훈련엔 오전, 오후 훈련 내내 잔소리를 하시는 코치님이 없이 자율적으로 진행된다. 오전 훈련 땐 그렇게 듣기 싫던 코치님의 목소리가 막상 없으니 괜히 운동에 집중이 안 된다. 오전, 오후 운동보다 짧은 야간 훈련이지만, 1시간이 그 어느 훈련보다 길게만 느껴진다.
야간훈련이 끝나면 드디어 하루일과가 마무리된다. 화정체육관 훈련장 불이 꺼지면 동시에 ‘부상이 없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야 하루 중 처음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농담이 시작됐다. 연세대와의 경기에서 우리 팀 한 선수의 바지가 벗겨진 이야기를 꺼내자 형들이 옆에서 얼씨구나 하며 거든다. 이런저런 실없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숙소로 돌아간다. 샤워를 하고 방에 돌아와 대구에 계신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늘 같은 말이다. 별일 없냐, 밥은 먹었냐, 다치진 않았냐, 힘들진 않았냐. 난 늘 같은 대답을 한다. “네 다 괜찮아요.”
오후 11시 30분이 되자 연수관 내 모든 불이 꺼졌다. 자라는 신호다. 꿀맛 같았던 낮잠과 달리 밤에는 쉽게 잠이 안 온다. 내일 아침 또 다시 반복될 훈련 생각과 하루하루 고연전이 다가온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고등학교 1학년 처음 고연전을 직관했던 날을 떠올렸다. 나도 고연전 무대에서 뛰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그 때부터였다. 그리고 작년 그 소원을 이뤘다. 곧 있으면 또 한 번의 고연전을 뛰게 된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마음이 설렌다. 이 길을 함께 달려 와준 고려대 농구부 형, 동기, 후배들을 떠올리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으며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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