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정기전에서 고려대 아이스하키부는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연세대에게 동점골을 허락하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종료 3분 전 목동 링크 장엔 ‘이겼다’고 외치는 고대인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지만, 동점골이 들어가자 경기장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적막이 흘렀다. 2013년에도 결국 고려대 아이스하키부는 ‘연속 무승’이란 딱지를 떼지 못했다.

▲ 사진 | 고대신문DB

 안정적인 경기력
  올해 고려대 아이스하키부는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2월 말 ‘95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3월 ‘59회 전국 대학부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에서는 연세대와 공동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올해 두 대회에서 고려대는 전(全)학번 선수들의 고른 득점력과 매년 지적돼왔던 경기 후반 집중력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주요 득점 선수가 고(高)학번에 치중됐던 이전과 달리 올해 경기에선 이승혁(사범대 체교13, FW), 서영준(사범대 체교14, DF) 등 절반가량의 득점이 저(低)학번 선수에게서 나왔다. 또한, 2월 28일에 있었던 동계체전 결승전에서는 1:3으로 연세대에 뒤쳐진 상황에서 경기 종료 2분 전, 2골을 몰아넣어 동점을 만드는 뒷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스하키부 김희우 감독은 “집중력은 체력에 자신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분”이라며 “꾸준히 했던 체력훈련의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리와 디펜스에서 강세
  전문가들은 이번 고려대 아이스하키부의 가장 큰 무기로 4학년 골리 박계훈(사범대 체교11, GK) 선수를 꼽았다. 박계훈은 1학년이었던 2011년부터 매년 정기전에서 고려대의 수문장을 맡고 있다. 반면 연세대는 주전이었던 한재익(연세대 스포츠레저10, GK)의 졸업으로 정기전 경험이 없는 골리가 이번 정기전의 골문을 맡는다. 신의석 하이원 아이스하키팀 코치는 “아이스하키경기는 골리에서 싸움이 시작된다”며 “박계훈 골리가 이번 정기전의 키를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교적 부족했던 수비수의 기량도 안정됐다. 공격 훈련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던 이전과 달리 올해는 수비 비중을 늘린 훈련이 진행됐다. 김희우 감독은 “공격과 수비 두 면의 균형이 맞아야 게임을 주도할 수 있다”며 “비교적 간과돼 왔던 기본적인 디펜스 훈련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한 탄탄한 수비를 자랑했던 연세대 주요 수비수들이 대거 졸업해 공백이 예상된다. 연세대에 남은 선수 중 김태겸(연세대 체교12, DF), 이호성(연세대 체교12, DF)을 제외한 모든 수비수가 경험이 적은 저학년 선수다. 반면 고려대는 한건희(사범대 체교11, DF), 조석준(사범대 체교11, DF), 양성훈(사범대 체교11, DF) 등 피지컬이 좋고 경험이 많은 수비수가 많다. 신의석 코치는 “올해 고려대 수비 기량이 많이 좋아져 공수가 안정됐다”며 “수비가 부족해 실점을 쉽게 하던 단점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새로운 조 구성
  조 구성도 새로워졌다. 아이스하키는 체력소모가 큰 경기의 특성 상 20명의 선수가 4개 조로 나눠져 각 조가 매 분 돌아가며 경기를 뛴다. 이중 득점력이 높은 고학번 선수가 대부분 1, 2조에 치중돼 1조 의존도가 높았던 이전과 달리, 올해는 1학년부터 4학년이 1조부터 4조까지 고르게 배치돼 조 간의 밸런스가 맞춰졌다.

  조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역할을 맡는 1조에는 오세안(사범대 체교11, FW), 유신철(사범대 체교12, FW) 등 득점력이 좋은 고학번 공격수와, 1학년인 서영준(사범대 체교14, DF) 수비수로 구성된다. 또한 안정적인 4학년 수비수 양성훈, 조석준이 각각 3, 4조에 가담해 전체적인 조의 균형이 맞춰졌다. 김희우 감독은 “1, 2조에 전력이 편중되면 3, 4조가 불안해질 수 있다”며 “조 간의 균형을 중점으로 조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개인 맞춤형 훈련 진행
  훈련에서는 기초 체력 훈련뿐만 아니라 선수별로 포지션과 특성에 맞는 개별 훈련도 이뤄졌다. 올해 2번의 전지훈련 중 7월 용평 여름 전지훈련에서는 체력훈련에 중점을 뒀다. 용평에서는 작년에도 진행됐던 등산, 계단 뛰기 등으로 전체적인 체력을 끌어올리는 훈련이 이뤄졌다.

  이와는 별도로 7월 25일부터 8월 24일까지 한 달 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애너하임(Anaheim)에서 선수 개개인에 초점을 맞춘 특별 훈련이 있었다. 애너하임 전지훈련에서 아이스하키부는 하루 두 차례에 걸쳐 집중 웨이트와 링크 훈련을, 매주 토요일에는 전직 프로, 대학리그선수들로 이뤄진 팀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링크 훈련에서는 개별 기량 향상을 목적으로 6명의 각 분야 전문 코치진에게 슈팅, 전술, 스틱 핸들링 등의 훈련을 받았다. 주장 오세안 선수는 “개인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지도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며 “특히 스틱 핸들링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됐고, 기량이 좋은 외국 팀과 연습경기를 많이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고학번 공격수 적어
 고려대에 4학년 공격수는 오세안 선수 1명뿐이다. 비록 1학년 때부터 꾸준히 득점을 하고 있는 유신철, 박기선(사범대 체교12, FW) 선수가 있고, 수비수의 득점율도 높아졌지만 방심할 순 없다. 연세대에는 이성진(연세대 체교11, FW), 강병걸(연세대 체교11, FW)선수와 같은 주축 공격수가 포진돼있고, 체구는 작지만 패스와 퍽 핸들링이 좋아 허를 찌르는 공격을 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 2013년도 정기전에서 골을 넣은 신상훈(연세대 체교12, FW) 선수의 프로팀 합류와, 강윤석(연세대 체교11, FW) 선수의 부상으로 경기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돼 연세대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 조현준 감독은 “선수의 부재가 연세대에 마이너스 전력이 되긴 하겠지만 정기전엔 변수가 많으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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