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띤 응원, 시합, 그리고 열정적인 뒤풀이.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정기전은 입학 전부터 많은 신입생을 기대감에 부풀게 함과 동시에 아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종류의 축제이기도 하다. 신입생에게 정기전이 진정한 가슴 뛰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본교 구성원의 추억담을 엮어 관련 팁, 역사, 지켜야 할 예절 등 정기전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정기전, 아는 만큼 보인다
  여러 번의 정기전 경험이 있는 재학생들은 정기전은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김 모(정경대 통계11) 씨는 “새내기 때 경기의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기전 첫날 뒤풀이에서 과음을 하고 앓아누워 이튿날 경기를 전혀 관람하지 못했다”며 “양일간 정기전을 즐기려면 너무 흥분하지 말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구 경기가 끝난 다음 바로 이어지는 농구 경기 관람을 위한 팁도 있다. 농구는 전통적으로 고대생이 선호하는 경기로, 농구를 관람하는 학생은 반드시 홀로그램이 부착된 농구티켓을 소지해야 한다. 표를 구하기도 힘들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는 과정도 복잡하다. 정재영(자전 경제12) 씨는 “경기는 오후 3시 시작이지만 오후 1시쯤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며 “표가 있더라도 좋은 좌석을 차지하려면 야구 5회 말 쯤부터 나가 줄을 서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 시대의 정기전
  1980~90년대의 정기전을 경험한 본교 교수들은 당시 정기전의 열기는 지금보다 더 뜨거웠다고 회상한다. 최우석(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정기전 관람과 뒤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거의 저학년 위주지만 그때는 정기전 기간엔 학교가 텅 빌 정도로 참석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90대 중반 까지만 해도 다른 축제나 놀이문화가 많이 없었던 시기라서 공중파에서 정기전을 생중계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행사였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케이블 채널 KBS N Sport와 교내방송국이 정기전을 생중계한다.

  정기전 뒤풀이와 기차놀이도 더 적극적이었다. 1980년대 학생들은 정기전 경기 일정이 끝나면 도심지로 나가 거리행진을 벌였다. 김현철(정보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1980년대 중반에는 축구와 야구 경기를 지금은 없어진 동대문운동장에서 했는데, 경기가 끝나면 모든 학생이 나와 무교동, 명동, 종로2가 쪽으로 행진을 했다”며 “그쪽에서 뒤풀이를 하다가 근처의 선배나 졸업생 직장인들이 합류해서 함께 뱃노래도 부르고 응원을 하며 막걸리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기차놀이의 양상도 단순히 상점에 들어가 술과 음식을 요구하는 지금보다 다양했다. 허태균(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때의 기차놀이는 노래를 틀어달라는 요구를 많이 했다”며 “가게에서는 고려대 응원가와 연세대 응원가를 번갈아가며 틀어줬고, 학생들은 수많은 음식점, 카페, 상점 등을 전전하며 밤새도록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고 말했다.  

 성숙한 의식이 필요해
  예전에 비해 지금은 정기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최우석 교수는 “정기전을 만인의 축제로 인식해 ‘민폐’라고 불릴 수도 있는 행위들을 관대하게 용인해주던 시대는 지났다”며 “정기전을 즐기는 정신은 지키되, 지나친 특권의식을 갖거나 기본적인 시민의식조차 잊어버리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필(정보대 컴퓨터12) 씨는 “경기가 끝난 후 신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붐비는 지하철에서의 고성방가는 자제하는 게 기본적인 의식”이라고 말했다. 허태균 교수 또한 “학생들이 젊음과 즐거움을 발산하는 것과 난장의 차이를 구분하는 지혜를 발휘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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