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학회가 주최한 ‘신해욱 시인 초청 강연회’가 13일 서관에서 열렸다.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해욱 시인은 시집 ‘간결한 배치’, ‘생물성’, ‘syzygy’ 등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신해욱 시인은 시와 산문의 비교를 통해 시의 특성을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이해’의 측면에서 시와 산문에 차이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산문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그대로 두지 못하고, 가능하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해요. 마치 어두운 것을 밝은 것으로 만들려는 것처럼요. 반면 시는 내용을 차근차근 잇지 않고 무작위적으로 연결하기도 하고, 산문과 달리 문장 간의 간격이 넓기도 해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시적 상태라고 할 수 있죠.”

  신해욱 시인은 시인과 독자의 관계를 작곡가와 연주자의 관계로 비유했다. 작곡가가 만든 음악을 연주자가 스스로 해석해서 연주하는 것처럼, 시인이 만들어 놓은 시는 각각의 독자 마다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곡가가 만드는 건 음표 덩어리 악보일 뿐이에요. 아무리 베토벤이 만든 곡이라도 연주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처럼, 시도 마찬가지죠. 시는 그 뜻을 하나하나 해석하기보다는 시 자체를 가지고 놀고 자기 맘대로 읽고, 재조립해본다는 접근이 필요해요. 이런 과정이 시를 즐겁게 향유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이런 점에서 시는 ‘read’보다는 ‘play’가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죠.”

  신해욱 시인은 ‘시를 잘 쓰기 위한 방법’을 묻는 청중에게 자신이 수영을 배운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시를 쓰는 것은 몸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4개월 전부터 수영을 배우는데, 처음에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고생했어요. 강사가 힘을 빼라고 하는데 머리는 알겠는데 몸은 그게 잘 안됐죠. 그런데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몸이 뜨더라고요. 시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몸에 근육이 있듯,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꾸 하다 보면 점차 늘게 되죠.”

  이어 신해욱 시인은 시를 다룰 땐 ‘낭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력이 향상되면 기록으로 나타나는 수영과 달리 시는 뚜렷한 기준이 없어요. 청소를 잘하면 집이 깨끗해지고 음식을 만들면 요리가 탄생하는 것 같은 즉각적인 결과는 기대할 수 없죠. ‘이걸 읽어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런 점에서 시는 딱 ‘낭비’에요. 하지만 이를 쓸데없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해요. 시를 읽는 것은, 시인이 시 안에서 비워놓은 영역을 스스로 채우고 메워서 하나의 완전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거든요. ‘의미 있는’ 낭비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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