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앞으로 3D 프린팅 산업을 지원할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3D 프린팅은 거의 모든 제품의 제작 방식을 혁신할 잠재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3D 프린팅이란, 말 그대로 3차원의 물건을 찍어내는 기술이다. 만들고자 하는 사물의 3차원 설계도나 입체적으로 스캔한 정보만 있으면 3D 프린터를 통해 실제 사물을 만들 수 있다.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직접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최근 3D 프린터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월러스어소시에이츠(Wallace Associates)에 따르면 3D프린터 시장은 연평균 2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65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30년 만에 주목받다
  3D 프린팅 기술은 이미 1984년에 개발된 것이다. 1988년 미국의 3D Systems사의 척 헐(Chuck Hull)은 3D 프린팅이 가능한 SLA-1이라는 장비를 처음 상용화했다. 하지만 당시엔 3D 프린터가 산업 전반에 널리 퍼지지 못했다. 김창경 3D프린팅산업발전전략포럼 의장은 “당시 프린터와 인쇄에 사용되는 소재가 너무 고가였던 것이 문제였다”며 “최근에 미국을 중심으로 기술이 발전해 프린터의 가격이 기존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고, 사용할 수 있는 소재도 다양해져 3D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띌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D 프린팅 기술과 시장은 미국의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제조 전문업체 스트라타시스(Stratasys)와 3D시스템스(3D Systems)는 전 세계 3D 프린팅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3D 프린팅 시장은 아직 첫 걸음마를 내딛는 수준이다. 산업통산자원위원회 백재현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3D 프린팅 시장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데 우리의 기술 수준과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홀러스어소시에이츠(Russell W. Hall & Associates)에 따르면 전 세계 3D 프린터 시장점유율에서 한국은 ‘기타’로 분류될 정도로 점유율이 낮다. 3D 프린터 설비 활용도 수준도 2.2%에 불과하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국내 3D 프린팅 산업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자본에 한계가 있어 제품의 다양화나 신소재 개발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의 한계를 뛰어넘다
  초기 3D 프린터의 용도는 실제 상품을 내놓기 전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장비였다. 하지만 최근의 3D 프린터는 시제품을 넘어 실제 제품 생산까지 가능해졌다. 특히 운송수단에서 3D 프린터의 기술력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9월 15일, 미국 자동차 전문 업체 로컬모터스(Local Motors)가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공작기계박람회에서 세계 최초로 3D프린트 자동차 ‘스트라티’(Strati)의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스트라티의 최고속도는 시속 64㎞이며 배터리에 전기를 가득 충전하면 최대 240㎞ 정도 운행할 수 있다. 가격은 주문자의 요구 사양에 따라 최소 1만 8000달러(한화 약 1800만원)에서 최대 3만 달러(한화 약 3100만원)정도다.

  스트라티는 박람회에서 단 44시간 만에 만들어졌다. 복잡한 구조의 자동차를 단 44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 비결은 부품 간소화에 있다. 일반 자동차가 약 2만개 이상의 부품을 사용하는 반면 스트라티는 3D 프린팅 한 부품 40개 정도만 사용하면 된다. 좌석, 배터리, 전기 모터, 유리창, 서스펜션 등의 부품은 따로 제작해 조립하면 된다. 김창경 3D프린팅산업발전전략포럼 의장은 “3D 프린터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 자동차 겉 부분을 여러 형태로 제작해 날씨에 따라 갈아 끼워 다니는 날이 올 수도 있다”며 “3D 프린터는 운송수단 이외에도 옷, 음식 심지어 피부까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에 변화를 가져오다
  3D 프린터가 만들 수 있는 제품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3D 프린팅 기술은 제조업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김 의장은 “3D 프린팅의 발달은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제조업의 프레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해 비용을 낮추는 기존의 생산 시스템은 개인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소량 생산으로 인해 단가가 상승하거나, 다양한 부품으로 인해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3D 프린팅은 설계도만 있다면 매번 다른 제품을 생산해도 프린터로 찍어낸다는 동일한 생산 방식 덕분에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개인이 3D 프린팅으로 소량 제작한 제품들이 팔리고 있다.

  김 의장은 “제조업에서 3D 프린팅을 이용한 제품 생산은 개인 창업자와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며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만들어 이 분야에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느냐가 성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달의 이면
  3D 프린팅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직업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 인호(정통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UN보고서에 따르면 현존하는 직업 중 절반이 5개의 기술에 의해 없어지거나 바뀐다고 하는데 그 기술 중 하나가 3D 프린팅이다”라며 “소비자가 직접 생산까지 해버리니까 중간유통과정 없어지게 되고 결국 월마트와 같은 유통업체는 사라지거나 형태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D 프린팅 위탁업체라는 새로운 개념의 회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3D 프린팅 위탁업체 셰이프웨이즈(shapeways)는 판매자가 3D 도면을 보내면 이를 이용해 제품을 판매할 지역의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글로벌 물류기업 UPS도 2013년부터 3D프린팅 위탁생산에 뛰어들었다.

  총기류 등 유해성 제조품 제작에 따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올해 일본의 한 대학 직원이 3D프린터로 권총 5정을 만든 혐의로 체포됐으며, 작년에는 캐나다의 한 남성이 소총을 만들기도 했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권은희 의원은 “국내 3D프린팅 산업 발전과 진흥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근거는 마련해주되 역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규정을 담은 가칭 ‘3차원제조기술진흥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가 3D프린팅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속도를 높이도록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