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국에 관광 온 외국인 친구가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인 한국 관광 상품을 찾지 못하겠다며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사온 부채에 한글로 ‘꽃’, 그리고 ‘인연’이라는 글자를 써줬어요. 이 때 결심했죠. 한글 디자인을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눠야겠다는 걸요.”


  성연화(여·29) 씨는 한글에 예술과 감성을 입히는 캘리그라피 작가이자 한글디자이너다. 어릴 때부터 문자를 특히 좋아해 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한 그는 다양한 필(筆)을 배우기 위해 떠난 일본 유학시절에 한글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많은 외국인과 소통하면서 한글의 미(美)를 많이 느꼈어요. 외국인들이 ‘ㅎ’과 같은 한글의 모양이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또한 외국어를 배우면서 한글이 다른 언어에 비해 의성어, 의태어가 감정의 표현 폭이 넓고, 자음과 모음의 배열도 다양해 글씨를 다양한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성연화 씨는 많은 한국인이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이 한글의 우수성이나 과학적 측면에 대해선 자부심을 갖지만 조형미에 대해선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요. 한글로 디자인된 상품을 보면 단지 관광 상품이라 치부하거나 촌스럽다고 말하는 경우가 흔하죠. 무의미한 뜻의 영어 단어가 새겨진 옷을 입는 사람은 많은데 한글이 새겨진 옷을 입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고요.”

  한국인에게도 통하는 한글 디자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로 성연화 씨는 ‘조형과 의미의 조화’를 강조한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은 그 어떤 문자보다 조형적으로 아름다워요. 여기에 단어가 갖는 의미를 대입시키면 조형미에 감성이 더해져 완벽한 디자인이 되죠. ‘꽃’ 글자의 ‘ㄲ’을 꽃잎으로 표현하는 게 하나의 예죠. 대중이 보았을 때 ‘한글은 아름답다’라는 마음의 감동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연화 씨는 한글 디자인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 “국민들이 한글이 적힌 물건 하나는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제가 한글의 과학적 우수함이나 전문적인 지식은 부족하지만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어요. 사람들이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집 어딘가에 한글로 디자인된 물건을 갖고 있는 것은 한글의 또 다른 확장이라 생각해요. 이를 위해 저도 제 능력을 모두 동원해 노력할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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