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질병을 겪어도 환자마다 신체의 특징이나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정형외과의 경우 뼈 모양이나 부러진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화된 치료가 필요하다. 3D 프린팅 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했다. 환자의 몸에 가장 잘 맞는 형태로 다친 신체 구조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나까무라 마코토(中村誠, 토야마 대 의과대)교수는 2008년, 살아 있는 세포를 3D 프린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발전, 응용하면 인공장기도 만들 수 있다. 인공장기나 인체조직을 3D 프린팅 기술의 적층방법을 이용하여 만드는 것을 바이오프린팅(Bio printing) 이라고 한다.

▲ 송해룡(의과대 의학과) 교수

  본교 송해룡(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바이오 프린팅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인공뼈 개발과 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송 교수를 통해 앞으로 의료 쪽에서 3D 프린팅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본교 구로병원(병원장=백세현) 에서는 어떻게 3D 프린팅을 이용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환부모형제작과 임상실험에 사용해
  카메라 여러 개를 이용해서 환자의 아픈 부위를 여러 각도로 촬영하면 3차원의 환부 사진을 만들 수 있다. 환부 사진을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통해 확인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모형을 직접 만져보며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송 교수는 “3D 프린팅은 그간 CT촬영으로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모형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임상실험에 3D 프린터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미국의 제이슨 스펙터(Jason Spector, 코넬대 성형외과) 교수는 간접적인 형틀을 이용해 인공 귀를 제작했다. 인공 귀는 쥐 콜라겐을 귀 모양으로 성형하고, 내부에 송아지 연골세포를 주입해 쥐의 등에 이식, 배양해 만들었다. 이는 외부귀가 온전히 발달하지 않은 소이증 어린이에게 적용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3D 프린팅 업체 Organovo사는 2013년에 바이오프린팅 플랫폼을 사용해 간 조직을 20층 정도의 작은 조각으로 출력하는데 성공했다. 프린팅한 인간 간 조직은 현재 약물 테스트용으로 약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온전한 기술구현의 한계도 있다. 송 교수는 “현재의 기술로는 한 가지 원료로만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하나의 신체구조라도 여러 물질로 이뤄졌기에 모든 부분을 다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술에도 사용돼
  바이오 프린팅은 수술을 앞둔 의사에게도 유용하게 쓰인다. 양악수술의 경우 수술 전 환자의 턱을 프린팅 해 턱을 얼마나 자를지 결정한다. 송 교수는 “소설 <정글만리>를 보면 성형외사 의사가 환자에게 소송당해 중국으로 도망가지 않나”며 “실제 양악수술을 하다 죽는 사례가 나오기에 턱을 자르기 전엔 시뮬레이션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두개골 재건 시에도 3D 프린팅이 이용된다. 송 교수는 “정형외과의 경우, 교통사고로 두개골이 부러지는 환자가 많다”며 “부러진 두개골과 그에 인접한 뼈를 프린팅해 놓으면 수술 전에 미리 맞춰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3D 프린팅 기술로 뼈 내부의 신경섬유까지 만들 수 있다”며 “인공뼈를 수술 1주일 전에 만들어 놓고 수술 시에 끼워 넣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OPM(Oxford Performance Materials)사가 2013년 3D 인쇄 장비에 적합한 고성능 플라스틱 분말을 개발했다. 미국 FDA는 이 원료로 제작된 임플란트 장비의 사용을 허가했다. 이로 인해 OPM이 제작한 두개골 임플란트 장비는 교통사고 등으로 함몰된 두개골의 복원에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3월 롱아일랜드에서는 이를 이용해 실제 환자에게 두개골을 이식하는 수술이 이뤄지기도 했다.

  태어난 후 계속해서 살 확률이 5%~25%정도밖에 되지 않는 샴쌍둥이도 3D 프린터 기술의 발달로 수술이 수월해졌다.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california state university) 의대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해 22시간 만에 샴쌍둥이를 떼어내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시 의료진들은 서로 붙어 있는 신체부분을 MRI로 촬영한 후 샴쌍둥이의 모형을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만들어진 모형을 통해 두 아이의 내장과 뼈가 다치지 않도록 분리하는 수술 전 예행연습을 실시했다. 송 교수는 “샴쌍둥이의 경우 혈관과 장기가 붙어있어서 수술을 하는 것 자체도 위험하다”며 “3D 프린팅 기술의 발달이 기존에 불가능했던 수술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병원은 기술개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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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프린팅이 의료계에서 중요해지면서 구로병원 정형외과가 기술개발에 나섰다. 현재 구로병원 정형외과는 포항공대와 함께 ‘환자 맞춤형 3차원 인공지지체’를 개발 중이다. 인공지지체는 뼈가 함몰되거나 산산조각 난 환자들의 환부에 넣어 피부가 흘러내리지 않게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지체는 다축 적층 시스템으로 만들어진다. 송 교수는 이 사업의 최종 목표를 ‘골절 결손 및 골수염 치료’와 ‘골 조직 재생 능력 극대화’로 들었다. 그는 “하나의 지지체 안에 여러 물질을 함께 사용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라며 “기존 3D 프린터로는 거의 불가능한 기술이고 특히 정형외과에서 많이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로병원 정형외과는 보건과학대학, 세원셀론텍(주)과 함께 ‘근골격계 연부조직 재생’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인대, 연골 등의 손상을 치료 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정형외과는 지지체의 임상시험 연구, 보건과학대학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연부조직 재생용 맞춤형 지지체 개발 위탁, 세원셀론텍 사는 시제품 제작 및 상용화를 맡았다. 송 교수는 그가 지지체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 돼지 인공뼈를 예로 들며 “현재는 연골 수술을 하기 위해 미국, 스페인에서 죽은 사람의 사체서 뗀 연골을 이용하지만, 연골도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금 개발하는 기술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된다면 환자에게 더 좋은 수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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