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선배님이 저녁을 사주시겠다고 연락이 와요. 진짜 가족 같은 분이시죠. 정규리그 시합 마다 꼭 와서 응원해주세요.” 고려대 농구부 주장 이승현(사범대 체교11, C) 씨가 ‘안암골 호랑이들’을 회상하며 말했다. ‘안암골 호랑이들’은 고려대 농구부의 든든한 서포터즈다. 2000명이 넘는 회원으로 구성된 서포터즈는 본교 재학생, 졸업생뿐만 아니라 고려대 농구부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으로 이뤄져있다. 유일한 대학농구팀 서포터즈인 ‘안암골 호랑이들’의 운영자 이병열(문과대 불어불문학과 77학번) 교우를 만났다.

  ‘안암골 호랑이들’은 2000년, 동덕여대를 다니는 한 여대생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여학생이 대학을 졸업하면서 5년 넘게 방치돼 있다가 고려대 농구부 서포터즈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2011년 이병열 교우가 운영자 자리를 넘겨받게 됐다.

  현재 안암골 호랑이들은 선수들에게 전지훈련비, 체력 훈련비, 선수 치료비 등 이번해에만 공식적으로 6000만 원 이상을 지원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고려대 농구부의 시합이 있다면 게임의 종류와 상관없이 달려가서 목청껏 응원한다. 단체지원 외에도 선수 경험과 상관없이 모든 서포터즈 회원들은 멘토 프로그램을 운영해 같은 지역이나 같은 학교 출신인 선수를 만나 운동 외의 고민들을 상담해 주기도 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가 10여 년간 지켜온 ‘안암골 호랑이들’의 모토다. 서포터즈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내 생각에는 이 선수가 이런 면이 뛰어난 것 같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왜 이 선수를 주전으로 발탁하지 않았냐’, ‘훈련방식이 잘못됐다’는 등의 선을 넘어서는 의견 개진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게시 글이 올라오게 되면 운영진 측에서 글을 삭제시키는 등 제재를 가하는 등 ‘간섭’이 되지 않도록 유지한다.

  이병열 교우가 ‘안암골 호랑이들’의 운영자 자리를 넘겨받았지만 활동이 처음부터 활발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지금의 적극적인 서포터즈의 활동은 한 회원의 ‘경기장에 플랜카드를 제작하자’는 의견에서 시작됐다. 당시 의견이 개진되자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싶다며 작은 정성을 보내왔다. 현수막을 사고도 많은 돈이 남자 이를 고생하는 선수들에게 밥 한 번 사주자는 의견이 모였고, 이것이 매 경기 후에 진행되는 지금의 오프라인 모임까지 이어지게 됐다.

  그들은 이렇게 열성적으로 지지활동을 하는 이유는 후배를 향한 베풀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병열 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얻은 것이 참 많아 나도 받은 만큼 베풀고 싶지만 명확한 방법이 없었다”며 “이러던 차에 ‘안암골 호랑이들’은 베풂을 실천할 가장 좋은 매체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런 서포터즈가 다른 대학에서도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 농구가 예전에 비해서 관심이 줄어들었다”며 “이럴 때 일수록 사람들이 대학농구가 커지도록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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