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입니다” 만약 이 말을 본교생들에게 한다면 아마 외면당할 만한 짓을 한 것일까?
대외적으로는 나름대로 지성적일 것이라고 예측되는 본교생들이지만, 막상 접해보는 학생들의 복합적인 사고능력이나 조어(造語)능력, 문제의 접근태도는 정말 한숨을 저절로 짓게 만든다. 물론 이 같은 현실은 본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갓 들어온 신입생들을 경험하면서 이네들이 공부하는 법, 공부하는 즐거움을 익힌 것이 아니라 시험공부 하는 요령, 기능적인 문제처리방식만을 숙달시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중등교육과정에서 강조한다는 창의력도 머리속으로만 정리된 이해가 아닌 손끝과 몸으로 체험된 지적경험이 없다면 발휘될 수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몇 개의 공식으로 처리하는 모양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난 고연제 기간중 학생회관앞의 행사에 100명도 안되는 인원이 모일 정도로 지금의 학생들은 너무 다양해 서로에게 무관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자신이 원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에 파묻혀 주위를 둘러보는 창문은 닫아두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연예가의 뒷얘기가 아닌 진지한 학문과 사회의 문제로 친구와 토론해 본 게 얼마나 됐는지 쉽게 어림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가을은 책을 읽는 것보다 놀기에 더 좋은 계절일 것이다. 행락사고나 교통사고도 가을철이 제일 많다고 한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유혹도 잠시 참고, 자신의 손과 눈을 끄는 컴퓨터와 텔레비전도 잠시 끄고, 묻어 두기만 했던 책 읽는 손을 펴 볼 일이다. 감각적이고 가벼운 담론에서 벗어나 조금은 벅차고 조금은 더디라도 좋은 책 한권을 끝낼 수 있는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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