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의 유창한 말솜씨와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는 사실을 정확히 전하고자 하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다. 본지는 KBS아나운서 최승돈(영어교육과 87학번) 씨를 만나 봤다.

△스포츠중계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다.
- KBS 2TV의 ‘여기는 정보센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중계는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가끔 맡는다. 월드컵 이후 축구중계 물량이 적어지다 보니 자연히 맡는 스포츠 프로그램 수도 줄었다.

△본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전공과 크게 상관없어 보인다.
- 흔히 아나운서 중에는 신방과 출신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내가 있는 KBS만 해도 본교 노문과, 서문과 출신의 아나운서들이 많고 이공계 출신들도 많다. 손미나 아나운서, 김홍성 아나운서도 본교 서문과, 노문과 출신이다.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 사실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 아나운서는 아니었다. 영어교육과에 들어간 것도 교사가 꿈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대학 재학 당시 교육방송국(KUBS)활동을 한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될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한 기회로 고연전 방송 테이프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당시의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쉽게 꺼내지 못하는 정치관련 얘기와 기막힌 풍자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그 후 나는 반드시 본교에 입학해 학교 방송국에 들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 당시의 활동은 어땠는지 듣고 싶다.
- 거의 학교 방송국에서 살다시피 했다. 전공수업이 있는 강의실은 학교의 동쪽 끝이고, 방송국은 서쪽 끝에 있는데, 동쪽 끝으로 한번도 가지 않은 날도 있으니, 학점은 거의 바닥이었다. 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당시 내가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해 몰두했고 맡은 일 하나하나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 그런 마음가짐이 나를 현재의 자리까지 오게 했다. 지금 생각해도 대학 생활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지금 내세워도 부끄럽지 않는 방송작품을 당시에 만들었으니, 그럴 만 하지 않은가.

△아나운서가 다른 직업들과 비교해 좋은 점은 무엇인가.
- 일단 방송이라는 것은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다. 아나운서는 특히 다양한 상황 속에서 적절한 진행으로 방송을 움직이는 역할이다. 단순히 대본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다.

△스포츠 중계만 오랫동안 맡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게 많았던 것은 아니고, 입사하고 처음 맡겨진 것이 스포츠중계였다. 당시 경력 상으로 보면 풋내기였지만 잘 했다는 평을 받아, 계속 스포츠중계를 하게 됐다. 또, 지난 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때에는 20대로서 최초로 올림픽 앵커를 맡기도 했다. 열심히 하면 인정해 주고, 그 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세울 수 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을 알고 싶다.
- 요즈음에는 스타가 되기 위해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탤런트나 배우가 되는 것이 낫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자질을 몇 가지만 꼽자면, 사회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고,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주위 사람들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다. 아나운서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겪을 수는 없는 일들을 대신 경험하고 얘기해 주는 대표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조건이 좋지 않아 아나운서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는 학생들에겐, 혐오감을 주지 않을 정도의 외모와 목소리면 된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요즈음은 그런 조건들보다도 ‘존중할 만 하면서 소비성이 있는 개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본교생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 대학생 때만큼 세상의 즐거움과 가치를 만끽할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많은 것들을 보고 느껴라. 대학시절의 다양한 경험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힘이 된다. 학점 잘 받는데만 몰두하는 좁은 시각으로 대학 4년을 보내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최근 KBS노조의 대자보에는 ‘학점 좋은 애들만 뽑아서 어떻게 다양한 재미와 오락을 만들어 낼 수 있겠냐’며 아나운서의 선발 기준에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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