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리뷰전국시대’다. 손으로 스마트폰의 스크린을 몇 번 탭하는 것만으로 영화에 별점을 매길 수 있게 됐고 사람들은 만연한 광고를 피해 실제 이용자의 후기를 듣고자 한다. 누구나 쉽게 리뷰를 하고 리뷰를 볼 수 있는 요즘, 그 모습을 살펴봤다.

 누구나 하는 영화 별점 매기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어플)을 통해서 누구나 손쉽게 영화의 별점을 매길 수 있게 됐다. ‘왓챠’는 2013년 5월 시작해 2014년 8월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넘어선 영화추천서비스 어플이다. 사용자는 이 어플을 통해 자신이 본 영화의 별점을 매기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왓챠를 만든 ‘프로그램스(Frograms)’사 직원 이육헌 씨는 “우리가 추구하는 비전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무언가를 잘 알려주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원하는 자료를 찾기 위해서 정보의 홍수에서 허우적거리는 현대에서 자신에게 쏙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개인화’와 ‘추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 자신이 평가한 영화를 바탕으로 취향을 분석해주는 '왓챠' 어플

  왓챠는 프로그래밍 기술을 통해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 그것인데, 이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컴퓨터가 데이터로부터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하는 분야를 말한다. 대표적인 추천 방법 중 하나는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이는 이전에 봤던 영화에 대해 평가한 별점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선호하는 감독, 배우, 장르 등을 기계에 학습시킨 뒤 이용자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분석해 그들이 재미있게 봤지만 이용자가 보지 않은 영화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점 평가의 양이 많아질수록 추천이 정확해진다. 현재 왓챠의 별점 평가 수는 약 1억 5000만 개에 달한다.

  이러한 방식 덕분에 소위 ‘댓글 알바’가 활동하지 못하는 청정서비스라는 인식도 있다. 이육헌 씨는 “일반적인 사용자의 경우 별점 평가가 정규분포를 이루는데 반해, 댓글 알바의 경우 같은 시기 개봉한 경쟁작에 최저점을, 홍보하고자 하는 영화에 최고점을 주기 때문에 판별하기 매우 쉽다”며 “이를 이용해 댓글 알바를 걸러내는 필터링 기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부수적으로 간단하고 쉽게 별점을 매길 수 있는 UI, 이동진 영화평론가 같은 마니아와 교류할 수 있는 컨텐츠 제공 또한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드라마, 도서, 웹툰, 음악, 공연 등 문화컨텐츠 전반에서 개인화를 통한 추천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왓챠에서 1194편의 영화에 별점을 매긴 김도연(중앙대 연극영화학12) 씨는 “여태까지 봤던 영화를 정리해보고 싶어서 왓챠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며 “같은 영화라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했는지 쉽게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광고가 아닌 ‘진짜’ 후기 원해
  특정 지역의 맛집 등을 검색할 때 ‘오빠랑’이라는 검색어를 넣는 것이 한때 유행했다. 광고가 아닌 정말 데이트를 할 때 가는 곳을 알기 위해, 그리고 블로거의 바이럴 마케팅을 피하기 위해 ‘진짜’ 후기를 원하는 누리꾼이 광고를 회피하기 위해 떠올린 방법인 것이다. 이 정도로 후기를 빙자한 광고는 만연해 있고 사람들은 이를 피하길 원한다.

  ‘요기요’는 배달음식 주문 어플로, 실제 주문한 사람만이 리뷰를 쓸 수 있는 클린리뷰 방식을 사용한다. 결제를 완료한 사람만이 리뷰와 별점 평가를 남길 수 있고 실제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아니면, 가게 주인이나 요기요 직원이라 하더라도 리뷰를 함부로 수정하거나 손댈 수 없다고 한다. 실제로 본교 근처 한 치킨집의 경우 25건의 리뷰 중 5개는 별 3개 이하의 평가로 ‘배달이 늦다,’ ‘튀김이 좀 딱딱하고 파가 오래된 것 같다’는 등의 리뷰가 5개월 전 상태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최근 CGV 또한 실 관람객이 손쉽게 평점을 매기는 방식을 도입했다. 영화를 예매했던 회원에게 영화가 끝나면 자동으로 알람이 가고, 이들이 ‘실 관람객 리뷰’를 남기도록 하는 것이다. 알람이 오면 멤버십 회원은 손쉽게 별점을 매기고 한 줄 평을 남길 수 있으며 보상으로 포인트 50점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여성은 미용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정보를 얻길 원할 때 리뷰를 참고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 ‘파우더룸’과 ‘언니의 파우치’는 최근 어플로 그 형태를 다양화 해 수용자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과도한 광고성 글을 올린 게시자 에게는 제재를 가하는 등 광고 없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언니의 파우치 어플에서 ‘미니리뷰’로 들어가면 별점과 함께 특정 상품에 대한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이 함께 적혀있다. 어떤 틴트의 경우 장점으로는 ‘발색이 예쁘고 촉촉해 보인다’가 꼽혔고 단점으로는 ‘대충 바르면 요플레 현상(입술 안쪽에 희고 끈적한 각질이 일어나는 것)이 일어난다’는 점이 꼽혔다.
평소에 파우더룸을 이용하는 김유현(자전 정외13) 씨는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아 이용하기 시작했다”며 “파우더룸은 블로그의 홍보성 글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고대생이 하는 리뷰
  고대생끼리 하는 리뷰도 있다. 본교 재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따로 ‘소비자 포럼(소포게)’이라는 게시판이 있을 정도다. 이 게시판에는 하루 평균 15건의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그 대상은 주로 본교근처의 식당이나 미용실 등이다. 최근 새로 생긴 식당과 관련한 게시물의 경우 그 조회 수가 2000을 가뿐히 넘긴다.

▲ 고파스 소포게에 7일 올라온 글. 조회수 1000을 넘어가는 글이 적지 않게 보인다.
  소포게를 자주 이용한다는 육예지(사범대 가교12) 씨는 “안암 맛집에 관해서는 확실히 블로그보다 소포게의 리뷰가 더 솔직하다”며 “아무래도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 하는 커뮤니티다 보니 홍보성의 느낌도 적고 더 믿을 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만들어진 클루(KLUE) 역시 고대생끼리 하는 리뷰 중 하나다. 학생회비로 운영되는 이 사이트는 고대생 간 강의평가를 솔직하게 공유하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서 재학생들은 매 학기 이전학기의 강의를 3개 이상 평가해야 한다.

 전문 비평과는 구별될 필요 있어
  전문가들은 단순 리뷰와 비평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논문 ‘최근 문학비평에 나타난 새로운 징후들’에서 저자인 문학평론가 정여울 씨는 비평의 리뷰화, 비평의 키치(19세기 말 중산층의 문화욕구를 만족시키는 그럴 듯한 그림을 비꼬는 의미로 사용되던 개념)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에 따르면, 평론가는 점차 베스트셀러라는 상품의 위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주제와 작가를 정해 자발적으로 평론을 기획하는 일은 불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평론의 키치화가 진행됐다. 평론과 리뷰의 본질적인 차이는 점차 희석돼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문학은 ‘상품으로서의 문학’ 담론이 비대해진 상태에서 문학사적 접근, 이론적 접근, 문화이론적 접근 등 다채로운 ‘문학의 외부’를 상실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영화평론가인 최우형(정보대 컴퓨터11) 씨 또한 “리뷰는 평소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1차원적인 생각을 간단히 적은 것이고 평론은 그 의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역사적 사실과 감독의 사상 혹은 감독의 다른 작품을 통해 생각을 드러내는 방식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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